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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서제는 고려 7대 왕인 목종 때 시작돼 조선 왕조까지 이어졌다. 조선 때는 고려 때보다 음서의 범위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양반 관료사회를 유지하는 하나의 축으로 활용됐다. 개국공신으로 고려 말 음서제 개혁을 주장했던 정도전조차도 ‘조선경국전’에서 “장상(將相)과 대신(大臣)은 백성에게 공덕이 있고, 그 자손들은 가훈을 이어받아 예의를 잘 알아 벼슬을 할 만하다고 생각해 문음(門蔭)제를 두었다”고 음서제를 옹호했다. 조선 후기 과거를 치르지 않고 등용된 음관을 기록한 음보(蔭譜)에 1235명이 등장하는 걸 보면 잘난 조상 덕에 벼슬살이를 한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공정 경쟁이 화두인 2010년대 이후에도 음서제는 사라지지 않고 빈번히 논란이 된다. 대표적인 게 2010년 발생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특별채용 사건이다. 8월 말 외교부에서 선발한 5급 사무관 특채에서 단 1명이 기용됐는데 그 유일한 합격자가 유 장관의 딸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유 장관은 옷을 벗어야 했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자녀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두 의원의 자녀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을 딴 다음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원하는 직장에 취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9년 5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가운데 11%가 재직자와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음서제 뿌리는 여전히 깊고 질기다.

손석희 JTBC 총괄사장 아들 손모씨의 MBC 경력기자 채용을 놓고 또다시 음서제 논란이 벌어졌다. MBC 소수노조인 제3 노조는 손 사장 아들이 올해 MBC 경력기자 공채에 지원해 합격이 유력하다며 “‘현대판 음서제’”라고 반발했다. 이에 MBC는 손씨의 합격 사실을 확인하면서 “면접 과정에서 부모의 인적 정보는 일절 제시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손 사장이 MBC 고위직 출신임을 고려하면 손씨의 처신은 신중치 못해 보인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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