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부정맥 위험…비만도 건강 위협
블랙 위도우는 유년기 트라우마 위험
스파이더맨 거미 능력, 낙상 위험 ↓

마블 팬이라면 어벤져스, 슈퍼 히어로들의 초인적 능력을 한 번쯤 부러워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마블 히어로들이 가진 능력은 한편으론 그들 자신을 옭아매는 양날의 검이다. 크고 작은 부상에 건강 상태가 좋을 리 없다.
마블 신작 영화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지난 15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 가운데, 마블 히어로들이 실존한다면 건강한 노년을 보내긴 힘들 것이란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 보건서비스연구센터 연구진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개봉한 마블 영화 24편을 분석해 영화 속 히어로들이 노년기에 치매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는 전날 발간된 영국 의학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마블 히어로들이 큰 소음과 대기오염, 머리 부상에 노출되는 점을 공통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개별적으로는 캐릭터 특징에 따라 발병 위험 등이 조금씩 다르다.
브루스 배너는 분노하면 심장 박동 수가 분당 200회로 치솟으며 괴력을 가진 헐크로 변한다. 이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며, 부정맥의 가장 흔한 형태인 심방세동(심방 근육이 국부적으로 불규칙하고 잦은 수축 운동을 하는 병적 상태)은 뇌졸중과 치매, 나아가 사망 위험을 키운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다른 히어로들과 달리 헐크에겐 비만도 건강 위협 요인이다. 연구진은 헐크의 키와 몸무게를 각각 약 213∼243㎝, 471∼635㎏으로 보고 체질량 지수(BMI)를 무려 120으로 추산했다.
블랙 위도우의 경우엔 가족사, 유년기 트라우마가 신체·정신 건강을 해칠 요인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특히 블랙 위도우가 어린 나이에 강제로 불임 시술을 받은 건 골다공증,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치매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파이더맨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주로 밤에 나가는 게 문제다. 십대의 권장 수면 시간은 하루 8∼10시간인데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부상이나 비만,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스파이더맨이 갖고 있는 민첩성, 유연성 등 거미의 능력은 노년기 낙상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히어로들에게 나쁜 소식만 있진 않다. 운동을 많이 하고 끈끈한 응집력이 있는 건 치매에 걸릴 위험을 줄여 준다. 타임스는 “결론은 히어로들도 건강한 노년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돈독한 우정과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특이한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마블 영화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