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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봄의 따뜻함과 활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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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18 22:39:18 수정 : 2022-02-18 22:39:16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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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르 드가의 ‘무대 위의 발레리나’

마음도 춥고, 몸도 춥다. 오미크론의 기세 때문에 마음이 춥고, 다시 몰아친 한파로 움츠러든 몸은 활력을 잃었다. 따뜻한 햇볕을 찾아 야외로 나가고 싶고, 도시적 감성과 활기 넘치는 거리도 보고 싶다. 도시인의 생활 감정과 색채 효과가 가득한 인상주의 그림 한 장이 위안이 될까.

인상주의는 19세기 말 파리를 중심으로 한 도시 중산층 삶의 내용을 소재로 택했다. 문명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생활환경이 빠르게 변하던 당시의 역동적인 생활 감정을 예술로 담아내려 했다. 세상을 도시인의 현대적인 눈으로 보고 느낀 인상들로 나타내려 한 것이다. 지속적인 것보다 일시적이며 순간적인 것들이나 빛의 변화에 따른 색의 변화라는 현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인상주의자들은 빛의 효과가 넘치는 야외로 나가 시각적 인상을 포착하는 데 매달렸다. 자연이나 세상을 인습적인 눈으로 바라보거나 규범을 통해서 정리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접 경험해서 나타내자고 했다. 자연에서 경험하는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순간순간의 모습을 나타내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는 순간순간의 모습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자연의 인상 대신 발레리나의 춤동작이나 승마에서 순간적인 동작과 자세의 특징을 포착하려 했다. 역시 그 시대 풍류를 즐기는 중산층 도시민의 여가생활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았고, 그중 하나가 발레 공연이었다.

‘무대 위의 발레리나’는 드가가 무대 위에서 춤추는 발레리나의 경쾌하고 순간적인 동작을 표현한 작품이다. 전경의 인물을 중심에서 벗어나게 배치한 것은 움직이는 동작을 더욱 실감 있게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화면 가운데 인물을 배치하면 균형감은 있지만 정적인 느낌을 주게 될 것을 우려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구도를 택했다.

발레리나의 의상이나 무대 뒤 다른 발레리나와 배경은 생략되고 거친 인상주의적 붓 자국으로 나타내서 발레리나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앞을 향해 두 팔 벌린 모습이 따뜻한 봄과 활력 넘치는 내일을 맞이하는 준비자세 같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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