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소쿠리 투표’ 참사에도 “자리 지키겠다”는 선관위장 몰염치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22-03-17 23:22:12 수정 : 2022-03-17 23:22: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과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3.17. xconfind@newsis.com

20대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어제 선관위 직원들에게 글을 보내 자리를 지킬 뜻을 분명히 했다. 노 위원장은 내부 전산망에 띄운 글에서 “선거 관리에 안일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공감한다”면서도 “지방선거를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관리하기 위해선 위원장으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는 앞서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전국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은 그제 공동 입장문을 내고 노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전국 선관위 상임위원들이 집단으로 선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등 후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선거관리 부실 사태가 벌어진 것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거를 실무적으로 총괄한 김세환 사무총장도 이날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런데도 선거관리 총책임자인 노 위원장은 사퇴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무책임과 몰염치가 없다.

사전투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된 당일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기 위해 선관위를 방문했을 때 노 위원장은 부재 중이었다.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출근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는 하루 수십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가 처음으로 진행되는 엄중한 시점이었다. 선관위원장으로서 공직 의식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 위원장은 뒤늦게 마지못해 사과 담화를 발표하고는 사퇴 문제에는 입을 다물어 왔다.

선관위는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설치된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이런 조직이 문재인정권 들어 코드와 무능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노 위원장은 친여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최근 선관위의 집단 반발로 사퇴한 조해주 전 상임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노 위원장 체제로는 6월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에서의 대혼란이 재연되지 말란 법도 없다. 노 위원장은 김 총장 사퇴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 선관위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전에 사무총장과 공석인 선관위원 2명을 중립적인 인사로 채워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