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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시인도 시작하는 것이다. 나도 여러분도 시작하는 것이다. 자유의 과잉을, 혼돈을 시작하는 것이다. …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시인 김수영이 시론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한 말이다. 문학평론가 남진우는 “시인은 순간에서 순간으로 나아가며 끊임없이 자기변혁을 수행하는 존재”라며 “김수영의 시학은 ‘시작의 시학’”이라고 강조했다. 철학자 강신주는 김수영의 시에 대해 “모더니즘의 정신은 새롭게 쓰는 것”이라며 “자기 자신이라서 쓸 수 있는 글이니까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김수영은 소시민적 비애를 모더니즘적 감각으로 노래했고 1960년 4·19혁명을 계기로 현실비판 의식과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썼다. ‘달나라의 장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등 수많은 시와 시론, 시평을 남겼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 제3인도교의 물속에 박은 철근 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시 ‘거대한 뿌리’의 한 구절이다.

그가 1968년 교통사고를 당해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 ‘풀’에서는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라고 읊었다. 부인 김현경은 에세이집 ‘김수영의 연인’에서 그의 시 정신에 대해 “오직 존재의 참되고 아름다운 정신의 지표를 바랐다. 자학까지 하면서 그는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길가에서 자라나던 무성한 풀잎들, 내 가슴속에는 언제나 그의 싱싱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시인 정희성은 최근 출범한 김수영기념사업회 창립 취지문에서 “김수영 시인은 시대와 역사와 민중의 생활 현장에서 한국 문학의 거룩한 전통을 세워 오늘도 늘 새롭게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며 “미래의 삶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김수영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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