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이끌 정책은 실종
민주적 혁신 시민 참여 없인 불가
유권자들 냉철 판단… 꼭 투표해야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벌써 2주가 지나 선거를 열흘 앞두고 있다. 거리에서는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을 쉽게 볼 수 있고 언론 매체들은 후보자들의 캠페인과 토론회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유권자들이 선거의 효용성을 느끼고 투표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정책선거가 미흡했고 출마한 후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몇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특히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점이다. 코로나를 경험한 지난 2년간 우리의 삶과 생활방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법제도적 환경과 사회적 인식과 관행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와 캠페인 방식 또한 낡은 관행에 정체돼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의 정치경제와 사회문화를 어떻게 디자인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은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이번 대선은 유난히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얼룩져 있다. 물론 과거 대선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이 존재했지만 이번만큼 후보자 본인과 가족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이 도를 넘어 선거 막판까지 끊임없이 지속된 적은 없었다. 후보자들의 늦은 등판으로 선거 경쟁구도 구축이 미뤄진 빈 공간을 자극적인 인신공격과 비방이 자리 잡아 손쉬운 득표 수단으로 왜곡되어 활용되고 있다. 네거티브에 의존한 선거 캠페인은 필연적으로 정책선거의 부실을 초래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한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거대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수당 신설과 인상 등 즉흥적인 단발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국가재정 손실을 막고 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는 연금개혁,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복지 디자인,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권력구조 및 선거제도 개편, 코로나와 정책실패로 최악인 서민경제 회복 등의 청사진에 관한 정책경쟁은 사라지고 과거에 대한 내 탓 네 탓 공방과 상호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퇴보를 막기 위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며칠 후 사전투표가 실시되는데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오미크론의 확산을 감안할 때 사전투표제도를 적극 활용해 투표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고 민주시민으로서 유권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다. 평소 정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투표는 해야 우리의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흥미로운 점은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투표권을 가진 고3 유권자가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약 11만3000여명의 고등학생 유권자가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세대로서 선거에 관심을 갖고 민주정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정치권이 낡고 구태의연한 진영논리로 그들에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자유롭게 후보를 평가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후보와 정당을 평가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승자독식, 양극화, 벼랑 끝 대치, 진영싸움 등으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를 받아왔다. 이러한 불신과 양극화의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노력과 책임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투표의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협력과 상호 신뢰를 용이하게 하는 퍼트남의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정책결정 과정에서 제도적 참여를 중시하는 ‘민주적 혁신’ 또한 근본적으로 시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은 유권자의 투표 실천에서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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