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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고요한 “죽음은, 잠시 헤어지는 것일 뿐”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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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30 09:00:00 수정 : 2022-02-02 18: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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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두 곳에 동시에 당선돼 등단한 이듬해인 2017년부터, 장편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단편소설만으론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무엇을 쓸까. 우선 어릴 적 보았던 죽음이 떠올랐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 역시 죽는다는 건 잘 느끼지 못하는.

 

그러니까, 상여가 빈번히 나가던 열 살 무렵의 어느 봄날, 꼬마는 무서우면서도 상여를 따라나섰다. 상여를 태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왜 죽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을 어릴 때부터 품게 됐다.

 

“죽음에 대해 쓰자면 너무 무거울 것 같았고, 실제로 기존에 죽음의 대한 이야기는 너무 무거웠는데, 요즘 20대의 시각에서 가볍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취업난으로 계속 알바를 하는데 알바마저 어려워서 장례식장 알바를 하면서 죽음을 접하게 되는 이야기를.”

 

한참 작품을 쓰고 있던 2019년 어느 날, 소설가 고요한은 버스를 타고 목동 거리를 지나다가 상도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신부가 혼자 걷는 모습을 봤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린 뒤 신부와 함께 차를 마시며 마주 앉았다.

 

“솔직히 죽음이 두렵습니다, 신부님은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그가 이렇게 물은 것은, 죽음에 대해 신앙인은 속인과 다르게 생각할 것 같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해보면 뭔가 정리가 되고 마음도 가벼워질 것 같아서였다. 신부의 의외의 대답에, 그는 비로소 죽음을 조금 가볍게 볼 수 있었다.

 

“그게 뭐가 두렵습니까, 죽음은 잠시 헤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취업난을 비롯한 청춘남녀의 고뇌와 서울 밤의 풍경, 죽음의 문제 등을 인생론적 차원에서 유려한 문체로 풀어낸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고요한 작가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이렇게 우리에게 왔다. 작품은 장례식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재호와 마리를 중심으로 서울 밤의 다양한 풍경과 소소한 사건을 만나면서 죽음의 트라우마는 물론 취업을 비롯한 청춘의 외로움과 고뇌를 극복해가는 일종의 청춘 소설이다.

 

“우리의 밤은 죽은 자들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시작되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창밖 풍경과 하얀 뱀. 상주들의 울음소리와 시끄럽게 떠들며 술을 마시던 조문객들. 그 사이로 피어오르던 육개장 냄새와 국화 냄새. 그리고 봄이면 하얗게 핀 벚꽃 냄새. 그런 냄새 속에 우리의 밤이 있었다. 그리고 일이 끝나 장례식장을 나오면 진짜 우리의 밤이 시작되었다. 맥도날드를 찾아 서대문에서부터 광화문과 종로 일대까지 걸었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녔다. 더없이 깊고 푸른 밤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도 같았다.”

 

작품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이 시대를 흐르는 공기의 무게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손색이 없다”며 “무게감 있는 소설”이라는 상찬을 받았는데. 이미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한권씩 펴낸 기성 작가 고요한과 그의 작품은 어떻게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자유를 상징하듯,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고 작가를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2017년 시작했다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좀더 가볍게 접근하고 싶어서 20대의 감정을 끌어들여서 썼다. 서대문을 배경으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풍경 스케치와 자료조사 그런 것들을 더 했고, 죽음의 사유와 심리를 넣다보니 더 고심해야 했으며, 정적인 문장에 힘을 쏟으면서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갑자기 전혀 다른 색채의 이야기가 튀어나와서 다른 장편을 동시에 썼다는 점이다. 더구나 새로운 이야기는 필까지 받으면서 먼저 책으로 출간됐으니. 그의 첫 장편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2021, 넥서스)였다. 불법체류자인 한국인 청년 ‘장’이 뉴욕에 있으면서 겪게 되는 사랑, 그러니까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문체로 끌고간 소설이다.

세계문학상 수상자 고요한 작가. 이재문 기자

―소설의 배경은 시간적으론 현재이고, 공간적으론 서울의 장례식장인 것 같은데.

 

“서울 강북삼성병원의 뒤에 장례식장이 하나 있는데, 언젠가 그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다가 벚꽃이 피어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벚꽃이 환하게 피어 있으니까, 더 슬프더라. 그 부근에는 홍난파 생가도 있고, 역사박물관도 있다. 제가 일하는 곳을 배경으로, 잘 아는 공간을 배경으로 해보자는 마음에서 그 일대를 배경으로 쓴 것 같다. 일차적으로 배경을 잡고 나니까 사건이나 이야기들이 잘 풀린 것 같다.”

 

―주인공이 청춘인 재호와 마리인데, 어떻게 나왔는가.

