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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리스크 ‘블랙홀’… 정책 대결은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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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7 06:00:00 수정 : 2021-12-16 2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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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배우자 허위 이력 논란 속
이재명 장남 불법 도박 의혹 돌출
李 “아비로서 사과” 尹 “국민께 죄송”
여야 ‘내로남불식 공방’만 가열

경선 땐 코로나 대책 등 의제 삼아
지지율 격차 줄자 가족검증 총력전
여권 유인태 “사생활 제기 땐 역풍”
野 금태섭 “천박한 공방에 국민 염증”
전문가 “지금이라도 정책선거 펼쳐야”

서로 ‘사과로 끝날 일 아니다’ 맞불
상대 후보 쪽으로 이슈 전환 안간힘
실정법 위반 혐의로 후보직 사퇴 요구

여야가 모두 대선 주자들의 ‘가족 리스크’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의혹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장남 불법도박 의혹이 부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불거진 가족 리스크에 양 진영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선 중반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16일 조선일보 보도로 자녀 불법도박 의혹이 알려지자 “아들의 잘못에 대해 사죄의 말씀 드린다”며 즉각 사과했다. 해당 보도는 이 후보의 장남(29)이 2019∼2020년 카드게임 사이트인 포커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 200여개를 근거로 불법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입장문에서 “언론 보도에 나온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라며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이날 인터넷 언론사 공동 인터뷰에서도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장남도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하며, 당사자로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15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부인 김씨의 허위이력 논란에 대해 “저나 제 처는 국민께서 기대하는 눈높이에 미흡한 점에 대해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용이 조금 더 정확히 밝혀지면 이러저러한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제대로 사과드려야지, 그냥 뭐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겠나”라고 했다. 앞서 오전에는 “사과에 공식과 비공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또 “과도하고 부당한 공세라고 하면 팩트체크를 해도, 국민들이 미흡하다고 생각할 때는 다 수용하고 100%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 차원”이라고 했다.

 

과도한 ‘연좌제’ 공세로 선거판이 혼탁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후보 부인, 아들을 심판하려고 투표를 하는 건 아니다”며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맞는 만큼, 후보 본인이 아닌 가족 의혹을 거론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이라도 맺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거대담론 없이 쥴리·도박 등 공방만… 네거티브전 변질

 

대선이 후보의 아내와 아들 리스크에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모두 ‘가족 리스크’를 안게 되면서 80여일 남은 대선이 ‘네거티브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정책과 의제, 담론이 실종되고 양쪽 모두 검증에만 열을 올리면서 ‘네거티브 전면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역대 대선에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의제나 담론이 선거를 주도했다. 17대 대선에서는 ‘경제성장’, 18대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 19대 대선에서는 ‘통합’과 ‘정의’ 등이 키워드로 꼽혔다. 이번 대선에서도 당내 경선까지는 ‘포스트 코로나’, ‘기본소득’, ‘부동산 개혁’ 등 의제 중심으로 가는 듯했다. 여야 모두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논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고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자 가족 검증과 흑색 선전 모드로 다시 돌아섰다. 양 진영 모두 최악의 대선판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씨 비판에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선봉에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섰다. 추 전 장관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김씨가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루머를 언급하며 “쥴리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나왔다. (‘주얼리’이기 때문이었나?)”라는 글을 썼다. 다음날인 9일에는 “건진요, 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김씨의 주가조작, 논문표절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아들이 ‘불법 도박’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수세에 몰린 이 후보는 직접 사과했지만, 민주당과 여권은 되레 김씨 관련 논란을 더 키우는 데 집중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 아들 논란이 터지자마자 SNS에 기다렸다는 듯 이 후보 비난 게시글을 올렸다. 과거 이 후보가 도박에 대해 “나라 망할 징조”라고 비판한 발언의 캡처를 공유하면서 공세를 폈다. 또,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한다”는 트위터 글을 따서 올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 후 아들의 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네거티브가 과열되자 각 진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쥴리 의혹 제기 등과 관련해)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사생활 문제를 제기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금태섭 전략기획실장은 페이스북에 “상대 후보에 대해서 당사자가 관여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개인 문제를 소재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내는 데는 정치권이 정작 중요한 과제를 외면하고 상대방 가족의 개인사 같은 문제를 놓고 천박한 공방을 벌이는 것도 큰 몫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지금이라도 포지티브 중심의 정책 선거를 펼쳐야 한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정책과 거대 담론이 실종된 선거여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표를 얻으려고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빠뜨리려는 네거티브에만 골몰하는 구조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대선 후보들과 선대위는 굵직한 쟁점을 개발해서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이슈를 이슈로만 덮으려 할 뿐 생산성이 없는 대선이어서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 코로나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얘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與 “尹 아내, 허위경력 명백한 범죄” 野 “李 아들, 불법도박 철저 수사를”

 

여야가 16일 상대 대선 후보의 ‘가족 리스크’를 겨냥한 총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이 같은 시기에 불거지면서, 상대 쪽으로 이슈를 전환하고 자신의 피해는 최소화하려는 ‘맞불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양당은 서로 “(후보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실정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고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도 내용만으로도 상습 도박죄로서 징역 3년 이하에 처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해당해 더 중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상당한 액수의 도박자금은 어떻게 조달한 것인지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이 후보는 장남을 즉시 수사기관에 자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장남 불법 도박에 대한 이 후보의 사과 내용 또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 사과문 중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는 대목을 들어 “이 후보는 중범죄를 단순한 ‘카드게임 사이트 유혹’에 빠진 치료대상쯤으로 치부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양심이 있다면 (이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민주당은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단순한 부풀리기가 아닌 명백한 반칙”이라고 규정했다. 조오섭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십수 년 동안 무려 12건이나 자신의 경력을 허위로 작성한 행위는 실수도, 관례도 아니고 명백한 범죄”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씨를 둘러싼 ‘사과 아닌 사과’ 논란에 대해 “국민 간 보기” “개 사과 버전2”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선대위 정무실장인 윤건영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를 ‘반칙, 위선, 오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며 “역대급 희한한 사과”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의 ‘시간강사 폄훼’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앞서 윤 후보가 “시간강사는 공개채용을 하지 않는다”며 김씨 이력의 진위가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 “자기 부인의 허물을 덮기 위해 이 땅의 수많은 시간강사의 삶을 송두리째 거짓으로 만들고 권리를 짓밟는 인격 살인이 부끄럽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교육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상임위 차원에서 김씨 관련 긴급 질의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윤석열 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은 “고발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했다.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봐서 구체적 검토 작업에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배민영·최형창·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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