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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북 전주의 한 교회 앞에 ‘얼굴없는 천사’가 돈다발이 든 상자와 돼지저금통을 놓고 사라졌다고 한다. 22년째 그가 기부한 금액만 8억원이 넘는다. 10년 동안 어김없이 선행을 베풀던 대구 ‘키다리아저씨’가 떠난 빈 자리엔 다른 이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부는 전염성이 강하다. 가진 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부가 성숙된 공동체의식의 척도로 평가받는 시대다.

서울시청 앞 ‘사랑의 온도탑’의 올해 목표액은 3700억원. 기부액이 1% 늘 때마다 온도계도 1도씩 올라간다. 30일 나눔온도는 83.2도를 기록했지만 2% 부족하다. 전국 차원의 목표액은 기업 기부로 채운다지만, 일부 지역은 40도 안팎에 머물고 있다. 얇아진 주머니 사정으로 개인기부가 급감한 탓이다. 지난 23일 기준 서울의 개인 기부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45만명)보다 11만명 정도 줄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은 자선단체만 수만개에 이를 정도로 기부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개인 기부가 전체의 90%를 넘는다.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던 워런 버핏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50조원 가까이 사회에 환원했다. 빌 게이츠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는 ‘약속’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뻘 나이 차에도 30년 가까이 돈독한 우정을 이어가는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행복의 요건은 돈과 성공이 아닌 관계라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부는 대물림의 대상이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2021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부순위는 세계 114개국 중 110위다. 게다가 기업 기부는 메이저 업체에 편중돼 있고, 개인 기부율도 세계 평균 69.5%에 한참 못 미친다. 이마저도 일상속 기부가 아닌 연말연시에 모금액의 70% 이상이 집중된다. 부의 불평등은 갈등을 초래한다. 국가의 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그늘을 돌보는 데 기부는 중요하다. 팝 스타 존 레넌은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다”라고 했다.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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