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1일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1차 발사 때 3단 엔진이 일찍 종료된 원인은 산화제 탱크 내 헬륨탱크가 고정장치 설계 오류로 제자리에서 이탈한 탓이라고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가 발표했다. 비행 중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커지자 고정장치가 풀리면서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에 따라 헬륨이 누설되고 산화제탱크에 금이 가 3단 엔진에 산화제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3단 엔진 연소가 계획보다 46초 모자란 475초에 종료됐다. 그 결과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700㎞에는 도달했으나 1.5t급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1·2단 추진체 비행과 페어링 분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데 주목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폭발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최환석 누리호 발사조사위원장은 “중력에 의한 부력은 고려했지만 1단 비행 중 최대 가속도인 4.3G(G는 중력 가속도 단위·1G는 지표면상 중력)에 대한 부력은 고려하지 않은 실수가 있었다”며 비행 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헬륨탱크 고정장치를 충분히 단단하게 설계하지 않은 것이다. 우주 개발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큰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을 거쳐 향후 추진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발사체 개발 후 시스템 성능을 보기 위한 시험발사였다”며 “이번 조사위 활동을 통해 매우 많은 기술을 축적했다는 성과도 있다”고 했다.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누리호 1차 발사 결과에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내년 5월로 잠정 예정된 2차 발사 일정은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그 전에 설계를 변경할 방침이다. 구조적으로 설계를 보강하면 무게가 늘 수밖에 없다. 정밀한 검토 작업이 수반돼야 하는 일이다. 2차 발사를 서두르지 말고 진단과 보완 작업에 만전을 기해 완벽한 준비를 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누리호 2차 발사를 계기로 한국의 우주개발 관련 산업이 도약할 수 있다. 내년에 이뤄질 한국형 달궤도선(KPLO) 발사,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착수 등과 맞물리면 우주 강국의 꿈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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