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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한국’ 혹은 ‘K’, 그리고 ‘한국적’인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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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5 14:00:00 수정 : 2021-12-24 1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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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Korea)을 의미하는 ‘K-’로 시작되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오래전부터 보아 온 K-팝부터 K-콘텐츠, K-컬쳐, K-무비, K-드라마, K-뷰티, K-푸드, K-방역 등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K라는 글자가 한국이라는 단어를 대체하고 있다. 

 

K 뒤에는 보통 영어 단어가 붙는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영화, 드라마, 음식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나라 밖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하니, 기분 좋은 일이다. 또 다른 콩글리시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언어는 늘 섞이고 바뀌며 시대를 반영하기에, 우리의 변화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지난번 ‘영화’에 이어 오늘도 원론적인 생각을 해보려 한다. 바로 ‘한국적’이란 개념의 의미 변화에 대해서 말이다. 올 한해 K라는 글자가 붙여졌던, ‘한국에서 만든’ 혹은 ‘한국인이 만든’, ‘한국적인’ 것들을 보며, 1980년대까지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 봤다. 

 

단순하게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영화로서는 처음 칸영화제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진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감독 이두용, 1983)와 주연 배우 강수연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씨받이’(감독 임권택, 1986)의 공통점이 느껴지는지?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던 ‘춘향뎐’(감독 임권택, 2000)까지 더하면 더 명확해진다. 이 영화들은 모두 사극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은 ‘한국 전통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에 가까웠다. 

 

서양인들이 이국적이고, 매력적으로 느낄 모습을 우리의 과거 모습에서 찾으려던 시도였는데, 영화계의 모습만은 아니었다. 

 

당시 몇 년 동안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방문했다면, 어디에 가고, 무엇을 하며 한국을 소개하고 싶은지?’ 놀랍게도 절반을 훨씬 넘는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의 전통적인 모습을 소개하겠다고 답했다. 경복궁에 가고, 부채춤이나 판소리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 이어서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가 한국 사람인데, 우리가 현재 먹고, 입고, 즐기는 것들은 한국적이지 않은 걸까?’ 

 

20여 년이 지난 요즘, 힉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다른 답이 나온다. 쇼핑을 하러 가고, 치킨을 먹으러 가고, 영화를 보러 가는 등등 요즘 자신들이 하는 것들을 하겠다는 답변이 훨씬 많다. 

 

최근 K라는 글자로 칭해지는 콘텐츠와 현상들도 바로 이런 변화와 통한다. 적어도 일부러 해외 시장을 노려 우리도 익숙하지 않은 과거를 다루거나, 해외 현지화를 위해 외국어로 노래하거나 연기하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의 지금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적어도 지금 우리의 모습을 ‘한국적’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한 때 우리 음식 ‘전’을 ‘코리안 스타일 피자’라 풀어서 이야기했지만, 이젠 일반 명사 그대로 ‘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올해 영국의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콩글리시’를 비롯해 ‘삼겹살’, ‘대박’ 등 26개의 우리말 단어가 수록된 것도 그런 변화를 확인하게 해준다. 우리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우리 언어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가 알려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문화를 정복했고, 이겼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그냥 현재의 나, 너, 우리의 모습으로 음악, 영화, 드라마, 음식 등등을 만들고, 공유하고, 다양한 취향대로 비판하고, 즐기고, 느끼면 된다. 

 

더불어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의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 역시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한국적인 것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모든 것의 의미는 늘 변화하니 말이다. 물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우리가 있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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