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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출근길 지하철 시위’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력 : 2021-12-20 19:33:43 수정 : 2021-12-20 21: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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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없는 역 서울만 22곳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8%뿐
관련법 국회 계류… 처리 ‘하세월’
전장연은 “정부 의지 부족” 비판

“시민들의 비난 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우리 이야기 듣지 않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열차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내리고 있다. 이날 오전 왕십리역, 여의도역, 행당역 및 광화문역에서 벌어진 시위 여파로 지하철 5호선 방화행 열차 및 하남검단산행 열차 모두 지연 운행 되었다. 연합뉴스

“출근길에 너무한 것 아닌가요?” 20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 지하철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시위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반면 다른 SNS 이용자는 “오늘 지하철이 지연된 건 장애인단체 때문이 아니라 정당한 요구를 안 들어주는 정부 탓”이라며 시위를 옹호하는 의견을 남겼다.

 

지난 13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또다시 장애인단체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이들은 “우리를 향한 비난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 여의도역 등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휠체어 바퀴를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틈에 끼워 문이 닫히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까지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면서 지하철 5호선은 운행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SNS에는 “시위 때문에 출근이 2시간 넘게 걸렸다”, “회의에 못 들어갔다” 등 불편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방화 방면은 1시간40∼50분, 하남·마천 방면은 1시간10분 이상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의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는 올해에만 10여번 열렸다. 시위를 할 때마다 시선이 따갑지만, 이동권 관련 대책들이 오랜 시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지하철 시위는 ‘마지막 방법’이란 입장이다. 이날 시위는 국회에 계류 중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개정안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도·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1차 계획(2007∼2011년)에서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 목표를 31.5%로 잡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27.8%에 그친다. 도입률이 가장 높은 서울이 절반을 조금 넘고(57.8%), 경기·강원·충남·전남·경북·울산은 10%대다. 10년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역의 경우 서울시는 당초 내년까지 모든 역(283)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22곳은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 중 내년 설치가 계획된 곳은 8곳뿐이다. 이날 시위에 나선 전장연 관계자는 “오늘 하루는 (여러분이) 늦을 수 있지만 저희는 매일 지하철을 못 타고 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말을 들어주지 않아)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평소 5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아침에 불편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엘리베이터나 저상버스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이나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시설인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비장애인에게 ‘이동권’은 말조차 생소할 만큼 당연하지만 장애인은 그 당연한 것조차 보장받지 못해왔다”며 “정부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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