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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삼아 “극혐” “죽어” 공포쪽지… 죽음의 벼랑끝 내몬다 [온라인 폭력 폐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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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2 08:00:00 수정 : 2022-02-22 13: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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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서 게시물·동영상 ‘좌표찍기’ 하면
댓글로 집단공격하고 일부 유튜버 퍼날라
“적은 노력으로 상대에게 치명적 피해 초래”
유명 연예인·스포츠 선수 등 극단적 선택

성인 62% 사이버폭력 피해… 1년새 14%P↑
공포·불안 유발 스토킹 40%로 가장 많아
집콕 길어지며 SNS·유튜브 이용 는 탓도
“플랫폼 기업 책임 강화·혐오 표현 처벌을”

“너희 손끝에서 시작된 칼날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는지 난 기억할 거다.”

방송인 홍석천씨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이달 초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구선수 김인혁씨를 애도한 뒤 자신을 비방하는 댓글이 달리자 이렇게 응수한 것이다. 그는 김씨가 생전에 악성 댓글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점을 언급하며 “악플러 너희는 살인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씨가 숨진 다음 날에는 인터넷방송 스트리머인 ‘잼미님’(본명 조장미)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조씨 역시 악플과 루머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두 사람에 대한 온라인상의 공격 양상은 비슷했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당사자의 게시물이나 동영상의 인터넷 주소가 공유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가 이뤄지면 집단적 공격이 이어졌고, 일부 유튜버가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이었다. 배우 최진실과 가수 종현, 설리, 구하라 등 2000년대 들어 악성 댓글 피해와 무관하지 않은 유명인의 사망이 잇따르자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가 2019년부터 연예·스포츠 뉴스의 댓글을 폐지하기도 했지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악성 댓글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인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과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성인 62.7% ‘사이버 폭력’ 경험… 경찰 수사도 1년 새 50% 증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2020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성인의 사이버 폭력 피해 경험률이 6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조사보다 14.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피해 유형으로는 반복적으로 공포·불안을 유발하는 쪽지를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하는 스토킹 피해가 39.8%로 가장 많았고, 언어폭력(36.0%)과 성폭력(32.6%), 명예훼손(28.3%), 신상정보 유출(25.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온라인 폭력이 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건도 대폭 증가했다. 경찰청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용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2만8988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무려 49.5%나 늘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이나 유튜브 시청 시간이 늘고, 댓글 등을 통한 의사 표현도 늘면서 관련 사건도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신속 대응 가능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강화해야”

온라인 폭력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이 제·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인격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가해자를 찾아내 대응하기 어렵고 재판까지 가도 가벼운 벌금형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욕적이고 혐오적 표현에 관한 자체 제한 규정을 두고, 유튜브 역시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스팸·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 폭력·위험한 콘텐츠, 잘못된 정보 등의 항목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자의 자율규제는 강제력이 없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보통신망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아동·청소년 음란물이나 불법 촬영물을 인지할 경우 직접 삭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혐오 표현 등에 대해서는 이런 의무가 없다.

또 피해자나 이용자의 신고를 접수하고 실제 삭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까지 몇 주가량 소요되는 등 즉각적인 피해 구제가 이뤄지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이야기할 때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반대 입장이 있지만, 다수의 공격으로 개인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런 인격권의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 정서 기반한 구조적 문제”

처벌 규정조차 없는 혐오 표현을 규제해 온라인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방치된 혐오 : 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참석한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혐오 정서에 기반을 둔 온라인 폭력은 우리 공동체의 구조적 문제”라며 “동료 시민을 혐오의 대상이나 무시와 차별을 받아 마땅한 존재로 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혐오 표현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혐오 표현을 하기 어렵게 하거나 발화되더라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로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한 인권교육 강화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을 통한 인식 제고 △혐오·차별에 대응한 정책 수립 △소수자 집단에 대한 보호와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가해지는 폭력은 현실에서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낳는다”며 “허위 사실이나 비방으로 인해 훼손된 명예는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방에 주안점을 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민·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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