 

“(인물을 먼저 만든 게 아니라) 장소나 배경, 죽음에 대한 스토리를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인물이, 재호와 마리가 순간순간 튀어나더라. 이번 소설은 이야기가 먼저 된 것 같다. (주인공들이 청춘남녀인데) 40, 50대가 생각하는 죽음보다는 20대가 생각하는 죽음이 더 가벼울 것 같았다. 그들은 죽음을 결코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20대 때 죽음이 저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재호와 마리는 어떤 인물인가) 재호는 십대부터 죽음을 생각한 저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마리의 경우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되지 못하고 도박하는 아버지에게 돈을 대주는 인물로, 우선 이름부터 맘에 들었다.”

 

―재밌는 주변 인물도 많이 나오는데.

 

“우선 재호 엄마와 아빠가 특이하고 재밌다. 엄마는 이혼하고서도 자기 집에 자주 찾아와서 밥 먹고 자고 가기도 하는 약간 발랄한 인물이다. 1년에 한 번씩 아버지와 함께 일본 오타루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어렸을 때 목조르기 게임을 하다가 누나를 죽인 줄 알던 재호의 트라우마가 해결될 수 있게 된다. 아빠의 경우 누나의 죽음으로 은행을 그만두고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죽음을 극복하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일하면서 팀장과 만나지만, 엄마 때문에 가까워지지 못하는 인물이다. 고베 지진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재호네 집에서 세들어 사는 일본인 히로시도 재밌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는데, 아버지와 함께 모임을 하면서 부모의 죽음을 극복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전체 이야기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사건은 무엇이 있나.

 

“전체적인 이야기는 두 주인공이 서울 시내를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죽음의 트라우마나 알바 인생에 대해 고충 등을 극복해 가는 것이다. 우선 밤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배회하던 재호가 같이 알바를 하는 마리가 맥도날드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돌아다니게 된다. 또 누나가 죽은 뒤 하얀 뱀을 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재호가 엄마에게서 누나가 자신의 목조르기가 아닌 소아암으로 죽었다는 걸 알고서 마리와 함께 사실 확인을 나서기도 한다.”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 있다면.

 

“재호와 마리가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가다 청계천에서 물고기 모양의 등을 돌로 끈을 쳐서 날아가게 한다. 물고기 등은 청계천을 날아서 광화문을 날아서 인왕산으로 간다. 이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잡기 위해 인왕 스카이에 오른다. 이들은 물고기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자유로운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질까,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정규직 취업에 대한 생각은 역사박물관 맞은편의 해머링맨 장면에서도 나온다. 자신들은 알바인 반면 해머링맨은 하루 종일 망치질을 하지만 정규직이기에 부러워하는 장면이다.”

 

하늘을 비상하는 물고기처럼 자신의 삶과 취직 전선에서 정규직으로 훨훨 날아오르길 꿈꾸는 재호와 마리. 하늘을 나는 물고기 등을 즐겁게 추적하는 두 청춘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슬픈, 그래서 더 아름다운 초상화일지도.

 

“물고기를 놓칠까 봐 신호를 무시하고 경복궁 앞에서 좌회전을 해 물고기를 따라갔다. 바람을 따라 물고기는 사직공원 쪽으로 헤엄을 쳤다. 하늘에 파문이 일면서 물고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하얀 실 같은 흔적이 생겨났다. 물고기를 따라잡기 위해 액셀을 당겼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물고기를 추월했지만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물고기는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나도 사직공원을 끼고 우회전을 해서 단군성전으로 올라갔다. 날아가는 물고기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았으나 물고기는 그걸 아는지 잽싸게 꼬리지느러미를 치며 위로 올라갔다.”

 

―독자들과 무엇을 공감하거나 말하고 싶었는가.

 

“죽음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게, 젊은 감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이 죽으면 3일 안에 지상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죽음을 너무 무겁고 어둡게 보지만, 좀더 가벼워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죽음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작품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풍경들이 환상적으로 묘사돼 있는데, 죽음이 너무 전면에 나서면 무거울까봐 살짝살짝 숨겼다. 제가 죽음, 뱀 등을 무서워했다. 한라산 정상에서 뱀을 보고, 그냥 내려왔던 기억도 있다. 뱀과 죽음, 무서운 것들이 소설 속에서 다 나온 것 같다. 소설을 쓰고 나서 죽음도 가벼워지고, 뱀도 덜 무서워진 것 같다.(웃음)”

 

미친 듯이 길고 풍경화처럼 묘사에 묘사가 이어진 문장들, 집필 기간 14년에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의식의 흐름 속에서 유년기부터 중년으로 이어지는 인생사, 깨알같이 담긴 사랑과 죽음, 철학과 예술의 형이상학,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면서 인생사를 떠올리고 무엇을 쓸지 몰라 괴로워했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최고의 글 소재임을 깨닫고 비로소 펜을 붙잡고 집필에 들어간 작품이 바로 독자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었으니.

 

이렇게 놀라운 소설이 있다니.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그는 문뜩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고등학교 때 방학이나 겨울이면 소설을 읽곤 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 하디의 『테스』 등의 소설을. 하지만 담임선생의 국어국문과 진학 조언에도 기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원광대 신방과를 진학했다.

