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연합, 총리·내각제 개헌 등 명시
尹·安은 포괄적으로 '국민통합정부'
유시민 "安 국무총리 합의 레토릭"
합의 구체화 부족·정책 이견 우려
개헌 무산·정책 이견으로 DJP 해체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가 3일 "국정운영을 함께 해 나가겠다"며 통합정부론을 꺼냈다. 이에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성사시킨 'DJP 연합'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동 조각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없었고, 연정 모델을 넘어 합당에까지 합의한 것은 차이점이다. 통합정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빠져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 마련과 양당 간 정책 이견 조율이 국민통합정부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새벽 전격 회동한 후 오전 8시 국회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양 후보는 '국민통합정부'라는 표현을 쓰며 "협치와 협업의 원칙 하에 국민께 약속드린 국정 파트너와 함께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선언문 발표 뒤 "제가 의원으로서 여러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며 "정치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시작했다.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직접 입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시민 "JP, 총리·인사권 절반 가져…비슷한 합의 추측"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무총리직 등 양 후보 단일화에 전제된 구체적 논의 내용은 거론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DJP 연합과 유사한 직위 보장이 있었을 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997년 DJP 연합이 성사됐을 때 합의사항은 ▲대통령후보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초대 국무총리 김종필 자민련 총재 ▲1999년 12월 말 이전 내각제 개헌 ▲경제부처 임명권 국무총리 귀속, 수도권 광역단체장 1명 자민련 공천의 3개 항이었다.

제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승한 뒤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는 국무총리에 임명됐고, 김 전 총리는 실제로 합의안에 명시된 경제 부처 관료 지명권을 행사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예전에 DJP 연합을 할 때 김종필씨가 국무총리를 포함해 내각 절반, 심지어 정부투자기관, 공공기관 인사권 절반까지 모두 가졌다"면서 "이것과 비슷한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러면서 "제가 안 후보 같으면 당연히 총리를 요구할 거다. 공동선언문을 보면 국민통합정부라고 규정하고 첫 번째 키워드가 미래정부인데 이게 안철수 국무총리 합의 가능성이 매우 많은 레토릭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양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집권할 경우, 새 정부 조각을 공동으로 한다는 포괄적인 수준의 논의는 이미 물밑에서 이뤄진 바 있다.
국민의힘 측은 단일화 교섭 과정에서 국민의당 측에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조각권에 이르는 전반적인 정부 구성에 안 후보의 공동 인사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당시 이에 대해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인수위 문제, 행정부 문제, 정당간의 합당 문제에 대해 윤 후보가 갖고 있는 구상을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정부 실현범위·정책 이견 '新여권' 갈등 예측도
다만 이날도 공동 조각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는 명시되지 않았고, 양 후보간 정책적 이견의 소지가 있어 향후 잡음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DJP 연합은 내각제 개헌이 유보되다가 최종 무산됐고 햇볕정책 등 정부 주요 기조에 대한 갈등 분출로 2001년 해체됐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 입각 가능성 질문에 "공동정부가 구성되면 인사라든가 시스템, 부처를 어떻게 만드나 이런 것이 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국민의힘, 국민의당 인사뿐 아니라 널리 인재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고, 당장 입각하느냐 안 하느냐는 누구도 말하기 어렵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어떤 자리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1대1로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합당도 마찬가지"라며 "당선이 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당은 당이고 당선인은 당선인이기 때문에 '신여권' 내부 갈등 요소가 켜켜이 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 DJP 연합은 합의내용이 분명했다. 내각제 개헌을 포함시키고 총리를 내줬는데, (안 후보는) 그렇게까지는 못 해낸 것"이라며 "DJ도 노회한 정치인이고 경험이 많으니까 내각제 개헌을 무산시키고 (대선이) 끝나고 나서는 태도를 바꿔서 DJP 연합도 깨졌는데, 윤 후보가 그렇게 할지 안 할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했다.
지난 다섯 차례의 대선후보 토론에서 양 후보가 드러낸 정책적 이견도 장기적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 후보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대규모 추경 재원마련 방안, 여성가족부 폐지, 주식 양도세 폐지, 핵공유 반대 등 윤 후보 정책의 큰 줄기들에 이견을 표출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단일화 발표에 대해 "막판까지 정책으로 국민에게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일화 이슈로 숫자의 문제로 정책경쟁을 짓밟는 행태"라고 비판하며 "같은 정책을 가지고 정책연대를 해야 하는데, '국민통합정부' 표현은 단일화를 위해서 억지로 말을 만든 것"이라고 봤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월10일 출판기념회에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정부를 구성해서 제반 정책을 수행하는데, 나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니까 이런 것을 함께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져야지 단일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안 후보와 윤 후보는 같은 공약이 많고, 몇 가지는 다르다"면서 "(집권시) 인수위에서 토론을 많이 한다. 합의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시스>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