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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들의 포퓰리즘 경제 공약…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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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2 10:00:00 수정 : 2021-12-12 0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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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선심성 재정정책’
이재명, 국토세 걷어 재원 한다더니
“국민 반대 땐 철회”… 선심 공약 자인
윤석열, 아직까지도 조달 방안 ‘깜깜’
안철수 ‘연금’·김동연 ‘부동산세’ 개혁
누가 당선 되든 재정건전성에 부담

양극단 달리는 부동산 정책
李, 원가 수준 임차료 기본주택 제공
250만 가구 중 최소 100만 가구 배정
尹 ‘규제 일변도 정책이 부작용’ 비판
민간 재개발 등 규제 풀어 공급 물꼬

부동산 세제 개편도 제각각
李, 국토보유세 도입 투기 수요 억제
부동산 불로소득의 원천 차단 못박아
尹, 종부세 전면 개편·재산세 인하도
신혼부부·청년층의 LTV 80%까지 ↑

대선 후보들이 쏟아내는 경제 공약이 산으로 가고 있다. 핵심 공약을 하루아침에 번복하는가 하면, 경제 근간을 뒤흔들 정책을 숙고없이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 재원 마련 방법, 경제적 득실 등 공약이 갖춰야 할 핵심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다.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 논란은 늘 있었지만 이번만큼 극심했던 적은 드물다는 분석이다.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대선 후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격랑 속에 놓인 대한민국 경제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5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유력 대선 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경제 공약은 실현가능성과 재원 마련 등에서 뭇매를 맞으며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은 ‘기본 시리즈’다.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꾸준히 기본소득을 통한 경제활성화, 기본주택 도입 등을 강조했다.

 

기본소득의 경우 2023년부터 연간 청년 125만원·전국민 25만원 지급을 시작으로, 임기 중에 청년 200만원·전국민 10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재원은 국토보유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야당 등을 중심으로 실효성과 재원마련의 현실성 등을 들어 비판이 거셌지만, 그때마다 이 후보는 강하게 반박해왔다. 하지만 이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 후보 스스로 “국민 의사에 반해 강행하지 않겠다”며 제1 경제 공약의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략적인 내용을 요약한 1차 공약집을 내놨지만 사실상 목차 수준이다. 윤 후보는 공약집에서 당선 즉시 ‘자영업자·소상공인 43조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후보는 최근 세제 정책과 관련된 공약성 언급을 내놨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시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중장기적으로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발언이 세제 체계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과세 체계를 보면 본원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있다. 저런 발언은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말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여야가 각각 250만채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치는 제시했지만,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재원 규모나 조달 방안 등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李 “年 50조 기본소득” 尹 “소상공인 43조”… 대책 없는 빚잔치

 

