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홈페이지에 방문자 몰려
보건소·상담센터도 전화 빗발
“일반관리군 어떻게 해야 하나”
“인근 지정약국 어딘지도 몰라”
병원선 지침 못받아 불만 토로
“명단에 있는 병원에 전화했더니 비대면 진료를 안 한다고 하네요.”
울산시 남구에 거주하는 20대 회사원 A씨는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 기침과 코막힘, 가래, 두통 등의 증상이 있었던 A씨는 재택치료를 위해 오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새로고침’을 ‘광클’(마우스를 매우 빠르게 클릭한다는 뜻)해서 전화상담·처방 병원 목록을 내려받아 병원을 확인했다”며 “그런데 계속 통화 중이던 동네병원과 겨우 연결돼 들은 답변이 ‘진료 안 한다’여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상비하고 있던 종합감기약과 해열·진통제를 먹었지만, 약이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눈 새 재택치료 체계가 가동됐지만,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정보 전달이 늦어지거나 번복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시행 당일에야 코로나19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 명단과 의료진 대상 지침이 나오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됐다.
심평원은 재택치료자 전화 상담·처방 가능 의료기관 2394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일반관리군에 대해 전화 상담·처방이 가능한 동네 병·의원은 전국 1856곳(호흡기전문클리닉 90곳 포함)이다. 목록에 이름이 올라와있는 병원에 실제로 전화했지만 서울과 경기,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이날 비대면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규모가 작은 동네 병·의원들은 내원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재택환자 전화를 받는 방식이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환자의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조회하는 시스템도, 준비할 과정도 많은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서 자세한 내용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 않은 다른 병원들은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에 대한 상담·처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서울 모 가정의학과 원장은 “일반관리군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전화상담·처방에 대해 간단한 공지사항만 왔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인근 코로나19 지정약국이 어딘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화해서 해열제 등을 처방해준 적이 있어 자세한 안내가 있다면 어렵진 않을 것”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어느 병원에나 전화해 전화 상담·처방을 받고, 어느 약국에서나 약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코로나19 의료지원을 했던 병원들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어제까지 500명에게 전화로 문진했다”며 “기존에 관리하던 환자와 집중관리군만 비대면 문진을 계속하고, 일반관리군은 오는 전화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라 업무가 크게 늘어나거나 혼란이 있진 않았다”고 전했다.
보건소와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는 빗발치는 전화로 전화 연결이 안 되는 상황 등이 전국에서 벌어졌다. 방역 일선 현장인 자치구에서는 지침을 확인하고, 검사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 명단을 확인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오늘부터 재택치료 체계가 개편되고, 자가격리 범위도 달라지면서 전날 밤부터 오전 내내 전화가 빗발쳤다”며 “오늘부터 6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인력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재택치료자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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