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부터 다른 공급 정책
李, 원가 수준 임차료 기본주택 제공
250만 가구 중 최소 100만 가구 배정
尹 ‘규제 일변도 정책이 부작용’ 비판
민간 재개발 등 규제 풀어 공급 물꼬
부동산 세제 개편도 제각각
李, 국토보유세 도입 투기 수요 억제
부동산 불로소득의 원천 차단 못박아
尹, 종부세 전면 개편·재산세 인하도
신혼부부·청년층의 LTV 80%까지 ↑
공약 실현 가능성은?
두 후보 공급 목표치 연간 50만 가구
중소규모 택지개발로는 충당 힘들어
세제도 이중과세·세수 감소 논란 우려
재원 마련 구체안도 빠져… 보완 필요 하>
부동산 민심이 내년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꼽히는 만큼 유력 여야 대선 후보들의 정책 대결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도 부동산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방향성은 전혀 딴판이다. ‘임기 내 250만가구’라는 수치만 동일할 뿐 이 후보는 ‘기본주택’을 기반으로 한 공공 중심, 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대출규제 완화 등 민간 중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공 vs 민간, 공급 출발점부터 달라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 주택 공급 정책은 기본주택에서 출발한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차료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임기 내 공급하기로 한 주택 250만가구 중 최소 100만가구를 이 기본주택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추구하는 부동산 해법은 주거 공공성을 대폭 확대해 서민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에 목을 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본주택 공급을 통해 아직 전체 주택의 5%도 되지 않는 장기임대 공공주택 비율은 10%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윤 후보가 내세운 공급 구상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 가뭄에 빠진 도심 주요 지역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과도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윤 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역세권 첫 집’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이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기본 300%에서 500%로 올리고, 늘어난 물량의 50%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을 통해 추가비용 없이 5년간 20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보유세 신설” vs “종부세 전면 개편”
부동산에 대한 기본 인식이 판이한 만큼 두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방향도 제각각이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1%까지 끌어올려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밝혔다.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국토보유세 전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조세저항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최근에는 이 후보 스스로 공약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현 정부보다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예정이다. 실거주 외에는 부동산을 이용한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못 박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 부동산 취득심사제 도입과 함께 비주거용 다주택 소유자의 고위직 임용·승진 제한 등을 공약했다. 부동산 정책과 공급을 전담하는 주택도시부를 신설하고, 부동산 관련 범죄를 발본색원할 부동산감독원도 설치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전면 개편과 함께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재산세 인하를 공약한 것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50% 감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종부세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신혼부부·청년층의 LTV를 80%까지 높이고, 현 정부에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마련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180도 다른 두 후보의 공약 속에서 전문가들이 꼽은 한 가지 공통점은 재원 마련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빠졌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주택 공급 구상 목표치인 연간 50만가구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라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주택 공급지표로 활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준공 실적인데, 문재인정부에서는 2018년 단 한 차례만 달성했다. 지난해 8·4대책을 기점으로 정부가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었음에도 지난해 전국 주택 준공량은 약 39만가구, 올해는 10월 기준 약 32만가구 수준에 그쳤다. 신도시 발표를 제외한 중소규모의 택지 개발로는 충당할 수 없는 주택 규모지만, 두 후보 측 모두 구체적인 입지나 재원 조달 방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년 안에 250만가구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라면서 “막연한 수준의 공급폭탄이 아니라, 꾸준하고 안정적인 공급기조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도입과 윤 후보의 종부세 통합 등 세제 개편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기존의 토지세나 종합부동산세 등과 같은 세목이라는 점에서 이중과세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데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윤 후보의 종부세 전면 개편을 비롯한 보유세 인하 방안은 세수 감소분에 대한 대책이나 투기수요를 잠재울 해결 방안 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두 후보 캠프 모두 구체적인 재원 구상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는 토지공개념이 강해지는 성격이고, 기본주택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분양 주택은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반대로 종부세 등 규제를 완화하는 윤 후보의 공약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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