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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청년 ‘버터와 사랑’으로 버무린 힐링 요리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2-04-02 14:00:00 수정 : 2022-04-01 21: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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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루크’의 팬케이크

감정표현 제대로 못하고
강박증세 보이는 루크
삼촌댁에 얹혀살며
라사냐·소고기 스테이크 등
정성 어린 요리로
상처받은 가족·세상과 소통
따뜻한 요리만큼 훈훈
팬케이크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루크,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정작 루크가 아니라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병이 있는 것 같다. ‘스토리 오브 루크’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루크가 세상에 홀로 맞서는 이야기로, 어쩌면 제일 평범한 그의 삶과 그가 제일 사랑하는 따뜻한 요리들로 누군가에게 변화를 시작하게끔 해 주는 행복한 영화다.

 

#영화 ‘스토리 오브 루크’

 

루 테일러 푸치 주연의 영화 ‘스토리 오브 루크’ 는 제목 그대로 루크의 이야기를 옮겼다. 사람 구실을 하라는 할아버지 말대로 목표를 가지고 세상에 작은 한발을 내딛는 루크의 용기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낸 영화다. 2011년 개봉작으로 예전에 우연히 지나가듯 봤는데 요즘 넷플릭스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게 되어 반가움에 다시 감상했다. 평범한 내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소소하게 웃을 만한 장면도 많다. 그래서인지 장르가 드라마와 코미디 두 개로 분류된다.

 

엄마가 루크를 버리고 집을 나갔을 때 루크는 고작 네 살.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란 그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 겉모습은 평범하고 준수하지만 서툰 감정 표현과 강박 증세는 영화 초반 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선입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루크를 아낌없는 사랑으로 키워 주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시작한다. 화창한 날씨, 아름다운 건물, 도로변 나무들 사이, 마치 늘 가던 길을 가는 것처럼 할머니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루크의 표정에선 슬픔을 느낄 수가 없다. 슬픔이라는 감정조차도 표현하지 못해서인지 보는 입장에선 더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루크는 할아버지와 함께 삼촌네 집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치매가 있는 할아버지와 자폐증을 앓는 루크가 삼촌네 가족은 마냥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우울증을 겪는 숙모는 상의 없이 그 둘을 집으로 데려온 남편이 원망스러울 뿐 아니라 둘이 부담스럽다. 결국 할아버지마저도 요양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루크는 할아버지에게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부탁을 받는다. “먼저 일을 구하고 좋은 여자를 만나렴.” 아침이면 팬케이크를 굽고 TV 요리채널을 보며 식사를 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정해진 시간에 움직였던 루크가 이젠 정말 혼자가 되어 세상 밖으로 한발 내딛는 계기가 되는 말이다.

영화 '스토리 오브 루크'

#루크의 요리는 버터와 사랑

 

늘 불안에 빠져 있는 표정, 결핍된 감정 표현, 거침없는 루크의 언사는 ‘그에게 병이 있어’ 라고 하듯, 루크라는 사람의 단편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조부모의 품을 떠나 혼자가 된 루크에게 조금씩 모두가 친절을 베풀지만 유독 숙모만은 늘 날이 선 반응을 보인다. 그녀는 가족과의 불화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데, 루크의 주변 인물들 중 루크 때문에 가장 많이 변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루크에게는 누구보다도 잘하는 것이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요리’다. 아침 식사와 23가지의 저녁 식사를 만들 줄 아는 루크는 음식으로 삼촌 가족들에게 호감을 사게 되고 또 숙모와의 갈등도 그 요리를 통해 서서히 풀게 된다. 더불어 숙모는 루크에게 요리를 배워 가족을 위해 진심을 다한 음식을 준비하며 가족들과 다시 화목하게 지내게 된다. 인스턴트 라사냐, 소고기 스테이크, 직접 만드는 로스트 치킨까지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음식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침마다 팬케이크와 베이컨으로 식사를 만드는 루크에게 사촌동생이 맛의 비결을 묻자 그는 ‘버터와 사랑’이라고 대답한다. 그의 요리엔 맛을 더해 주는 버터뿐 아니라 모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모자람 없는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팬케이크

#팬케이크

 

팬케이크는 서구권에서 상당히 역사가 깊은 요리로, 밀이나 메밀 등 곡식을 갈아 물과 섞은 후 팬에 구운 것을 칭하는데 조리법이 단순한 만큼 가정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사실 밀가루 같은 곡식을 반죽해 팬에 구워 먹는 요리는 전 세계적으로 꽤 많다. 러시아의 블리니, 프랑스의 크레페 같은 것도 비슷한 종류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해물파전’도 ‘시푸드 리크(leek·서양대파) 팬케이크’라고 재미있게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다. 흰자 머랭을 섞어 폭신하게 익히는 수플레 팬케이크나 오븐에 고온으로 구워 부풀어 오르는 독일식 팬케이크도 요즘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달게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기나 베이컨, 스크램블드에그 등 요리를 올려 담백하게 아침 식사로 먹는 경우도 많다. 영화에서도 커다란 원형 팬케이크에 사이드로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스크램블드에그가 나온다. 미국 영화 속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해시브라운 같은 메뉴를 더한 아침 식사로 자주 볼 수 있다.

 

■독일식 팬케이크 만들기

 

<재료>

 

박력분 50g, 우유 90㎖, 달걀 1개, 바닐라에센스 15㎖, 소금 약간, 설탕 1ts, 버터 조금

 

●가니시용

 

슈거 파우더, 딸기, 바나나, 바닐라 시럽

 

①반죽 재료를 고루 섞어 준 후 체에 걸러 준비해 둔다. ②원형 주물팬에 버터를 두른 뒤 반죽을 넣고 210도에 12분가량 구워 준다. ③팬케이크 위에 슈거 파우더를 뿌리고 손질한 딸기, 바나나를 올린다.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주면 더 맛이 좋다.

 

●식사용으로는 구운 베이컨과 감자·토마토샐러드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김동기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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