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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대선후보 TV토론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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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4 23:16:58 수정 : 2022-01-24 23: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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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설 연휴 토론회 개최 합의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공론의 장
두 후보의 경륜·비전 견줄 기회
유권자가 후보 진면목 잘 살펴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설 연휴 기간에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의 TV토론을 열기로 했다. 성사되면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접전 양상을 이어가는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이자 변곡점이 될 것이다. 대선 후보 TV토론은 정당 정체성이 강하게 작용해 영향력이 약하다지만, 정치 경험이 일천한 아웃사이더끼리 맞붙는 이번 대선에선 후보들의 진면목이 드러나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 토론은 공적 사안에 대한 이견을 조율함으로써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토론은 그 과정에서 기본원칙을 지켜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저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에서 미국의 정치적 분열상에 대해 “깊고 쓰라린 분열만 있고 진정한 논쟁이 없다면, 다수의 횡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에 관한 논쟁을 이루려면 기본적인 두 가지 원칙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인간의 삶에는 본질적인 잠재가치가 있다는 첫 번째 원칙과 누구나 그 가치를 자기 삶에서 실현할 책임이 있다는 두 번째 원칙이 결합하여 인간 존엄의 토대와 조건을 정의한다. … 이 원칙에서는 개인 삶의 성공이 개인이 속한 공동체나 전통의 성공과 무관하게 성취되거나 구상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박완규 논설위원

동양에서도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래 토론을 중시했다. 묵자는 ‘묵자’에서 “논변(論辯)은 말로 상대와 다투는 것이다. 논변에서 이기는 것은 합당했기 때문”이라며 “무릇 모든 변론은 시비(是非)의 분별을 밝히고, 치란(治亂)의 요점을 살피고, 동이(同異)를 분명히 하고, 명실(名實)의 이치를 관찰하고, 이해(利害)에 대처하고, 혐의(嫌疑)를 해결하는 게 기본 목적”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은 국정 현안에 관한 공론의 장이다. 차기 정부의 국가적 의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모하는 자리여야 한다. 후보들의 경륜과 인품, 정책·비전 제시 능력뿐 아니라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균형감 등을 견주어 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 캠페인이 퇴행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일관해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지도, 가슴을 뛰게 하지도 않았다. 이 후보 진영은 진보의 개혁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윤 후보 진영은 보수의 품격이 실종됐다. 가상자산 투자수익 과세기준 상향, 근로소득세 공제 확대, 병사 월급 대폭 인상 등 공약 베끼기 사례는 열거하기조차 숨찰 지경이다. 이념적 기반과 무관하게 표가 될 만한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차별화 대상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을, 윤 후보는 정권교체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한다. 누구에게 표를 줄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TV토론이 중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둡다고 단정지을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더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토론에 임하는 자세나 발언 내용을 보면 누가 더 희망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여야 후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고 해도, 혐오와 공포가 난무한다고 해도 3월9일에는 투표소에 가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문화비평가 스티븐 그린블랫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분석한 저서 ‘폭군’에서 “한 국가가 이상(理想)과 심지어 자기 이익마저도 내버리게 만드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분명 통치할 자격이 없는 지도자, 혹은 위험할 정도로 충동적이거나 사악할 정도로 음모를 꾸미거나 진실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한 자에게 마음이 끌리는가? 왜 어떤 상황에서는 거짓, 무례, 잔인의 증거가 치명적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열렬한 추종자들을 만들어내는 힘이 되는가?”

유권자들이 TV토론을 보고 후보들의 국정철학, 미래 비전 등을 면밀하게 평가하는 게 절박한 과제다. 그래야 이상을 추구하거나 최소한 자기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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