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택배 등 늘어 업무 환경 악화
인권위, 종사자 실태조사 첫 착수
#1.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시의 한 폐기물 수집업체에서 터키 국적 20대 노동자 A씨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그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컨베이어 벨트 기계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팔이 빨려 들어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 같은 해 7월 경기 포천시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 노동자 B(24)씨가 파쇄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휴식 중 파쇄기 안으로 작업 도구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잡아 빼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폐기물 처리 종사자 인권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의 업무량이 급증해 작업 환경이 악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해 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사망사고는 평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현재 ‘생활폐기물 처리 관련 종사자 노동인권상황 실태 조사’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생활폐기물(음식물·재활용·종량제쓰레기) 수거 이후 단계 노동자가 연구 대상이다.
인권위는 구체적으로 △작업장 환경 △직영·민간위탁 간 노동 조건 차이 △산업안전보건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 현황 △노동 강도 △고용형태·평균 근속 기간 등 고용 안전성 △보호장구 지급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인권위가 생활폐기물 처리 노동자 인권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업무환경이 나빠졌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배달·택배 이용이 늘면서 이들의 업무량도 급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생활폐기물은 1730만t으로 2019년(1676만t) 대비 3.3% 늘었다.
이런 여건 속에 폐기물 처리업체 사망 사고도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12월20일 기준) 폐기물 처리업체 사고 사망자는 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4년(2017∼2020년) 연평균 사망자(19명)보다 47.3%나 많은 수치다. 지난해 사망자 재해 유형은 설비 점검 등 작업 중 끼임 사고 사망자 10명(35.7%), 고소작업 중 떨어짐 5명(17.9%), 하역 차량 등에 부딪힘 3명(10.7%)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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