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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 아니다’…민법 개정되면 ‘말 배우’ 사망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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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01 11:00:00 수정 : 2022-02-01 11: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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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을 위해 강제로 쓰러트려진 말이 죽은 사건을 계기로 동물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다’는 인식을 반영한 민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지만, 동물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동물권보호단체 ‘카라’ 관계자를 고발인 조사했다. 영등포경찰서도 한국동물보호연합이 제출한 유사한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조사 중이다.

 

카라는 지난달 20일 이 드라마 촬영 총책임자와 말이 걸려 넘어진 줄을 잡아당긴 ‘성명불상의 스태프’ 4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지난해 11월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연출하며 말의 발목에 줄을 묶어 쓰러지게 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고 동물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KBS는 촬영 1주일여 뒤 말이 죽은 사실을 밝히고 사과했으나, 동물권 단체들은 고의로 빚어진 동물 학대 행위로 보인다며 고발장을 냈다.

 

◆동물학대 처벌 목소리 높지만… 처벌 가능성 ‘글쎄’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거나 방송 촬영에 동원되는 동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방송을 위해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하는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항”이라며 촬영 시 동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준수할 것과 위험도가 높은 촬영은 컴퓨터 그래픽 등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학대 행위자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했다. 이번 사건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은 드라마 제작진이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1호(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나 제2항 3호(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런 행위의 ‘고의성’이 입증돼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작진 측이 말을 다치게 하려는 목적이나 의도가 없었고 과실이었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학대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중 1741명(51.2%)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1081명(31.8%)은 약식명령 청구에 그쳤고, 검찰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의자는 93명(2.8%), 구속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5년간 단 2명(0.1%)에 불과했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은 물건 아니다”…법적 지위뿐 아니라 종합적 제도 개선 필요

 

이런 상황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변경하고 동물보호를 위한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상 생명이 있는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물에 대한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을 새로 넣은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이 충분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하여 동물이 법체계상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해서는 민법뿐 아니라 형법 등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입법례 및 시사점’ 보고서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민사상 동물 지위 개정과 별도로 동물보호법과 형법의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동물학대 행위의 확대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소유권 제한 등의 제도 정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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