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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국민 신뢰 바닥” 지적하자… 공수처 “견제 장치 마련”

입력 : 2022-03-31 06:00:00 수정 : 2022-03-31 10: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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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행사 우려… 명확한 기준없어
공수처에 대한 국민신뢰 바닥” 지적
공수처 “24조는 존립 근거” 반박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29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중립성 논란을 강하게 비판하며 공수처법 24조 개정을 압박했다. 인수위는 또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거의 바닥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공수처는 “해당 조항은 공수처 존립근거”라고 반대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공수처는 “뼈를 깎는 노력과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공수처와 간담회 직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수처법 24조 1항의 사건이첩 요청권은 자의적 행사가 우려되고, 2항의 공수처 통보 및 수사 개시 여부 조항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데다 통보 기한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는 점을 공수처에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인수위와 법무부, 검찰, 경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운국 차장 등에게 공수처법 24조뿐 아니라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기록 조회 행태 등을 질타했다. 김진욱 처장의 거취 표명을 압박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인수위 지적에 대부분 “공감한다”고 수긍하면서도 공수처법 24조 존치를 강하게 호소했다. 공수처는 “이 조항이 없으면 공수처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며 “해당 조항은 수사를 중복적으로 하지 않게 한 것으로 우월적 조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견제 장치 만들어서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고 했다.

공수처법 24조는 윤 당선인이 ‘독소조항’으로 평가하며 폐지 또는 축소를 공약한 사안이다. 공수처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해 새 정부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공수처가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운영 방식의 보완·수정을 약속하며 24조 사수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호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담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 처장은 지난 16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초대 처장으로서 우리 처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제 소임을 다하겠다”며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 공수처의 수장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점령군처럼 물러나라 압박하다니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처장 거취 압박 나선 인수위… 공수처 “견제장치 만들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사실상 압박하고, 공수처법 24조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수처는 이에 일부 지적을 수용하면서도 공수처법 24조 개정에는 반대했다. 공수처는 또 인수위의 강한 압박에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지만, 김 처장은 법으로 보장된 2024년 1월까지 임기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24조 수정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미흡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고 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견제장치도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했다.

 

◆도마에 오른 공수처법 24조

 

인수위는 이날 공수처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노력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브리핑에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 확보와 관련해 인수위는 ‘미흡했다’고 지적했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는 대체로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인수위는 특히 공수처법 24조에 규정된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조항은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검찰 또는 경찰)의 수사 중인 사건을 공수처장 판단에 따라 이첩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에 수사 우선권을 부여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아 온 검경보다 엄정한 수사를 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현 정부 아래서 공수처가 친정권 성향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이첩받은 뒤 제대로 수사하기는커녕 뭉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다. 직권남용으로 고발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수처장 관용차를 제공한 ‘황제 에스코트 논란’은 공수처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이라고 보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언론인과 국민의힘 인사는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를 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수처는 “앞으로 언론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인권수사정책관을 도입하고,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 자문단을 활성화하는 과정을 통해 통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뉴시스

◆임기 채우겠다는 공수처장

 

공수처는 이날 김 처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일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 처장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국민 여론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 측은 “거취를 압박하는 건 아니다”라며 단지 여론을 전한 것일 뿐이란 입장이다.

 

인수위가 김 처장에 대한 사퇴 여론을 언급하자 공수처 내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지만, 김 처장은 법으로 보장된 2024년 1월까지 임기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수처법 24조 개정 요구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처장이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임기가 있는 공무원의 임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현시대의 흐름과 함께 김 처장이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따져 보고 새 시대가 열린 만큼 앞으로 제대로 할 유능하고 신뢰받는 인물이 새로 맡아서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참 딜레마”라고 운을 뗐다.

 

검사 출신 김광삼 변호사는 “김 처장이 굉장히 무능하다”면서도 “법률에 따라 임명됐는데 자진사퇴를 하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싶다. 공수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식적 차원에선 사퇴하는 게 맞다”고 했다.


김현우·김병관·박진영·배민영·이동수·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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