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도 결국 갔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을 유혈 진압했던, 한 때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의 마지막 염원은 통일이었다.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고인의 자택 앞에서 전씨가 지난 2017년 출간된 회고록 3권 648쪽에 사실상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이 자서전 해당 페이지에는 ‘글을 마치며’라는 소제로 “문득 내 가슴 속에 평생을 지녀온 염원과 작은 소망이 남아있음을 느낀다”고 시작했다.
그가 밝힌 ‘염원’과 ‘소망’은 통일이었다.
그는 “저 반민족적, 반역사적, 반문명적 집단인 김일성 왕조가 무너지고 조국이 통일되는 감격을 맞이하는 일.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며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 전 비사관은 “전방 고지라는 게 장지인데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장지가 결정될 때까지는 일단은 화장한 후에 연희동에 그냥 모시다가 결정되면 그리로 하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북한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앞서 지난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 당시에도 북한은 애도 등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그간 한국의 지도자급 인사의 별세에 선별적으로 애도를 표한 바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전씨가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 남북관계는 극도의 긴장감이 오가는 등 부정적인 관계가 꼽힌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지난 1983년 10월 미얀마를 방문한 전씨가 아웅산 국립묘소를 참배할 때 묘역에 폭탄을 설치하고 테러를 감행해 서석준 부총리 등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당한 ‘아웅산 테러’를 일으켰다.

또한 전씨는 대통령에 재임 중이었던 1986년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해 무려 200억t의 수공을 펼쳐 서울을 물바다로 만드려고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 모금을 받아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는 등 남북관계는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다.
이밖에도 마지막까지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국민 화합 및 회복과 거리 먼 행보를 걸은 그가 마지막 소원으로 통일을 내세운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정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그는 생전에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계엄군이기 때문에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잖아?”, “젊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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