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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칼럼] ‘노동이사제' 도입 겁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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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9 23:01:01 수정 : 2021-12-19 23: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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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노사분규 겪은 日 도요타
노동자 존중 인식 전환 대성공
대선주자들 찬성… 입법 가속도
부작용보다 순기능에 초점 둬야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거나 주재원으로 살아본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일제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절대적인 신뢰다. 자동차 왕국이라는 미국에서 절반이 넘는 차가 일제차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유학시절, 나도 일제차를 타고 다녔다. 부끄럽다는 것은 멀쩡한 국산차도 있는데 하필이면 사사건건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제차를 타고 다님에서 비롯된 자괴의 마음이다. 그러나 교포는 물론이고 유학생, 주재원들도 대부분 고장이 잦은 미제차나 리세일 밸류가 낮은 국산차보다는 일제차를 선호한다. 세금으로 온 공무원들도 하나같이 일제차를 타고 다닌다. 고장이 거의 없고 귀국 시 되팔 때 가격을 고려한 결과다. 이 때문에 해당 부처도 모른 척한다고 한다. 그 중심에 도요타가 있다.

도요타는 일본의 상징쯤 되는 회사다. 소니신화가 사라진 지금, 도요타가 일본기업의 간판쯤 된다. 1937년 설립된 도요타는 목적지향성이 강한 기업이다. 1950년대 심각한 노동쟁의로 파산위기까지 갔다. 1957년 도요타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미국자동차업계는 도요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런 도요타가 1980년대를 거치며 미국인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쌩쌩 달리고 있는 20∼30년 된 도요타는 미국에서 차고 넘친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매체경영학

도요타의 성공 이면에는 극심한 노사분규에서 얻은 교훈이 한몫한다. 미국기업들이 금과옥조로 떠받들던 주주 자본주의에서 한발 나아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일찌감치 도입한 결과다. 도요타는 공동체에 대한 깊은 헌신을 통해 경쟁사인 GM, 포드를 능가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노동자에 대한 인식전환이 작용했다. 도요타는 현장 노동자를 존중했다. 테일러 시스템으로 노동자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미국과 달리 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도요타가 추구하는 핵심가치 중의 하나였다. 이른바 가족경영으로도 불린다.

반면 미국의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이 게으르고 대체로 돈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로 보았다. 따라서 이들은 세심하게 통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위계질서에 의해 운영되고 경영진과 일반직원은 철저하게 구분되었다. 노동과 자본은 어차피 갈등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 존재했다. 성공한 기업은 대개 노동자들을 엄격하게 감독하고 가능한 한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고 여겼다. 말런 브랜도가 나온 영화 ‘워터 프론트’가 보여주듯 이 과정에서 노노갈등, 노사갈등이 심했다. 기업가들은 노조를 파괴하려 했고 반독점법을 내세워 노조를 처벌해야 한다고 사법부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상이한 경영의 승패는 길지 않은 시간에 끝났다. 노동자를 존중한 일본기업의 완벽한 승리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노동이사제 입법을 추진하고, 윤석열 후보까지 찬성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보수야당 후보가 적극 도입을 발언한 이후 관련 입법절차에 속도가 붙었다. 당연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영의 이해당사자로서 노동자가 당연히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법으로 경영권 침해를 강제하는 것은 시대역행”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경영 관련 의사 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재계에서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도입은 이제 시대정신쯤 된다. 노동자들을 부정적으로 보던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노동이사제가 가진 순기능은 엄연한 사실이다. 경영 현안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경영권 침해라는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주장은 지금의 시대에는 한물갔다.

물론 부작용도 만만찮다.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대표가 이사진과 같은 발언권을 갖게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과잉권한, 영업비밀 누설위험, 주주불만 등이 적잖은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제도는 없다. 누구는 현행 협력적 노사관계가 대안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차제에 근본적인 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하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겁내지 말자. 그 정도의 부작용은 감내할 만큼 우리 기업의 역량은 충분하고 넘친다. 대한민국 기업의 자랑스러운 저력이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매체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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