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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릴 땐 바로바로, 내릴 땐 핑계만”…한우값에 무슨 일이? [뉴스+]

입력 : 2022-03-31 22:00:00 수정 : 2022-03-31 22:18:20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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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도매가는 비슷, 소비자가 3년 새 35% ‘껑충’
사진=연합뉴스

국내 사룟값이 3년 만에 30% 뛰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 세계 공급망 차질로 국제 곡물가격이 오른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발생한 영향이다.

 

보통 생산가격이 높아지면 판매가격이 따라 오르게 마련이지만 비싼 사료를 먹은 한우는 전보다 낮은 가격에 팔린다. 한우 공급 과잉에 도매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농가들이 울상짓는 이유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웃을 수 있을까? 아니다. 같은 기간 소고기 소매가는 35% 넘게 올랐다.

 

◆고기소용 배합사료 가격 3년 전 대비 30%↑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기소용 배합사료 평균가격은 1㎏당 494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3년 전 같은 달 380원보다 30%, 지난해 같은 달(415원)보다 19% 오른 가격이다.

 

조(풀)사료 가격도 뛰었다. 한국무역협회 할당추천품목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조사료의 일종인 티모시(1㎏당 약 550원) 등 수입 조사료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올랐다.

 

한우는 보통 하루 12㎏의 사료를 먹는다.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농가를 예로 들면 1년 전보다 월 250만원 이상, 1년이면 3000만원 이상을 사룟값으로 더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 한 한우 농가에서 주인이 사료를 주며 소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약 7900호 한우 농가 중 100마리 이상 사육 농가가 41.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사룟값 상승은 전체 한우 농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룟값이 이처럼 크게 오른 것은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국제 곡물 가격은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곳곳의 곡물 생육 부진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로 인해 최근 몇 년 사이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하면서 급등했다.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2014∼2016년 평균=10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가격지수도 144.8로 전월 대비 3% 올랐다.

 

국내 소비 곡물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수입 곡물의 67%가량이 사료용이기 때문에 사룟값이 타격이 컸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후사키프 마을의 노동자들이 밀을 갈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곡물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차질 문제가 여전히 진행되는 데다 농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데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해당 지역의 올해 곡물 파종이 늦어지면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세는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사룟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축산농가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100마리 사육 농가 기준으로 사룟값만 월 수천만원인데 사룟값이 20∼30% 뛴 데다 유가는 물론이고 인건비와 모든 부자잿값이 다 올라 지금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절반 이상의 한우 농가가 적자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 뻔하니 줄도산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한우 도매가 3년 전 수준으로…‘공급 과잉’에 계속 떨어진다

 

축산농가들이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사룟값 인상으로 생산비가 오른 만큼 판매비용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사룟값이 30% 올랐지만 한우 도매가는 3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유통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한우 등심 1등급(1㎏) 도매가격은 5만5956원으로 3년 전(2019년 3월 25일) 5만5275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2년 전 동기 5만9545원, 1년 전 7만1413원 등으로 가격이 올랐었으나 최근엔 다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한우 도매가가 낮아진 이유는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 사육 마릿수는 2015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12월 기준 338만5000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평년(2016∼2020년) 297만 마리 대비 14% 많은 숫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국 사육 한우는 올해 말 355만5000마리, 내년 360만9000마리 2024년엔 358만 마리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소고기 수입 물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우 가격은 상당 기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비 증가에 도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축산농가들의 수익성 악화와 경영난이 우려되자 정부는 농가의 자율적인 수급 조절을 당부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 한우연구소의 축사에서 겨우내 생활하던 한우 300여 마리가 방목되자 초지를 향해 힘차게 뛰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농촌경제연구원은 “출하 대기 물량이 많아 한우 도매가격의 점진적인 하락세가 예상되며, 일상회복에 따른 축산물 수요가 감소할 경우 가격 하락 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우 농가의 중장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송아지 추가 입식 자제와 저능력 암소 선제적 도태 등 자율적인 수급 조절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우 농가들은 농가와 농업당국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며 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육계나 돼지와 달리 한우는 수년간 키우기 때문에 농가 차원에서 수급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다. 농식품부 차원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범 정부 차원에서 축산농가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농가들이 버틸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요 증가…한우 소비자가 3년 새 35% ‘껑충’

 

한우 도매가격은 3년 전과 차이가 없는 데다 최근 하락세까지 보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격은 그사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마장축산물시장에 진열된 고기. 연합뉴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유통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한우 1등급 등심 1㎏당 가격은 10만7196원으로 3년 전 7만9120원보다 35.5% 높다.

 

한우 도매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0∼2021년 오르다가 지난해 추석명절 이후 ‘공급 과잉’ 이슈가 본격화하면서 빠르게 떨어져 3년 전 가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소매가는 소폭 등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도매가 최고점이었던 9월 17일 가격과 비교하면 도매가는 37.3% 하락, 소매가는 2.9% 상승했다.

 

보통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너무 크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경락가 외에도 반영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쉽게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최근 한우 경락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맞지만, 물류비, 인건비, 부자재 비용 등이 모두 상승한 데다 가정소비 등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에 소비자가를 쉽게 내릴 수 없다”면서 “앞으로 한우 도매가가 지속 하락한다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에도 반영이 되겠지만, 가격 결정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한우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유통업계의 현지 도매가 반영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매가 하향 조정을 늦추면서 그사이에 폭리를 취하고 농가와 소비자 피해는 외면한다는 것이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국장은 “유통업체들은 현지 경락가가 오르면 재빨리 소비자가에 반영하면서 떨어지면 천천히 소폭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한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도매가와 소매가를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명 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도매가 하락을 소매가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유통업계의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매가가 오를 때는 그 이유를 들어 소비자가격을 올리면서 내릴 때는 다른 이유를 들어 내릴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이 공정한 시장이라고 여길 수 있는 가격 결정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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