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비대면 바람타고 고공 실적 이룬 IT기업들, 출혈경쟁에 ‘골머리’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1-12-26 15:00:00 수정 : 2021-12-26 14:44: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제 살 갉아먹는 거죠. 우선 시장을 선점하고 보자는 전략으로 인해 매출 실적은 높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내년에도 어려울 겁니다.”

 

국내 한 이커머스 기업의 임원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간 경쟁에 대해 토로했다. 코로나 특수로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출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순이익은 남의 이야기란 것이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미국의 아마존과 같이 시장을 선점한 뒤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많이들 세운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독점적 지배자가 아닌 상황에서는 기업들간 출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잔치를 벌인 IT기업들이 잇따른 출혈경쟁에 고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난에서부터 차세대 먹거리인 콘텐츠 플랫폼 인수전, 치킨게임이 되어버린 이커머스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에 이르기까지 IT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다.

 

◆대기업이 시작한 인건비 인상, 난감한 중소형 IT사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우선 IT기업 내 대표적인 경쟁은 인력 경쟁이다. 올해 초 게임사 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영입을 위한 연봉인상은 플랫폼 업계로까지 번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 속도에 불이 붙자 인력 유출을 막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을 내세운 것이다.

 

올해 초 넥슨으로 시작된 연봉인상 릴레이는 게임 업체를 넘어 야놀자, 요기요, 리디북스 등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확산했다.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기업 리디는 신입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려잡고 시니어급 개발자 등이 이직할 경우 50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또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연구개발(R&D) 조직을 최대 1000명까지 확대하고 평균 연봉을 최대 2000만 원까지 인상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게임사나 플랫폼사들까지도 연봉 인상 경쟁에 합류할 정도로 출혈 경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기업 수준으로 연봉인상을 하기 어려운 중소게임사들의 경우 인재를 빼앗기면 게임의 질이 떨어지고 회사가 어려워져 또 인재 수급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대형 IT기업들도 늘어난 인건비와 보상안으로 인해 나름의 부담을 안고 있다.

 

네이버 1분기 매출은 1조4991억 원으로 전년대비 29.8% 증가했지만 임직원에 부여한 주식선택매수권(스톡옵션) 등 주식보상비용의 증가로 영업비용이 1조2102억원으로 전년비 40.3%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카카오도 신규 채용 확대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으로 1분기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2929억원을 기록했다.

 

◆먼저 먹는게 임자…치킨게임 된 플랫폼들의 경쟁

 

2분기 매출 5조원이라는 사상최대를 실적을 세운 쿠팡은 최근 토지와 건물 등을 담보로 3억8000만달러(약37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매출과 달리 순이익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쿠팡의 올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어난 20조5000억원으로 전망되는데 연간영업손실 규모만 1조 563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9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보유 중이던 쿠팡의 지분 9%를 매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쿠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비전펀드가 매각한 주식은 16억9000만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쿠팡의 최대 주주인 비전펀드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 후 줄곧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대주주의 주식 매각은 결국 쿠팡의 성장성에 의심을 갖게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며 주가 하락이라는 결말을 가져왔다.

 

쿠팡은 상장 이후 분기마다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중이다. 누적 적자만 4조8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쿠팡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의 출혈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쿠팡이 승기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쿠팡의 경쟁사인 SSG닷컴과 마켈컬리 쿠팡의 대표적인 상품인 새벽배송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아마존과 달리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24% 정도로 ‘독점적 지위’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2년 한국의 IT 시장은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성장률이 본격적으로 둔화되며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