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시행 약 한 달 반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더 이상은 의료체계가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17일 뉴스1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에 따르면 전국의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81.4%다. 수도권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수도권의 경우 확보된 중증병상 837개 중 728개를 사용 중이다. 가동률은 약 87.0%로 현재 109개의 병상만 남았다.
아울러 수도권에서는 병원 입원과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환자도 1032명에 달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상황은 일상회복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유턴을 불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어렵게 시작한 일상회복 과정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면서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서기 위해서는 향후 2주간 잠시 멈춤으로 지역사회의 감염 전파 고리를 끊고 감염위험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다시 꺼내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는 당장 18일인 토요일부터 시작된다. 통상 금요일에 계획을 발표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계획이 시행되던 관행마저 깬 것이다. 그만큼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다. 이미 한동안 약화된 방역조치에서 생활해 온 시민들이 강화된 조치를 쉽게 수용할지 의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강력한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현 상황을 자율로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여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와중에서도 일부 식당은 쪼개서 앉기 등 편법을 동원하고 출입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었다.
대규모 다중이용시설이 방역패스 대상에서 빠진 점도 문제다. 주요 집단감염 발생 시설인 종교시설이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됐고, 현재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관련 시설도 당사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영업 제한 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의 발표가 너무 늦은 데다 2주간의 기간은 너무 짧다는 의견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선 3000명대로 확진자 발생을 줄여야 감당 가능한 수준에 이를 텐데 2주 안에는 불가능하다"며 "빠른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시간만 끌었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은경 청장도 "유행이 악화할 경우 12월 1만 명, 2022년 1월 중에는 최대 2만 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위중증 환자는 유행이 지속하는 경우 12월에 1600~1800명, 유행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1800~1900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방역수칙을 최대한 따르고 개개인의 기본수칙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두기를 시행할 거면 조금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거리두기를 통해서 2주를 벌었으니 문제를 되돌아보고 정비해야 한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못지않게 3차 접종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행히 한동안 접종률이 오르지 않던 3차 접종은 최근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전날 기준으로 국내 3차 접종자는 총 886만 명으로 전 국민 대비 접종률 17.3%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인구 대비 접종률도 46.4%로 11월 1주차 1.9%로 대비 크게 증가했다.
다만, 고령자의 코로나19 감염 및 위중증 발생 위험을 낮추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먼저 3차 접종을 시행한 이스라엘의 연구를 보면 3차 접종을 한 사람은 2차접종만 마친 사람에 비해 감염 예방효과가 11배, 위중증 예방효과가 20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조금 더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가접종의 필요성은 전체 연령층에서 동일하다"면서 "백신 접종의 최우선 목표는 중증이나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이지만, 다음 목표는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줄이는 데 있는 만큼 젊고 건강한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 효과는 분명히 감소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납득할 만한 보상체계 제시와 병상 추가 확보, 감염병전담요양원 지정, 코로나19 치료제 추가 구매 등도 정부가 우선순위로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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