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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겨울간식 하면 떠오르는 붕어빵. 찬바람이 부는 11월 말, 12월 초면 어김없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반겼던 국민 간식이다. 붕어빵은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었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도 붕어빵은 일등공신이다. 늦은 귀갓길, 가장의 손에 들린 붕어빵 한 봉지는 아내의 잔소리와 아이들의 푸념을 단숨에 잠재웠다. 겉부분의 바삭한 식감과 한입 베어 물면 느껴지는 팥의 달콤함은 형언하기 힘들다. 식으면 눅눅해지는 붕어빵을 든 가장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붕어빵은 원래 ‘타이야키’라고 불리는 19세기 말 일본 음식에서 유래했다. 일본어로 ‘타이’는 도미, ‘야키’는 구이라는 뜻이다. 당시 일본에서 도미는 ‘백어의 왕’이라고 불리는 귀한 생선이었다. 서민들은 꿈도 못 꾸는 음식이다 보니 도미를 형상화한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붓고 팥을 듬뿍 넣어 바삭하게 구워낸 빵을 먹으며 대리만족을 했다. 일제 식민시절 한국에서 변형된 것이 붕어빵이다. 생선이 흔하지 않던 시절 가장 친숙한 민물어류는 붕어였다. 모두가 개천의 용이 될 수 없으니 붕어로 만족하자는 얼빠진 교수의 말을 차치하더라도, 붕어는 가재·개구리와 함께 서민을 대표하는 표상이다. 부모·자식 간에 ‘붕어빵’ 비유가 자주 쓰이는 것도 그만큼 붕어가 친근해서일 게다.

그런 붕어빵이 점차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다. 식습관 변화로 고구마, 치즈, 카레 등이 팥을 대신한 제품이 등장하고, 황금잉어빵 등 아류까지 생겨났다. 무엇보다 밀가루·팥·식용유·가스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면서 가게를 접고 있다. 국민정서상 붕어빵은 1000원에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국룰’이다.

급기야 붕어빵 가게를 찾아주는 앱이 등장하고, 붕어빵 점포 인근 주거지역을 뜻하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가정용 붕어빵 기계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인의 소울(soul)음식 붕어빵이 조만간 멸종위기 간식으로 전락할까 걱정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지금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붕어빵 장사가 유난히 그리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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