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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권한 행사와 법적 책임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1-11-29 15:59:56 수정 : 2023-08-20 13: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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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모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40대 남성을 제압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경찰관에 대한 사회적인 공분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경찰관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면 법적 책임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민사적으로 살펴보면, 범죄 피해자가 경찰의 권한 불행사 등 직무 집행상 과실로 손해를 입고 국가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경찰관의 권한 불행사를 위법행위로 인정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직무로 하고 있습니다.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해 여러 권한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해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해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습니다. 그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경찰관에게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행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된다면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됩니다(대법원 2013다20427 판결, 2017다228083 판결 등).

 

#1. 경찰 공무원들이 폭력 신고를 이전의 다른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오인해 신고 시각으로부터 24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에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법원은 “▲경찰관 과실로 현저히 불합리하게 공무를 처리함으로써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직무상의 의무 위반과 피해자에 대한 살인사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며 ▲해당 경찰 공무원들에게는 살인사건 발생에 관한 예견 가능성도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경찰 공무원들이 범행에 가담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이 아니고, 단지 가능성을 미리 신고받고도 착오로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해 막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했습니다.(대법원 2017다228083 판결 및 그 원심판결)

 

#2. 경찰관들이 인질 납치범이 운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검문하려는 과정에서 용의자의 도주 위험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 및 절박한 정도 ▲그 상황에서 요구되는 경찰관의 초동조치 및 주의 의무의 정도 ▲추가적 범행의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국가는 인질 납치범과 연대해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직무 집행상 과실로 말미암아 피해자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사례에서도 법원은 국가의 책임 비율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했습니다.(대법원 2013다20427 판결 및 그 원심판결)

 

형사적으로는 경찰관에게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직무유기죄는 ‘구체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는데도 이러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 하에 그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성립하는 것입니다’(대법원 95도748 판결, 99도1904 판결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경찰관들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도박 혐의자 17명에 대해 ▲현행범인 체포서 대신에 임의동행 동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나마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석방했으며 ▲현행범인 석방 사실을 검사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고 ▲석방일시·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작성해 기록에 편철하지도 않았으며 ▲압수한 일부 도박자금에 관해 조서 및 목록도 작성하지 않은 채 검사의 지휘도 받지 않고 반환했고 ▲일부 도박 혐의자의 명의도용 사실과 도박 관련 범죄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을 확인하고서도 아무런 추가조사 없이 석방한 사안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행위는 단순히 업무를 소홀히 수행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의도적으로 수사업무를 방임 내지 포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8도11226 판결). 또한 경찰관이 불법체류자의 신병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하지 않고 훈방하면서 이들의 인적사항조차 기재해 두지 않아 문제가 된 사안에서 법원은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5도4202 판결).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경찰관이 위험 발생의 방지를 위한 조치, 범죄 예방을 위한 경고 및 제지, 위험 방지를 위한 출입, 경찰장비·장구 및 무기의 사용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의 이러한 권한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 피해자 보호 등 경찰관의 직무 수행을 위해 부여된 것입니다. 따라서 경찰권의 권한행사는 범죄 발생이 예견되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직무상의 의무입니다. 또한 이처럼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만큼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경찰관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 명예롭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미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miyeo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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