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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러시아 제재 동참은 하되 주도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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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01 09:20:37 수정 : 2022-03-01 09: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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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주최 긴급 간담회서 전문가들 제안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우크라이나인으로 추정되는 참가자가 “한국이여,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반(反)러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문재인정부가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정부를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를 주도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해 신중한 행보를 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5일 KIEP 주최로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긴급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제정치학자이자 러시아 전문가인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한국은 기본적인 제재는 동참하되 주도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는, 즉 동의에 의한 집단적 제재에만 동참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교역 규모나 투자보다 환율이 중요하다. 그런데 전쟁과 그로 인한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환율이 요동치면 한국의 무역적자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국은 오는 9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김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하면서 전날(2월 28일)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1206.5원으로 거래를 마쳐 3일 연속 1200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0년 6월 25일의 1208.8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니 달러나 금(金) 같은 안전자산의 선호도가 부쩍 커진 결과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 역시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한·미동맹을 강조하기보다는 국제법과 유엔 질서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김 교수와 뜻을 같이했다. 벌써부터 미국 조야에서 ‘한국은 왜 그리 제재에 소극적이냐’ ‘너무 러시아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 등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는 워싱턴발(發)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약한 고리’인 만큼 한국에 대한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거대한 폭발이 발생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 교수는 이번 전쟁의 발발을 미국 등 서방이 아닌 러시아 시각에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및 북유럽 신흥국들을 새로운 동맹으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나토의 동진(東進)’을 하지 않겠다고 러시아한테 굳게 약속했는데, 2000년대 들어 이를 어기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치 아래 동진을 강행하면서 러시아의 불만이 누적돼왔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략 이전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김 교수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유럽의 안보 지형은 나토를 권력 행사의 주요 수단으로 삼았던 미국의 의도에 의해 그려졌다”며 우크라이나 위기를 “‘포스트 냉전’ 질서와 안보 지도를 러시아의 참여 하에 새롭게 그리려는 세력 갈등의 문제”로 규정한 바 있다.

 

요즘 러시아를 ‘악(惡)의 제국’처럼 묘사하며 국제사회 여론몰이에 전념하는 미국을 겨냥해 김 교수는 “미국은 지나칠 정도로 러시아를 무시하고 러시아가 굴복할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꼬집었다. 이혜정 교수 역시 “미국이 결정적으로 러시아와 중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왜 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라는 말로 미국도 전쟁 발발에 일정한 책임이 있음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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