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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상징적 의미보다 실질적 이익이 우선돼야” [2022 신년특집 - 새해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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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03 06:00:00 수정 : 2022-01-03 07: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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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6인 인터뷰
文정부 정책 감성 치우쳐/ 북·미는 현실과 실용 치중/ 협상 분위기 띄우기 그쳐
바이든, 연말에 중간선거/ 큰 변화 추구 가능성 낮아/ 남북관계도 개선 힘들 듯
북·미간의 불신 이해 부족/ 양자대화 성사에만 집착/ 4자회담 효과적 활용 못해
2월 예정 한·미 군사훈련/ 어떤 수준서 전개할지가/ 北의 대남정책 변화줄 것
미·중 경쟁 격화·장기화/ 중간자 입장 점차 좁아져/ 정체성 갖고 방향 잡아야
한·일관계 복원 급하지만/ 기시다 내각 변화 힘들어/ 새 정권서 계기 마련 기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절실하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미·일·중·러 등 주변 4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펼쳤다. 문재인정부에서 남북관계는 한때 ‘장밋빛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정권 말기 종전선언에 매몰된 상황이다. 미·중의 전략경쟁 속에서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실리를 챙기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관계도 악화일로다. 세계일보는 6인의 외교·안보 전문가를 각각 인터뷰해 문재인정부의 지난 5년을 평가하고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지난 연말 진행한 김용현 동국대 교수(이름순), 김형석 대진대 교수,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전재성 서울대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의 각 인터뷰를 지상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지난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의 특징은.

김형석 대진대 교수 : 작년 한반도 정세는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면서도 간간이 햇빛이 비추는 상황과 같았다. 먹구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천둥 번개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 개발과 험담, 햇빛은 남북통신연락선 재개 등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이라고 하겠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왼쪽), 전재성 서울대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접촉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초당적 대화를 모색하기보다 ‘종전선언’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집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가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 : 미·중 경쟁 관계가 강화되면서,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과 함께 아시아 4대 대립지점인 한반도에 대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 구도가 강화되는 추세가 가장 큰 변화다.

―올해 남북관계 전망은.

김용현 동국대 교수 : ‘종전선언 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가는가’, ‘북·미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북측의 대남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오는 2월 한·미 군사훈련을 양국이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어떤 수준에서 전개할 것인가가 북한의 대응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다.

전재성 : 북·미 관계의 변화가 남북관계와 연동돼 있으므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중요한 변수다. 전반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금년 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북핵 문제에서 우선순위를 주거나 큰 변화를 추구할 전망은 크지 않다.

정성장 : 올해 진보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남·북·미·중이 동의할 ‘비핵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대남 무시 정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보수정권이 들어서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정책을 추구한다면 북한도 대남 강경·적대 정책으로 전환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왼쪽), 김용현 동국대 교수

―종전선언 전망은.

김용현 :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징검다리, 디딤돌로서 의미가 크다. 차기 정부가 보다 원활하게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문제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종전선언은 중요하다.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있어 촉박하기는 하지만, 시기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내용과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느냐가 중요하다. 현 정부의 주장대로 정치적 선언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마중물이 된다면 시도할 가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이 노리는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종전선언의 상징적 의미 외의 실리적 측면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듯하다. 대내적 이해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도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차기 정부에서 이 논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징적 의미보다는 실질적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내외적 논의와 지지를 확산시키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 우리 정부의 방향성에 대해 조언한다면.

김용현 : 지금 한반도를 보면 인도·태평양 라인의 미국 우방국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친중국 사이에 낀 형국이다.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는 한·미동맹의 유지 강화 속에, 한·중 협력도 하나의 축으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한·미, 한·중 관계도 한국의 국익, 실리 차원에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은미 : 기존까지 우리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하에 미·중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 노력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애매한 입장은 통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배제하는 방향에 동참하는 것이 아닌 중국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히 목소리를 냄으로써 한국이 지향하는 가치와 발전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백순 : 미·중의 전략적 경쟁은 점차 격화되고 장기화될 것이다. 그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간자적 입지는 점차 좁아질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의 구호 아래 ‘꿩 먹고 알 먹는 일’은 더 이상 힘들다. 미·중 간에 이분법적인 선택을 해서도 곤란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판단근거로 우리 외교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왼쪽),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일 관계가 복원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재성 : 양국 관계는 상당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더욱이 일본은 미·일동맹의 강화, 일본의 선도적 역할 속에 한국과 협력할 구체적 유인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 없이 미·일 관계 강화를 통해 일본의 입지를 다지고, 나중에 한·일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김형석 : 한·일 관계는 역사에 대한 인식 차이와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갈등관계가 조만간 해소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갈등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본다. 우리 새 정부가 현실적이고 실용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에 접근해야 한다.

최은미 : 기시다 내각이 들어섰지만, 한·일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총리는 바뀌었지만, 자민당과 그 주류세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참의원선거 결과를 기점으로 기시다 내각만의 차별성을 보여줄 안정적인 국내적 기반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 한국 또한 올해 신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 관계는 현재의 갈등상황을 타개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면.

김형석 :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에 대해 온갖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와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국은 ‘감성과 이상’에 치우친 대북 정책을 추진했고, 북한과 미국은 오히려 ‘현실과 실용’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유용성은 북·미 간 협상 분위기 조성 이상이 될 수 없는 한계를 보여 줬다.

이백순 : 외교자원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한 의제에 너무 허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략적 모호성을 내걸고 날로 격화되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 우리의 입장 정리를 천연하여 다음 정부에 많은 부담을 떠넘겼다. 한·일 간의 관계는 결과론적으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초기의 감성적 외교로 치우치다 현실적 장벽 앞에서 다시 후퇴하는 모습, 이로 인해 우리 국격이 손상되고 한·일 간 관계 회복 기반을 더 취약하게 했다.

정성장 : 문재인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미·중 4자회담 등 다자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북·미 간의 양자대화 성사에 집착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북·미 간에는 불신의 벽이 두껍고 적대의식이 뿌리 깊어 북·미 대화를 통해 양국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정부는 아직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선영·김범수·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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