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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에 수백만원 호가… MZ세대 사이 ‘식물테크’ 뜬다 [마이머니]

입력 : 2022-03-07 06:00:00 수정 : 2022-03-06 21: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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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NFT 이어 확산하는 재테크

관엽식물 ‘알보몬’ 대표적 품목 부상
녹색 잎에 흰색·노란색 무늬 희소성

“실체 전혀 없는 비트코인보다 낫다
식물 기르며 공부하고 취미로 발전”

일각 “유럽의 튤립 버블 떠올라” 비판
맹목적인 투자 참여는 자제 목소리
온라인 중고장터의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검색된 몬스테라 알보 매물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몬스테라 알보 탑삽수 잎 3장짜리 분양합니다. 현재 시세보다 싸게 장당으로 매겼습니다. 새순 나오고 계속 기르면 어차피 가격 올라가는 거 아시죠. 네고(가격 협상) 과하게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한 온라인 중고장터에 200만원에 올라온 몬스테라 알보의 판매자가 게시한 글이다. 관엽식물로 짧게 ‘알보몬’이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녹색 잎에 엽록소 등 색소 부족으로 흰색이나 노란색 무늬가 발현된다. 무늬가 얼마나 희귀한지, 아름다운지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셈이다. 몬스테라 알보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는 “이것 또한 투기라고 보는 시선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실체가 전혀 없는 비트코인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며 “식물을 기르면서 관련 공부도 하고 취미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6일 포털 및 온라인 중고장터의 웹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검색해 보니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몬스테라 알보 매물을 수백건 찾을 수 있었다. 몬스테라 알보 외에도 앤슈리엄(홍학꽃), 필로덴드론 등의 관엽식물도 이러한 방식으로 고가에 거래됐다.

기존에는 식물 애호가에 국한된 유행이었지만 최근 ‘리셀테크’(reselltech)에 관심이 많은 MZ세대가 뛰어들며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는 양상이다. 리셀테크란 ‘다시(re)+판매(sell)+재테크(tech)’의 합성어로 한정판 소비재를 매입했다가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것이다. 운동화와 명품 등 희소성이 부여되는 상품을 되파는 리셀 품목에 식물도 추가된 셈이다. 이런 경향을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에 빗대 ‘식물테크’, 혹은 ‘식테크’라고 부른다.

보통 몬스테라 알보 잎 한 장을 구입하면 물꽂이를 통해 뿌리를 낸 뒤 흙에 심는다. 새순이 나고 자라면 잎을 한 장씩 잘라서(삽수) 되파는 방식이다. 수백만원짜리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간혹 수천만원대도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3월 인천공항 검역에서 금지병해충인 바나나뿌리썩이선충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몬스테라와 라피도포라 등에 수입제한(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희귀성이 한층 커졌다. 판매자들 또한 이 부분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한다.

몬스테라 알보가 식물이라는 점, 희귀성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 등을 들어 17세기 유럽의 ‘튤립 버블’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잖다.

항상 투기 광풍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튤립 버블이지만, 근거 없이 마냥 광풍이 불었던 것은 아니다. 빨강을 비롯해 노랑, 보라 등 각양각색 반점과 줄무늬까지 다양한 문양의 잎이 발현됐고, 여기에서 희귀하거나 새로운 품종이 탄생할수록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화훼산업이 부흥했고, 이와 관련한 무역과 유통까지 활발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단순 투기 광풍으로만 볼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희귀한 돌에 가치를 부여하는 수석은 물론 난(蘭)에 대한 유행이 지속하는 사례 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뿌리 하나에 최대 8만7000유로(약 1억1600만원)까지 치솟던 튤립은 구매 열기가 식으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결국 거품이 터졌다. 튤립 버블은 네덜란드가 영국에 경제 대국의 자리를 넘겨주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몬스테라 알보 거래자들은 “최근 2년 넘게 유행이 지속하고 있다”며 단순 유행·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2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유례없는 유동성이 투입돼 전 세계에 걸쳐 자산 가격이 폭등한 시기라는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우연에 의한 희귀성이 돈이 된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대체불가토큰(NFT)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고릴라나 고양이 등을 게임이나 플랫폼에 올린 뒤 브리딩(교배)해 새로운 형태의 모양·품종을 탄생시키고, 그것이 얼마나 희귀한가에 따라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NFT·블록체인 등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일부 계층에 한정됐다는 시각이나 킬러 서비스가 아직 등장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쌓이기 전에 맹목적인 투자 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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