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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기소 ‘0’, 수사력·편향성 논란… 첫돌 맞은 공수처 존폐 위기

입력 : 2022-01-20 18:30:00 수정 : 2022-01-21 09: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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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1호 사건’ 첫발부터 삐끗… 사찰의혹도 번져 논란 자초

검찰 개혁 상징서 위상 급추락
“인력보충·수사능력 강화시급”

조 교육감 기소권도 없는데 택해
당시 “쉬운 길 가려고 한다” 비판
‘김학의 출금’ 관련 이성윤 고검장
수사 편의 봐줘 ‘황제 조사’ 논란
윤석열 수사 더뎌 중립성 시비도
전문가 “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1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여권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탄생했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당혹스러워할 만큼 현재 위상은 초라하다.

새로운 수사기관이라 수사체계 구축과 역량 발휘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동안 직접 기소한 사건이 하나도 없는 데다 공수처 스스로 수사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거나 편향성 논란을 자초한 탓이 크다. 급기야 견제 대상인 검경의 수사관행을 답습하다 무분별한 통신조회로 ‘사찰 의혹’ 논란까지 벌어졌다. 공수처 무용론이나 폐지론까지 거론될 정도다. 공수처에 대한 대대적 쇄신 및 역량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1월21일 출범 후 지난해 12월21일까지 총 2766건의 사건을 접수해 이 중 24건을 입건하고 315건을 불입건 처리했다. 나머지 1642건은 타 수사기관에 이첩했고 785건은 들여다보고 있다.

공수처의 스텝은 ‘1호 사건’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으로 택하면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감사원이 경찰에 고발한 건을 공수처가 넘겨받았는데, 공수처는 현행법상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이 없다.

검찰권 견제 및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처벌을 주된 목적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기소도 할 수 없고 감사원이 한번 조사한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택하자 “쉬운 길을 가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건 아니지”라며 공수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욱이 조 교육감 사건을 전달받은 검찰이 공수처의 기소 논리를 뒤집어 기소하면서 공수처는 다시 체면을 구겼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이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하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중간 결재권 행사’를 방해한 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이를 범죄 혐의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했던 기소권을 제한적으로나마 나눠 갖게 된 공수처는 ‘검사’에 기소권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 빈축을 샀다.

 

공수처는 지난해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를 받은 이규원(45·사법연수원 36기) 검사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뒤 세 차례의 소환조사를 하고 돌연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했다. 검찰이 동일 사건을 수사 중이라 ‘합일적 처분’을 위해 재이첩했다고 설명했지만, 스스로 기소권을 포기한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공수처의 기소 실적은 ‘0’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검찰 황태자’로 불리던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한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존재 이유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미숙함을 드러낸 건 뼈아픈 대목이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3월 이 고검장을 소환조사할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까지 제공하며 수사 편의를 봐줘 비판을 받았다. 이 고검장을 공수처 사무실로 데려올 때 정식 출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조서도 따로 작성하지 않아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 고검장이 친정권 검찰 실세인 점을 감안해 수사 편의를 봐줬다”는 쓴소리가 적지 않았고 김 처장이 공언했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도 흠집이 났다.

 

공수처는 이후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시절 벌어진 검찰 관련 사건을 주로 입건하면서도 수사를 신속하게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서 야당 반발을 사는 등 끊임없이 중립성 시비에 시달렸다. 공수처가 입건한 24건 중 중복되는 사건을 묶으면 12건인데, 이 중 4건(△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고발 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부실수사 의혹)이 윤 후보와 관련돼 있다.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수처는 이 사건들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 처장을 임명할 때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면서부터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예견돼 있었다”며 “안 그래도 예산이나 인력 등에 있어 정부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데 처장 임명권조차 여당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이 고검장에 대한 공소장 유출 사건을 수사하며 수사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것도 치명타였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각각 1차례, 2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다른 피의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판단을 받기도 했다.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수사를 위해 대검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서도 압수수색 대상자였던 전 수원지검 수사팀이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며 준항고를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수사경력이 적거나 없는 공수처 검사들이 수사 베테랑인 검찰을 상대하면서 섣불리 대응했다가 되치기당하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무차별 통신조회로 ‘사찰 의혹’이 일기도 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공수처 무용론·폐지론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조직이고 출범 취지 등을 감안했을 때 수사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인력을 보충하고 인지수사 능력을 키우는 등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법을 고쳐서라도 검사와 수사관 인력을 증원하고,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수처가) 실적을 내고자 정치적 논란 한가운데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20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어떤 정권이든 야당이 추천하는 인물을 공수처장으로 세워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어떤 정권이든 해당 정권의 야당이 추천하는 인물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며 “그래야 권력을 가진 자를 통제한다는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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