유력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경제 공약은 ‘빚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본시리즈’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자영업자 지원금’ 등은 막대한 재원 소요가 불가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6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해 내년에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선을 앞둔 선심성 공약이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의 핵심 경제 공약은 기본소득이다. 대통령 임기 내 19∼29세 청년에게 연 200만원, 나머지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명에게 100만원씩만 지급해도 50조원이 든다. 이를 위한 재원은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을 신설하고, 재정구조 개혁과 조세감면 축소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와 관련해 국민이 반대하면 강행하지 않겠다며 최근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포기하는 셈이다. 앞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 지급 계획도 철회한 바 있다. 유연성을 앞세운 실용주의를 표방하지만 선심성 공약임을 자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 때마다 이런 공약을 만드는데 전부 선심성”이라며 “국민한테 뭔가 새로운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지금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문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인데, 기존 정책에서 뭐가 작동됐고 뭐가 문제였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5년마다 난리를 치면서 안 해본 새로운 것을 하려다 보니 난장판이 돼 버린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진도를 나아가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예산이 없어서 못한 게 많다”며 “그런 것을 놔두고 기본소득을 퍼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민간 중심 성장’을 외치면서도 당선 즉시 ‘자영업자·소상공인 43조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 소상공인에게 개인당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인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이 역시 대표적인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50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어떻게 쓸지도 말한 적이 없다”며 “자영업자 지원은 필요한데, 다시 생업을 할 수 있게 경쟁력을 키워줘야지 선거한다고 몇 푼 주면서 생색내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손실보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50조원은 황당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 5000억원을 구조조정해서 빼려고 해도 달려 있는 사람이 많아 빼지 못하고 빌릴 수밖에 없는데, 국가채무 상황이 위험하고 건전재정 운영을 해야 한다며 적자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하지도 않겠다고 한다”며 “국가재정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제3지대’ 대선 후보들도 경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모든 농어민에게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동일연금제 추진과 공적연금 단일체제 개편 등 연금개혁을 꺼내 들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신당 창당에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의 부동산 세제개편 공약을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은 대체로 세수 축소나 재정지출 확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기준 2025년 64.2%로 여전히 선진국 평균(118.8%)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6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불어나는 속도가 급격하다는 점은 우려를 사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2022년 예산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1064조4000억원)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웃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50.0%)도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상황을 고려해도 불과 2년 만에 국가채무가 259조2000억원 늘고, 채무비율이 10.2%포인트 상승한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李 “기본대출로 서민금융 안정 실현” 尹 “정부 과도한 대출규제 부작용만”

 

유력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금융 분야 공약은 결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기본소득 등 기본시리즈의 하나인 ‘기본대출’을 통해 서민의 금융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시장논리에 무게를 두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청년층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의 연장선에서 기본대출을 내걸었다. 기본대출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10∼20년) 저리(약 2.8%)로 대출해 주는 제도다. 서민을 주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상황을 고려하면 고신용자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정책이다.

 

혜택 측면에서는 상당하지만, 도덕적 해이나 리스크 증가 등에 대한 문제 탓에 금융권에서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 보증이기 때문에 상환 걱정은 없지만 연체에는 잡히기 때문에 은행권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가 예고된 상황과도 상충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에서 금융시장은 고신용자에게 저금리를 대원칙으로 생태계가 돌아가는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저리 대출은 그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문제로 보고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대출 총량 규제와 관련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과 같은 정부 당국의 갑작스럽고 무리한 규제는 부작용만 초래한다”면서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막아야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논리를 내세웠지만 윤 후보 역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금융지원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만기 10년(5년 연장 가능)의 기간 중 납입액의 15∼25%, 연간 250만원을 한도로 정부가 보조해 주는 청년도약계좌(1) 등이 대표적이다.

 

대상과 규모는 다르지만 정부재정이 상당 부분 투입된다는 점은 어느 정도 같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과거 아동수당을 추진하던 당시 아동복지 사업들이 10∼20% 삭감당한 적이 있다”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 등이 약한 고리에서 피해를 보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李도 尹도 ‘250만호 공급’ 걸었지만… “공공개발” “민간개발” 대립

 