 

1969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고요한은 2016년 문예지 『문학사상』과 『작가세계』의 신인문학상을 동시에 받으며 등단했다.

―어떻게 작가의 길에 들어오게 됐는가.

 

“대학에 들어가선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어서 처음 시를 공부하게 됐다. 학교 선배였던 양귀자나 윤흥길, 박범신 작가 등을 보면서 소설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 특히 20대 때 신경숙의 『풍금을 있던 자리』를 읽고 나서 쓰고 싶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27세 때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사에 취직한 뒤 처음엔 혼자 소설을 썼다. 일이 끝나고 나서 저녁이나 주말에 주로 썼다. 담배를 피우며 한손에는 기사를 읽고, 다른 손에는 원고를 번갈아 보기도 했다. 신춘문예에 4, 5번 응모하고 문예지에도 투고했지만 안됐다. 어떤 사람이 좌절금지라고 그러던데,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떨어지고 나서도 낙천적이었다. 떨어진 것은 떨어진 것이고 계속 쓰고 있었다. 저만의 스타일 찾아서 써야겠다, 언젠가는 되겠지, 늘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희망이 가슴 속에 늘 있었다. 한동안 투고를 하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한두 사람이 되는 것을 보고 투고를 했다가 갑자기 두 곳에서 연락이 왔다.”

 

등단 이후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2020, 앤드)와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를 펴냈다.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 비행기」가 번역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작품 세계를 조금 말해 달라.

 

“소설집은 27세부터 쓴 8개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 색깔이 모두 다르다. 단편 하나를 쓰고 나면 전혀 다른 색깔의 단편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종이비행기」의 경우 버림받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종이비행기로 접고 그 여자에게 날아가기 위해 자신도 종이비행기로 접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 여자에게 날아가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장편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인 불법 체류자의 이야기인데, 제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결혼을 한 번도 힘든데 세 번이야, 라며 출판사 쪽에서도 제목이 너무 파격적이라고 했는데, 첫 소설이 서정적이어서 저 제목으로 가자고 했다. 다행히 읽고 난 독자들이 문장의 밀도가 높고 재밌다고 해주더라.”

 

―장편의 경우 플롯이나 구성이 만만치 않을 텐데.

 

“장편의 경우 플롯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론 등으로 구분해 서너 장 쓰고 난 뒤 아웃라인으로 써서 벽에 붙여둔다.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몇 차례 틀어주면서, 맘에 안들면 두세 번씩 엎는다. 1차적으로 줄거리가 300매 정도 형성되면 인물묘사 등을 하면서 에피소드를 계속 늘려가면서 6백장, 7백장 정도로 확장한다. 그리고 퇴고를 한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에, 서사에 치중하고 다음에는 인물 묘사와 심리묘사를 한 뒤, 마지막에는 문장 묘사를 한다. 아름다운 문장을 곳곳에 포진시켜서 읽는 사람이 머물 수 있게 한다. 퇴고를 2백번 정도 한다.”

 

―글을 쓸 때 리추얼이나 징크스가 있는지.

 

“글은 주로 낮에, 오후에 쓴다. 아침에는 잘 쓰지 않고, 밤에는 감정이 너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커피 먹고 나서 에너지가 빵빵할 때 글을 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먼 곳으로, 낯선 곳으로 찾아간다. 노트북을 들고 낯선 공간으로 가서 저를 내려놓으면 새로운 상상력이 나온다. 해외 여행할 때도 낮에는 여행을 하고, 밤에 쓴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지.

 

“소설 『침묵』을 쓴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1923―1996)를 좋아한다. 국내 번역본은 서너 번씩 읽었다. 엔도처럼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 화자의 내면 속으로 늘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아직 백퍼센트 다 들어가지는 못한다. 국내의 좋아하는 작가로는 신경숙, 은희경, 하성란, 한강 등이 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저는 글을 쓸 때 문장에 치중하고, 저만의 상상력에 치중하는 편이다. 문장과 상상력으로 기억되는 작가, 고요한 하면은 색채가 있는 작가로 남고 싶다. 고통스럽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저는 고통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늘 즐겁게 썼다. 소설을 쓰면서 제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 인가 늘 궁금하다.”

 

지치지 않고 그리고 늘 즐겁게,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색채, 문장으로 한국 문학의 숲길을 달려보고 싶다는 고요한 작가. 그가 가는 길에 세계문학상이 헤드라이트 불빛이 되고, 반짝이는 강물에서 반사돼 나온 달빛이 되길. 그리하여 그와 한국 문학 모두 달빛을 타고 저 멀리 날아오르길. 그의 소설처럼, 하늘로 날아오른 재호의 오토바이처럼.

 

“도로 위에는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 불빛만 보였다. 한참을 달리자 오른편에 있는 강물이 반짝였다. 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달빛이 내려와 액셀을 잡아당겼다. 바퀴가 살짝 떠오르면서 오토바이는 달빛을 타고 올라갔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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