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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 스크린 가득 번지는 흐뭇함

입력 : 2021-12-30 21:12:12 수정 : 2021-12-30 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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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 신작 ‘해피 뉴 이어’

스타급 출연진만 14명에 기시감
잔잔하게 웃기다가 눈물 쏙 빼는
곽재용표 로맨스 감성연출 돋봬

잃어버린 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
영상 속 두 시간 동안 되살려내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해피엔딩
곽재용 감독은 연말연시용 영화 ‘해피 뉴 이어’를 통해 코로나19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며, 특유의 감성연출과 뚝심으로 관객들을 흐뭇하게 만들고야 만다. 흥미진진 제공

친근한 휴 그랜트 주연의 ‘러브 액츄얼리’(2003)를 닮은 연말연시용 로맨스 멜로 영화들은 분명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어 대부분 좋아한다. 곽재용 감독의 신작 ‘해피 뉴 이어’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탓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넉넉히 달래고 위로한다.

사실 영화는 4분의 1쯤 흐를 때까지 객석을 휘어잡진 못한다. 단역을 제외하더라도 열 네 명이나 되는 스타급 출연진의 캐릭터와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등 판을 짜는 데 시간을 소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히 보아온 기시감 큰 장면들이 많아 밋밋하거나 때 지난 유행가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눈에 띈다.

그러나 곽재용이 누구던가. 1990년대 청춘영화 붐을 조성한 ‘비 오는 날 수채화’, 아시아 전역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을 완성한 ‘엽기적인 그녀’, 한국 멜로 영화의 바이블 ‘클래식’까지 촘촘한 스토리와 매력적 캐릭터, 빼어난 영상미로 깊은 여운을 안기는 곽재용표 로맨스를 창시한 장본인 아니던가. 잔잔하게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슬쩍 건드리며 눈물을 쑥 빼놓고야 마는 그의 필살기는 여전하다. 이번에도 곽 감독은 자신만의 감성연출로 정면 돌파해내며 초반부 우려를 잠재운다. 12월31일을 위한 영화답게 모두가 흐뭇해지는 종반부를 구축해놓았다.

호텔 엠로스가 배경이다.

호텔리어 소진(한지민)은 밴드 활동을 함께 해 온 친구 승효(김영광)를 15년 동안 짝사랑하지만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 좀 앉아봐.” 어느 날 승효가 옆자리를 탁탁 치며 곁을 내주곤 소진에게 말한다. “나 결혼해.” 눈치 없는 승효는 엠로스에서 식을 올릴 거라며 소진에게 약혼녀(고성희)를 맡기기까지 한다.

한지민은 엘리베이터신, 반지 받을 때 등 장면 하나하나마다 걸맞게 사랑스러우면서도 재밌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승효가 연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DJ 이강(서강준)은 긴 무명 기간을 거친 톱가수다. 매니저 상훈(이광수)은 재계약 전 이강이 큰 기획사로 옮길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한다. “우리 강이는요 예능을 싫어해요. 가능하면 예능프로 많이 잡지 마세요.” 진심으로 이강을 위하는 상훈은 잠시 뭉클하게 만들다가도 순간 분위기를 바꾸어 웃음을 유발한다. 이광수여서 설득력을 더한다.

소진의 남동생 세직(조준영)은 같은 학교 아영(원지안)을 좋아하다 친구들의 ‘작전’에 힘입어 고백할 기회를 갖는다.

재용(강하늘)은 공무원 시험에 다섯 번이나 떨어지고 애인에게도 차였다. ‘나의 격언집’을 들춰봐도 “자신 있게 사는 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라”는 구절이 나올 만큼 되는 일이 없다.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한번이라도 ‘럭셔리한 삶’을 살아보기 위해 엠로스에 투숙한다. 하지만 모닝콜 수연(임윤아)과 아침 대화를 나누면서 긍정 마인드를 회복한다. 강하늘의 능청연기가 안정적이다.

도어맨 상규(정진영)는 40년 전 첫사랑 캐서린(이혜영)과 재회한다.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이혜영의 매력이 발현되는 장면들이 여럿 있다.

짝수 강박증을 지닌 엠로스 대표 용진(이동욱)은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에게 호감을 느낀다. 리처드 기어와 데브라 윙거가 주연한 ‘사관과 신사’(1983)의 끝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엠로스에서 주말마다 맞선을 보고 퇴짜맞는 진호(이진욱)는 한 해의 마지막 날에도 기어이 선을 본다.

호텔 로비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부감촬영(위에서 내려찍기)했다. 예쁜 미장센을 고려한 카메라의 숨가쁜 노력이 가상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동화나 그림엽서처럼 화면을 예쁘게 꾸려나간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이기적이고 솔직하지 못해서, 용기내 고백 못한 것”이란 대사 한 줄을 손에 쥐고 나오게 된다.

곽 감독은 “우리가 잃어버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영화 속에서만이라도 한껏 되살려내고 싶었다”며 “스크린 속 깨끗한 느낌의 환경에 들어와 두 시간만이라도 코로나19를 잊어보라”고 말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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