부동산 민심이 내년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꼽히는 만큼 유력 여야 대선 후보들의 정책 대결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도 부동산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방향성은 전혀 딴판이다. ‘임기 내 250만가구’라는 수치만 동일할 뿐 이 후보는 ‘기본주택’을 기반으로 한 공공 중심, 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대출규제 완화 등 민간 중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 주택 공급 정책은 기본주택에서 출발한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차료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임기 내 공급하기로 한 주택 250만가구 중 최소 100만가구를 이 기본주택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추구하는 부동산 해법은 주거 공공성을 대폭 확대해 서민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에 목을 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주택 공급을 통해 아직 전체 주택의 5%도 되지 않는 장기임대 공공주택 비율은 10%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윤 후보가 내세운 공급 구상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 가뭄에 빠진 도심 주요 지역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과도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윤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역세권 첫 집’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이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기본 300%에서 500%로 올리고, 늘어난 물량의 50%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을 통해 추가비용 없이 5년간 20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대한 기본 인식이 판이한 만큼 두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방향도 제각각이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려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밝혔다.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국토보유세 전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조세저항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최근에는 이 후보 스스로 공약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현 정부보다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예정이다. 실거주 외에는 부동산을 이용한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못 박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 부동산 취득심사제 도입과 함께 비주거용 다주택 소유자의 고위직 임용·승진 제한 등을 공약했다. 부동산 정책과 공급을 전담하는 주택도시부를 신설하고, 부동산 관련 범죄를 발본색원할 부동산감독원도 설치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개편과 함께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재산세 인하를 공약한 것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50% 감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종부세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청년층의 LTV를 80%까지 높이고, 현 정부에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180도 다른 두 후보의 공약 속에서 전문가들이 꼽은 한 가지 공통점은 재원 마련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빠졌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주택 공급 구상 목표치인 연간 50만가구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라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주택 공급지표로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준공 실적인데, 문재인정부에서는 2018년 단 한 차례만 달성했다. 지난해 8·4대책을 기점으로 정부가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었음에도 지난해 전국 주택 준공량은 약 39만가구, 올해는 10월 기준 약 32만가구 수준에 그쳤다. 신도시 발표를 제외한 중소규모의 택지 개발로는 충당할 수 없는 주택 규모지만, 두 후보 측 모두 구체적인 입지나 재원 조달 방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년 안에 250만가구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라면서 “막연한 수준의 공급폭탄이 아니라, 꾸준하고 안정적인 공급기조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도입과 윤 후보의 종부세 통합 등 세제 개편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기존의 토지세나 종합부동산세 등과 같은 세목이라는 점에서 이중과세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데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윤 후보의 종부세 전면 개편을 비롯한 보유세 인하 방안은 세수 감소분에 대한 대책이나 투기수요를 잠재울 해결 방안 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두 후보 캠프 모두 구체적인 재원 구상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는 토지공개념이 강해지는 성격이고, 기본주택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분양 주택은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반대로 종부세 등 규제를 완화하는 윤 후보의 공약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공급량 여전히 부족… 차기 정권도 집값 안정 난망

 

한국에서 주택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유동성과 매매심리지수, 공급 물량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 시장 참여자의 심리는 직접 손댈 수 없지만, 유동성과 공급 물량은 정부가 장기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실제 각종 주택금융 규제를 시행하면서 주택시장으로 흘러드는 돈 길을 막아놓은 상태이며, 3기 수도권 신도시 등 중장기 주택공급 방안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그렇다면 차기 정권에서는 집값 안정이 이뤄질까. 쉽게 안정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고, 인허가 물량도 많다. 앞으로 계획되고 있는 물량도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입주 물량은 전 정권의 실적으로 보는 게 맞다. 통상 주택 인허가가 이뤄지고 실제 공급까진 2∼4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역대 최대 입주 물량’ 상당수는 박근혜정부에서 추진된 공급이 뒤늦게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음 정권은 입주 실적을 자랑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기간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지난 정부보다 36만호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전국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3년 이후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권 초반에 시장이 공급 확대 목소리를 외면하고 겹규제를 통한 주택 수요 억제책으로 일관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향후 시장에 공급될 주택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예고했다.

 

주택 수요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도 실적이 좋지 않다. 강남권 등 요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문재인정부 서울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 정권에 비해 8.7% 감소했고, 지난해엔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경우 재고 아파트라도 활발히 유통되면 집값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문재인정권에선 어려운 일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여당이 주도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가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이를 규제 완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 및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원칙으로 한 우리 소득세법 근간이 훼손되어 온 상황을 일부 정상화한 데 불과하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주택 시장에서 거래 활성화와 매물 증가를 통한 유효한 집값 안정 수단으로 꼽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나 한시적 폐지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세종=안용성 기자, 우상규·조희연·김준영·엄형준·박세준·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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