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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 제대로 보여준 ‘작은 천사들’의 몸짓

입력 : 2021-12-05 21:00:00 수정 : 2021-12-05 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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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엔젤스예술단 정기공연 리뷰

‘무용 천재’ 배정혜 예술감독 진두지휘
초등·중학생 소녀들 번갈아 무대 올라
객석에 ‘사랑과 평화’ 주제 선명히 전달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역동성 돋보여
리틀엔젤스예술단이 4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정기공연 ‘천사들의 비상’을 펼치고 있다. 2022년 창단 6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인 예술단은 이번 무대에서 오랫동안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은 정통 레퍼토리 ‘북춤’ ‘처녀총각’ ‘부채춤’ 등과 함께 ‘바라다’ ‘설날’ ‘화검’ 등 배정혜 예술감독 취임 이후 만들어진 작품들을 선보였다. 리틀엔젤스예술단 제공

쿠바 미사일 위기로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뻔했던 시절인, 지금은 까마득한 1962년 창단한 리틀엔젤스예술단이 걸어온 길은 경이롭다. 단원 구성부터 9∼15세 소녀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순수 민간단체임에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사절단으로서 지난 59년 동안 60개국을 순방하며 무려 7000회 이상 공연을 펼쳤다. 미국 백악관 공연은 물론 영국 여왕 어전 공연의 영예까지 누렸다. 청사초롱, 시집가는 날, 꼭두각시 등 리틀엔젤스 고유의 레퍼토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따로 설명 없이 즐길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춤이며 대중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민족 문화의 원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어린 소녀들의 춤에선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공력과 율동이 느껴진다.

이 모든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백 년 역사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려는 리틀엔젤스의 결기 어린 무대가 지난 4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오랫동안 이어진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최근 새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 이번 공연에선 ‘전통’과 ‘변화’라는 섞이기 힘든 화두가 융화한 모범답안을 보여줬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배정혜’라는 걸출한 안무가를 품은 예술단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배정혜는 다섯 살 때 무용을 시작하고 열두 살 때 첫 개인 발표회를 연 무용 천재 출신. 수십년간 국립국악원 무용단, 국립무용단 등을 이끈, 직업이 ‘무용단장’인 예술가다. ‘한국 창작무용의 살아 있는 역사’라는 영예를 누리고 있는 배정혜는 2018년부터 예술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간 1년에 한두 편씩 ‘궁’ ‘바라다’ ‘설날아침’ ‘미얄’ ‘진쇠놀이’ ‘화검’ 등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선 신작은 없었으나 리틀엔젤스가 배정혜 예술감독 작품을 완전히 체화했음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2부를 여는 ‘바라다’에선 이 땅의 사랑과 평화를 갈구하는 간절한 주제의식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됐다. ‘미얄’에서 이름 바뀐 ‘놀이마당’과 ‘화검’은 새로운 리틀엔젤스 대표작으로 충분한 경지에 도달했다. 이전 인터뷰에서 배 예술감독은 “작품을 하나 하려면 훈련과 안무에 일 년쯤 걸린다. 난관이 뭐냐면 아이들은 자꾸 커서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어서 가르쳐서 할 만하면 졸업한다”며 성인보다 아이들 안무가 서너 곱절은 더 어렵다고 고개를 가로젓곤 했다. 그 같은 어려움을 딛고 자신이 만든 독자적 무용 방법론 ‘바(Bar)기본’과 전통춤 호흡 등으로 어린 단원을 지난 3년간 훈련한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는 춤사위였다.

예술단 ‘작은반’의 성취도 두드러졌다. 전통적으로 예술단 공연은 중학생인 ‘드림팀(큰반)’ 작품과 초등학교 고학년인 ‘작은반’ 작품을 번갈아 무대에 올린다. 아무래도 ‘작은반’은 ‘드림팀’에 견주어 기량이나 선보일 수 있는 작품에 한계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날 무대에서 ‘작은반’이 보여준 ‘설날’ ‘춘향이야기’ ‘탈춤’은 언니들만큼이나 집중력과 역동성이 돋보이는 춤이었다.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가 예술단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새롭게 구성한 웅장한 장고협주곡도 예술단의 힘찬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공연된 ‘강강수월래’와 높은 기량이 필요한 ‘부채춤’, ‘북춤’ 등은 예나 다름없이 지난 59년간 쌓인 예술단의 수준 높은 기량과 예술성을 과시하며 창단 백년을 향한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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