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비 태세에 허점 우려
4월 15일 北태양절과 겹쳐
“시기적으로도 부적절” 비판
오늘 NSC… 靑 이전 논의할 듯
대통령 경호·시위로 교통체증
지역주민들은 “집값 하락” 반발

지난 1월 ‘광화문 시대 대통령’을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두 달 만에 용산으로 대통령실 이전 지역을 바꿔 발표하면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과 함께 용산을 중심으로 설계된 국방 자원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인근 일대 교통 혼잡과 경호·안보 강화에 따른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일부 지역 주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날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확정하면서 국방부와 합참 등의 연쇄 이동은 현실화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군의 연쇄 이동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군사대비태세 구멍 우려… 국방부·대통령 집무실 동시 타격 우려
국방부는 업무 효율성을 위해 수십 년 동안 군사안보 관련 기능을 용산에 집결, 보완 및 유지 작업을 진행해왔다. 국방부 본관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국방부 핵심 부서는 합참과 구청사, 서울에 있는 군부대 등으로 이전이 불가피하다. 합참의 경우 모두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 기능을 분산하면 업무 추진 과정에서 비효율성이 증가해 일사불란해야 할 군사대비 태세에 허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합참의장들이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종환 전 합참의장 등은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고 지적했다. 군 내부 전산망(인트라넷)을 이전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해킹 등 보안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킹 방지를 위해 일반 인터넷망과 분리해 설치한 인트라넷은 국방부와 합참 업무의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내부 전산망 이전은 국방부와 합참, 주한미군을 연결하는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를 비롯한 지휘통제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한반도 유사시 일선 부대의 움직임을 실시간 통제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갑작스럽게 이전·재구축하는 과정에서 해킹, 오작동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는데 구체적인 주제는 비공개이지만 집무실 이전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음 달 15일은 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10주년이다. 그즈음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이 실시되는데 북한이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태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는 기본적으로 정책 기관이고 국가 안보에 관한 전시지휘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합참에 있다”고 밝혔다.

◆경호문제 따른 교통체증… 빈번한 집회 시위 등도 우려
경호 문제에 따른 교통체증과 빈번한 집회·시위 등으로 혼잡이 가중되면 지역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용산·남산지역 일대의 추가 군사시설 구축은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인근 한강변 재개발·재건축이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무산·변경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한강 이남의 기존 비행 항로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강북 지역은 비행금지공역이 기존보다 절반 이상 축소된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통령의 안위를 위한 통제나 규제를 최소한으로 하더라도 주변 지역에 끼칠 불편함이나 재산권 행사의 제약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며 “용산 주민이 누려야 할 가치의 상당 부분을 제한받으면서 집값이 하방 압력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경비·교통관리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규모 집회·시위가 광화문 일대에서 새 대통령 집무실 부근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찰 경비의 핵심이 삼각지 일대로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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