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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 시대 막 내려… 이주열 "긴축 아닌 정상화"

입력 : 2021-11-26 06:00:00 수정 : 2021-11-26 07: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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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8월 이어 0.25%P 인상
20개월 만에 금리 1%대로
고물가·가계부채 급증 대응
이주열 “여전히 완화적 수준”
美 연준도 조기 인상 시사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0%대 금리’ 시대가 2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미국이 조기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은은 이에 더해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중 금리가 따라 오르면서 가계대출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8월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앞서 지난해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가 국내에 급속도로 번지면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고, 5월28일 0.25%포인트(0.75%→0.5%) 추가로 인하했다.

 

금통위는 이후 열린 아홉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다가 지난 8월, 15개월 만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은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개선되고 정부의 방역조치도 장기적인 기조로는 완화적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통위의 금리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상황보다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를 잡고 부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됐던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더 큰 관심은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쏠린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올해 2.3%, 내년은 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의 전망치보다 올해는 0.2%포인트, 내년은 0.5%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 볼 때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상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1분기 인상을 저희는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조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미국도 조기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4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참석자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보다 계속 높을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올라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PCE는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대표적 인플레이션 지표다.

 

◆경기부양보다 치솟는 물가잡기 방점… 2022년 초 추가 인상 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00%로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25일 금통위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도 주상영 금통위원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보다는 금리 인상론에 더 큰 무게가 실렸다. 금통위가 지난 8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나아가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까지 시사한 판단의 근거는 2개의 경제 전망 수치로 요약된다. 하나는 물가상승률,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률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경제 순항 중… 물가는 불안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함께 이 2개 수치를 발표했는데, 경제성장률은 변동이 없었다.

한은은 8월 예상과 마찬가지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당초와 마찬가지로 3%로 전망됐다. 각국의 코로나19 확진 상황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3분기 중 회복흐름이 다소 주춤했지만, 4분기 들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경제 활동도 점차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제1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등 중국 내수 산업의 문제가 클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자 수출품인 반도체 공급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제는 물가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물가가 고유가의 영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개월 전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높은 2.3%로 올려 잡았고, 내년 물가 상승률은 1.5%에서 2.0%로 0.5%포인트 크게 높였다.

한은은 8월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물가 상승의 제1 요인으로는 유가가 꼽힌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상승했고, 미국 등 주요국들이 비축유를 풀겠다고 밝혔음에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은 총재, 4대 인플레이션 요소 우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결정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대 인플레이션 위험 요소를 꼽았다.

국제유가와 이에 따른 원자재가격의 높은 변동성이 첫 번째고, 두 번째가 소비자물가 품목의 상승세다. 이 총재는 “2% 이상 상승한 소비자물가 품목의 개수가 연초에 비해 최근에 크게 늘어났다”면서 “또 그들 품목 가운데 수요측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소위 근원 품목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측 요인의 물가 압력이 수요측 요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다. 병목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국내 물가에 대한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 총재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심각하게 봤다. 이 총재는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이 2.7%로 상당폭 상승했다”면서 “기대심리가 불안해진다면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안 심리가 임금상승 요구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은 정상화” 강조… 추가 인상 예고

이 총재가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린 게 긴축이 이나라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일부 소비 제약 효과가 우려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민간 소비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어 경제를 지탱할 것이란 게 한은의 예상이다.

이 총재는 “실질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중립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때 그 당시 예상된 경기 침체와 충격에 대응해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것”이라며 “위기에 대응했던 조치를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거기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미국이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금리 인상을 미적거리기 어렵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은이 내년 1분기와 3분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미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린 상황이어서, 기준금리를 올리되 가계 부채 리스크를 줄일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붙은 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2021년 0.5%P 껑충… 가계 이자부담 5조8000억↑ 대출규제 맞물려 부동산 거래 더 위축될 듯

 

기준금리가 한 계단(0.25%포인트) 더 오르며 여신·수신 금리도 따라 오를 전망이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우려가 나오는 한편,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고 예적금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8월에 이어 또 한 번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0.5%포인트 올라가게 됐다.

 

이에 따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 9월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규모는 2020년 말 대비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 1인당 이자부담 규모로 보면 2020년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2분기 말 기준 추정치로, 지난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이 1744조7000억원까지 늘어나고 이 중 74.9%가 변동금리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6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의 동반상승으로 올해 가계대출금리가 1.03%포인트 상승하고,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액과 연체금액은 각각 17조5000억원, 3조2000억원씩 늘어난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이를 지난해 기준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1174만 가구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증가하는 이자부담액은 연 149만1000원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앞선 가계대출 규제와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부동산 구매심리를 제약하고, 주택 거래량을 더욱 감소시킬 전망이다. 여기에 11월 초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내년 중반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내년 상반기 국내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또한 내년 1월과 7월 차주별 DSR규제가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금리인상과 여신축소가 가계 이자부담 및 채무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수요자의 위험선호 약화로 이어져 결국 부동산 구매수요 위축과 자산가격 상승 둔화, 거래량 감소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만 빠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감원이 은행들의 금리 산정방식을 검토하겠다며 은행들을 압박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26일부터 가입하는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0.20∼0.4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수신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도 다음주 중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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