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보험사 최초 서비스 ‘피치’
생애자산설계·건강자금 관리 가능
KB손보, 본허가 획득… 3월 출시 계획
금융자산 조회·원스톱 청구도 추진
삼성화재·생명, 계열사 통합앱 박차
한화생명, 공공데이터 활용 헬스케어

지난달 5일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객의 금융, 통신, 공공정보 등을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은행(10곳)과 핀테크(10곳), 카드사(6곳) 등을 중심으로 33곳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달 들어서야 1곳이 서비스를 출시했을 정도로 도입 속도가 느리다. 몇몇 보험사가 보험의 장점을 살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며 도전장을 낸 가운데 나머지 보험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일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피치(사진)’를 선보였다. 특화된 금융·건강서비스로 보험 본연의 전문성을 높이고, 금융교육과 예술문화 콘텐츠 등 강점을 살린 서비스로 보험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피치는 △손안의 금융비서 △생애자산설계 △건강자금관리 △맞춤형 금융교육 △아트 앤드 컬처(Art & Culture) △생활 속 기부 등 6개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손안의 금융비서는 금융·비금융자산을 통합 관리해 주며 교보생명이 개발한 보험정보 기반의 신용점수 관리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생애자산설계와 건강자금관리는 보험사 강점을 살린 특화 서비스다.
생애자산설계에서는 원하는 생애목표를 설정하고 소득과 지출을 토대로 생애자산을 진단하는 셀프 재무컨설팅을 통해 인생의 목표에 맞는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건강자금관리는 현재 건강상태를 기반으로 주요 질병의 발병률과 생애 의료비를 예측하고 소득과 보장성향을 분석해 내게 꼭 맞는 보험 보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공동개발한 금융스타일 지수를 바탕으로 금융스타일을 진단하고 고객의 주도적 금융생활을 돕는 서비스도 눈에 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본격적인 대고객 홍보 및 이벤트 전임에도 기존 고객들 중심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종합자산관리가 중심인 타사 마이데이터 앱과 달리 금융교육, 예술문화 콘텐츠, 건강분석에 따른 의료비 예측 등 당사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서비스가 흥미롭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손해보험사 중 처음으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KB손해보험은 3월 서비스를 출시 할 계획이다.
기존 보험사 앱에서 조회할 수 없었던 고객의 금융자산 통합조회가 가능하고, 보험사 최초로 연령이나 자산규모 등이 비슷한 고객군 간의 비교를 통한 종합금융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KB손보는 밝혔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인 장점을 살려 KB생명, 푸르덴셜생명을 시작으로 향후 모든 보험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금 원스톱 청구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론칭한 KB헬스케어 자회사와 협력해 고객의 금융자산과 건강자산이 함께 증진되도록 하는 등 향후 ‘건강한 부자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마이데이터 사업 최종 인가를 받은 곳은 교보생명과 KB손보뿐이다. 신한라이프와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 등이 지난해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본허가 획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화재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권이 마이데이터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나 향후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편될 금융시장을 고려하면 대부분 보험사들이 결국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결국 고객과 플랫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1금융권 중심으로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마이데이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보험사들도 있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증권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과 함께 통합앱 출시를 준비 중이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은행, 증권 등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빅테크 플랫폼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다, 금융지주들도 각 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담는 ‘원앱’ 전략을 취하고 있는 데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이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 관련 최근 금융당국에서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향후 1년간 마이데이터를 포함한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 것도 통합앱 준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헬스케어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공공의료데이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5개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신청했다가 ‘불허’ 통보를 받은 뒤 한화생명이 유일하게 제공 양식을 보강해 다시 신청했다.
한화생명이 제공 신청한 자료는 건보가입자 중 모집단 2%의 표본으로, 장애 및 사망, 진료 및 건강검진, 요양기관 현황 등의 정보가 담긴 ‘표본코호트DB’다. 이 자료를 활용할 경우 한국인의 유전형질과 생활패턴이 반영된 정교한 위험분석이 가능해져 보장이 강화될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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