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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면한 ‘종전선언’ 매달리는 文 정부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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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1 06:00:00 수정 : 2022-01-20 19: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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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대(對)미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면서 남한에 대한 도발도 자행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아산정책연구원은 ‘아산 국제정세 전망 2022’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올해 대화보다 도발에 더 치중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현재까지 보고서의 내용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북한은 새해 들어 벌써 네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20일에는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검토까지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대미·대남 문제를 논의하고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분간 ‘로키’(Low-key·낮은 자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3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첫 제재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북한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해제 카드를 던지며 ‘강대강’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북·미 사이에서 ‘종전선언’을 열심히 외친 문재인정부는 곤혹스럽게 됐다. 북·미 대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견인할 촉매제로 줄곤 내세운 종전선언은 사실상 이 정부에서는 종언을 고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올 들어 처음으로 내놓은 메시지에서 ‘한국’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과 10월 연설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해 호응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안중에 없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1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 축사에서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은 지난 4년 동안 ICBM 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를 미국에서 찾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종전선언에 매달린 문재인정부는 북한을 얼마나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나.

 

김선영 외교안보부 기자

정부는 아직도 종전선언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추진해온 종전선언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련국과 대책을 긴밀히 협의하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여전히 논의 가능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끈기는 인정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제는 현실을 봐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제재 이후에도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상황 악화 자제를 촉구하는 등 추가 긴장 격화를 막기 위해 부심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ICBM 발사 재개까지 시사했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계속 ‘도발’을 ‘도발’이라고 부르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벼랑 끝 전술’에 능한 북한을 상대로 종전선언의 끈만 잡고 있다가 되레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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