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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경 눈치 안봐요"… 요즘 내집 마련, 발품 대신 손품 [부동산 프롭테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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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1 06:00:00 수정 : 2021-12-20 19: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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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중개·관리 ICT 만나 진화

부동산 중개앱, 사진·VR 서비스
집 내부 구조·동선 등 확인 가능
분양 단지정보 동영상으로 전달
AI가 아파트 추천, 비대면 계약도
“시간 절약, 집구경 눈치 안봐도 돼”

프롭테크기업 2021년 294곳, 3년새 10배
인테리어·주차 플랫폼 등과 협업
금융권과도 손잡고 사업 영토 확장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 등 제공키로
전자계약 법적 근거도 마련해 추진
일각 “부동산업계와 공존시스템 필요”
#1. 올가을 결혼한 김영진(34)씨는 ‘발품’이 아닌 ‘손품’을 팔아 신혼집을 구했다. 먼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모은 정보를 토대로 직장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예산 한도 내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을 압축했다. 동네를 정한 뒤에는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꼼꼼하게 매물을 골랐다. 사진뿐 아니라 가상현실(VR) 서비스를 통해 집 내부 구조나 동선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김씨는 “앱에 있는 정보나 사진만 본 게 아니라 지역주민 커뮤니티를 뒤져 후기를 찾아보고, 위성지도로 주변 전망까지 살펴본 뒤 중개업소에 연락했다”며 “직접 집을 보러 가는 것과 달리 시간적 제약도 없고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2.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이모(23·여)씨는 지난해부터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DIY(do it yourself) 인테리어에 재미를 붙였다. 처음에는 커튼을 바꾸고 탁자의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수준이었지만, 요새는 탈부착이 쉬운 기능성 벽지를 이용해 원룸 전체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단계가 됐다. 인테리어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미리 전용 앱을 이용하는 것이 그만의 팁이다. 가상공간에서 방안 가구 배치를 바꿔 보고, 가구와 잘 어울리는 벽지 색깔을 고른 뒤 최적의 인테리어를 찾는 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프롭테크가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건설·중개·관리 등 부동산의 모든 영역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프롭테크 시장 규모는 2016년 18억2300만달러에서 2019년 90억1500만달러로 불과 3년새 5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프롭테크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26개에 불과했던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가 지난달 기준 294개사로, 누적 투자유치액이 3조9602억여원에 달한다.

단순히 부동산 매물 정보를 올려둔 초기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업무 영역도 훨씬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온라인으로 집을 보는 서비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직방은 견본주택을 방문하지 않고도 분양 단지와 관련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통과 학군 등 입지부터 동·호수 배치와 조경 등과 관련한 단지 정보 등을 사이버 견본주택과 함께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는 공인중개사는 물론 집 수리·청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부동산 거래부터 주거 관리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택트 파트너스’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방은 매물 탐색부터 계약까지 부동산 거래의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다방싸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R과 3차원 뷰(3D VIEW), 평면도 등으로 매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수압과 배수 상태, 수납장 등 옵션의 상태나 방의 실측 크기 등 궁금증을 해소해줄 동영상도 제공된다.

다윈중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아파트 추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직주근접, 교통, 교육, 편의시설, 자연환경 등 28가지 요소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아파트를 골라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밖에 인테리어 플랫폼인 오늘의집은 다른 유저들이 꾸민 다양한 인테리어 공간을 둘러보고, 인테리어 속 제품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올림플래닛은 부동산뿐 아니라 전시, 박람회 등 다양한 산업에 특화된 메타버스(현실세계와 비슷한 가상세계)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쏘시오리빙은 커뮤니티 시설 예약과 조식, 세차, 청소, 돌봄 등 아파트 단지 주민을 위한 20여가지 전문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프롭테크 사업의 종류와 업무 영역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다른 분야와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차 플랫폼 파킹클라우드와 셰어하우스 운영사 우주는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위해 협력 중이다. 파킹클라우드는 우주로부터 제공받은 서울 시내 150여개의 셰어하우스 주차 공간에 AI 무인주차관제 솔루션을 운영하고, 우주의 셰어하우스 입주자는 외부 차량 출차 관리를 편리하게 하면서 주거 편의성과 보안성을 확보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은행의 경우 프롭테크 기업이 제공한 부동산 정보를 은행 플랫폼 내 부동산 실거래가 등 매물 정보제공 서비스나 부동산 정보제공을 통한 대출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등은 부동산 자산 관리를 위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프롭테크와 협력을 통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프롭테크인 빅밸류는 기존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시세 산정 알고리즘 솔루션을 제작했다. 빅밸류는 SBI저축은행과 협엽해 주택 시세 평가기능을 탑재한 빌라 담보 대출 상품을 개발해 대출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프롭테크포럼 류호정 매니저는 “프롭테크는 이름만 낯설 뿐 이미 대중의 삶 깊숙한 곳에서 친밀하게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설사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롭테크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 유치가 활발해지고, 관련 기술과 산업이 비약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프롭테크’ 육성 속도… 중개업계와 갈등은 숙제

 

프롭테크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에서 학계·업계·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해 프롭테크를 포함한 부동산 신산업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현장에서 정부에 공공데이터 개방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프롭테크 특성상 부동산 정보가 기반이 돼야 하는 만큼 다양한 공공데이터가 민간에 개방돼야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도시계획정보와 건축물대장, 업무용 실거래가 등 업계 수요가 높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제공하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 식별 정보와 공장·창고·운수시설 등의 실거래가 정보 등도 내년부터 새롭게 제공할 방침이다.

 

다양한 기관에 산재한 정보와 민간이 수집한 정보 등을 효과적으로 수집 및 관리,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는 국토교통부, 건축물 정보는 세움터(건축물행정시스템), 전·월세 확정일자 시스템 등은 대법원이 각각 따로 관리하고 있다. 산재한 부동산 정보를 손쉽게 모아 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사용률이 저조한 부동산 전자계약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과의 계약이나 공적관리가 필요한 계약부터 전자계약 의무화를 추진하고, 추후 민간의 자발적인 이용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중개보수 바우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인재채용, 교통, 기관교류 등 경영환경이 우수한 곳에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업무공간도 조성한다. 기존에 서울 도심(한국부동산원 강남사옥)에서 제공하던 전용 사무공간을 내년 1월 확장하고, 기업 입주 수요 등을 고려해 판교2밸리, 부산 등으로 확대한다. 시장 수요에 맞춰 창업경진대회를 개편하고, 우수한 아이디어팀에 대한 후속교육과 각종 지원 등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프롭테크와 기존 부동산 업계 간 갈등도 숙제다. 프롭테크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업무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중개업계는 “프롭테크가 기술 발전이라는 핑계로 사실상 직접 중개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경우에도 프롭테크 업체의 감정평가법 위반을 고발하며 갈등을 벌이다가 최근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봉합에 나선 상황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타다 등 공유서비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업계에서도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일정 부분 충돌하고 갈등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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