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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실대응 논란 속 ‘직무수행 중 피해 면책’ 입법 가속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1-12-01 06:00:00 수정 : 2021-12-01 02: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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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위,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의결
‘긴박한 직무수행 중 시민 피해’ 책임 감면 골자
경찰 “위험 상황서 과감한 법 집행 필요” 환영 뜻
참여연대 “경찰 물리력 남용 가능성…논의 중단해야”

경찰이 범인 진압 등 위급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시민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중대 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감면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 입법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현장 경찰관들이 과감한 법 집행에 나서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면책 조항으로 ‘인천 흉기난동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경찰 부실대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직무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범죄 예방·진압을 위한 직무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고, 그 직무수행이 불가피했다면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범죄자를 제압·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로 범인이 상해를 입게 되는 경우 등에 적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오토바이 폭주족을 추적·검거할 때 도주하던 운전자가 넘어져 다치거나 오토바이가 파손되면 경찰관의 추적이 적법·정당한지를 따져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런 경우 경찰 과실이 크지 않고, 추적 과정이 불가피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법적 책임이 감면된다. 일선에선 경찰관이 가정폭력 사건으로 현행범 체포한 피의자로부터 재물손괴나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역시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다.

 

행안위는 서영교·이병훈·김용판·임호선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건의 경직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이 같은 대안을 만들었다.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대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현행법상 직무수행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의 경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형을 감면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경찰관이 직무 집행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경직법은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 제10조(경찰장비의 사용) 등을 통해 범죄 예방·범인 체포를 위한 장비 사용 권한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민 피해에 대해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다만 경찰관의 직무수행이 적법했다면, 형법상 ‘정당행위’ 조항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왼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과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찰 “현장 직무수행 중 경과실 있을 수 있어…경직법상 별도의 감면 규정 둬야”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위험 상황에서의 과감한 법 집행이 필요한 만큼, 면책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지난 25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경찰이 다양하고 변화되는 치안 현장 속에서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 때 경과실 같은 부분이 반드시 있을 수가 있다”면서 “그것은 정당행위에 포섭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의 직무수행이 위축되거나 또 현장에서 주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직법상에 별도의 감면 규정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의 직무수행 과정에서 소송을 당해 공무원 책임보험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07건이었으며, 올해는 10월 기준 72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경직법에 면책 조항이 명시되면, 일선 경찰관들이 피소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전국 경찰에 보낸 서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필요한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주문하며 “소신 행위로 발생한 문제는 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힘껏 보호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선 현행 ‘소방기본법’과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상에 소방공무원와 구급·구조대원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다는 점도 개정안 통과가 필요한 이유로 거론된다. 두 법은 소방공무원과 구급·구조대원이 소방활동 또는 구조활동 과정에서 타인이나 요구조자를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해당 활동의 불가피성과 중과실 여부를 고려해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참여연대 “‘흉기 난동 사건’ 부실대응은 직무유기…‘책임감면’ 해결책 안 돼”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시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소한만 사용돼야 하는 경찰 물리력이 남용될 수 있는 만큼, 경직법상 면책 조항을 만드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전날 낸 논평에서 “최근 강력범죄 사건의 대응에서 드러난 경찰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이때 갑작스레 경찰 책임감면 논의가 이어진 것”이라며 “경찰의 직무 집행은 물리적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식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대응이 면책 조항 신설로 해결되긴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가진 경찰이 범죄현장에서 사실상 도주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대한 직무유기”라면서 “그런데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며 ‘책임감면’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같은 권한 남용 우려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 조항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 차장은 지난 25일 법안심사소위에서 “(경직법에는)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행하지 않거나 또는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별도로 있다”면서 “경직법상의 처벌 조항은 벌금형도 아니고 다 징역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직권남용의 문제는 그 법으로도 그렇고 형법 등의 법률에 의해서도 충분히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경직법 제12조는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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