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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폭로했으니 참아라?"… 폭로자 '신상털기' 법적 처벌은 [법잇슈]

입력 : 2021-10-22 15:22:33 수정 : 2021-10-23 1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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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사생활 폭로한 전 연인에 마구잡이식 신상털기 자행
사건과 무관한 정보 유포되고 인신공격·신변 위협도
신상털기, 일대일 채팅이라도 전파 가능성 있다면 명예훼손
폭로자 역시 공익목적 인정 안 될 경우 명예훼손 처벌 소지
배우 김선호.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 신상정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해도 되나.”

 

“유명인의 사생활을 먼저 폭로했으니 폭로자도 자기 정보가 알려져도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근 유명인을 상대로 한 학교폭력·사생활 논란 등 폭로가 이어지며 이에 동반되는 일반인 폭로자 ‘신상털기(신상정보를 알아내 퍼뜨리는 행위)’에 대한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폭로에 나섰다고 해서 사건과는 무관한 신상정보를 제 3자인 네티즌들이 마구잡이로 공유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폭로를 하겠다고 먼저 나선 이상 폭로자의 정보도 알려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 아니냐는 반박도 나온다. 유명인 대상 폭로 사건에서 일반인 폭로자 신상털기의 위험과 위법성은 어떻게 될까. 

 

◆일상화된 유명인 대상 폭로에… 폭로자 신상털기도 난무

 

지난 17일 배우 김선호 씨의 전 연인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씨의 과거 사생활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자 일부 네티즌들은 폭로자의 신상정보를 캐내 공유하기 시작했다. A씨의 나이와 사진, 과거 직업, SNS 계정 등을 포함한 사적인 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일부 네티즌들이 무분별한 일반인 신상털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폭로자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신상털기는 마녀사냥식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져갔다. A씨를 향한 성적인 희롱과 외모에 대한 조롱 등도 이어졌다. 협박이나 신변의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 측은 신상털기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2일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최선 측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신상정보를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이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유명인 대상 폭로 사건에서 폭로자의 신상털기가 문제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연이어 학교폭력·갑질 등 고발이 이뤄지며 폭로자를 찾기 위한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빈발했다.

 

◆논란 중심 선 ‘일반인 신상털기’… 법적 처벌은 어떻게

 

법조계에 따르면 신상털기와 정보 유포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 유포한 정보가 사실인 경우와 사실이 아닌 경우 모두 대상이 된다.

 

폭로자 신상털기에 대해 정재욱 법무법인 유한 파트너 변호사는 “그 내용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고 욕설이나 비방 등을 한 경우 별도로 모욕죄도 성립 가능하다”며 “적시된 내용이 사실일 경우에도 명예훼손은 성립되지만 허위의 사실인 경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상자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명예훼손은 성립된다. 정 변호사는 “여러 판례에 기반해 보면 이니셜로 대상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신상정보를 올린다고 해도 대상자가 누구인지 추측 가능한 정보들이 있다면 명예훼손 성립을 위한 특정성이 충족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상정보를 처음 알아내 퍼뜨린 사람뿐 아니라 해당 정보를 공유한 것만으로도 처벌될 소지가 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형법전문 변호사는 “공연성이 있는 SNS나 커뮤니티 등이 아닌 단톡방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담긴 명예훼손성 정보를 옮긴 것 역시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전파 가능성 이론’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단둘이 한 얘기라고 해도 정보를 들은 상대방이 외부에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로자가 먼저 명예훼손”… 폭로의 위법성 판단 기준은? 

 

일각에서는 폭로자가 먼저 유명인에 대한 정보를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신상털기 피해 역시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재욱 변호사는 “먼저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별개의 사안으로 폭로자 역시 폭로 대상자인 유명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될 경우 처벌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유명인 대상 폭로의 경우 일반인 대상 명예훼손과 달리 공익성이 중요한 판별 기준이 된다. 정 변호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과 달리 공인이나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은 공적 관심사나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음주운전 예방 홍보대사인 연예인이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걸 누군가 폭로했다면 공적 사안이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참작돼 무죄로 판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선호 씨를 대상으로 한 폭로 건에 대해서는 “낙태 강요 등의 내용을 공적 사안으로 봐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민영 변호사 역시 “판례이론 상 폭로 상대방이 얼굴이 잘 알려진 공인인 경우 ‘공적 인물 이론’에 따라 비판의 허용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명예훼손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판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폭로 내용이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인을 대상으로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진 폭로라면 무죄가 되겠지만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사생활 폭로가 과연 공익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연예인의 사생활을 대중이 알게 돼서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게 아니라면 사적 복수의 목적이 크다고 보고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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