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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학업중단 갈수록 심화… 2020년 하루 5명꼴 극단 선택 [심층기획 - 위기의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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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14 06:00:00 수정 : 2021-10-14 12: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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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청소년정신건강 위험수위

20대 이하 자살 2020년 1772명 역대 최다
교우관계 등 탓 학업중단도 5만2261명
청소년 정신상담 2021년만 14만건에 달해

정부 2023년까지 통합지원시스템 구축
모니터링·상담 확대 통해 사각 최소화
학비·주거 등 지원… 자립능력 키우기
적지 않은 청소년이 위기에 처해 있다.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이 늘고, 매년 수만명이 학교를 그만두거나 집을 뛰쳐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들 위기청소년 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지원 방안 강화 등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19로 더 우울해진 청소년

13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10·20대 자살사망자 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1606명이던 20대 이하 자살사망자 수는 지난해 1772명으로 10.3% 증가했다. 일평균 4.8명, 하루 5명꼴로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우울감을 느끼는 청소년도 덩달아 증가했다. 청소년 사이버상담 건수는 2019년 24만6000건에서 지난해 32만1000건으로 30.5% 늘었다. 정신건강을 문제로 상담을 원한 청소년이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까지 올해에만 ‘정신건강’ 항목 상담 건수가 14만1464건에 달했다. 월평균 1만7683건으로 2019년보다 30% 늘어난 수준이다.

신체·정신건강, 자해·자살 등의 이유 외에도 학업, 교우관계, 가정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2018년 5만57명에서 지난해 5만2261명으로 늘었다. 가정 밖 청소년 신규 발생 건수는 매년 2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줄어드는 출산율에 청소년 인구도 감소세지만 위기청소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부처별로 분리된 위기청소년 지원 시스템 통합

여가부는 학업중단 청소년을 관리해온 교육부, 취약계층 청소년을 보호해온 보건복지부 업무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쉼터 사업 등을 통합해 지난달 8일 ‘위기청소년 지원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3년까지 161억원을 들여 통합지원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이 시스템 구축에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병무청까지 참여한다.

정부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학교를 자퇴한 뒤 어느 정부 부처의 관리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이들을 조기에 발굴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가출한 다른 청소년을 찾거나 자살·자해 관련 글을 올리는 등 위험신호를 보내는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발견하면 경찰·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해당 글을 올린 청소년을 찾아 상담과 후속 조치를 연계해주는 ‘찾아가는 온라인 상담(사이버아웃리치)’도 강화한다.

여가부는 인터넷 카페, 블로그 외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매체 모니터링을 확대할 방침이다.

위기청소년이 원하는 경우 직접 상담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도 넓힌다. 전화·모바일·온라인으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1388’ 서비스는 통합콜센터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1338 상담 건수는 2017년 86만건에서 지난해 94만건, 올해 8월까지 53만건 등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상담사가 위기청소년을 직접 찾아가 일대일 심층상담을 진행하는 ‘청소년동반자’ 서비스도 강화됐다. 지난 8월 기준 전국에 1354명인 상담인력을 늘리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년센터도 확대해 자살·자해, 학교폭력, 소년범 등 위기청소년 유형에 맞춘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청소년 동반자 서비스는 지난해 133만건 진행됐다.

◆지원은 독립된 사회 일원이 되기까지

위기청소년 지원대책의 최종 목적은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자립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소년 특별지원사업 대상 연령을 기존 만 9∼18세에서 만 9∼24세로 확대했다. 만 19세가 넘어 법적으로 미성년자가 아니라도 실질적으로 자립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청소년쉼터를 퇴소해야 하는 가정 밖 청소년이나 학비를 구하지 못하던 청소년은 자립지원 수당을 받게 된다. 쉼터를 퇴소한 청소년은 달마다 30만원씩 최장 3년까지 자립지원 수당을 받는데, 대상도 기존 70명에서 내년부터 140명으로 두 배 확대됐다.

위기청소년의 주거 자립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쉼터 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는 청소년은 청년 대상 건설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쉼터 퇴소자가 대학 진학을 희망할 경우 장학금을 받고 행복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게 지원한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위기청소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이라며 “생활비나 학비 등을 지원하면 재학 여부와 관계없이 사각지대에 있는 24세 이하 위기청소년의 안전망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자와 내담 청소년이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여성가족부 제공

◆“‘마음의 병’ 씻는 상담… 삶이 더 건강해졌죠”

 

위기 청소년 조기발견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소년상담1388’ 서비스는 2015년까지 70만건 수준이던 상담 건수가 지난해 94만건으로 급증했다. 그만큼 집안 사정이나 교우관계, 성적 문제, 우울증 등 각종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는 청소년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 중 청소년상담1388 서비스 이용자 상당수는 “상담 선생님을 만나며 밝고 건강한 내 모습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이모(19)씨는 고등학생 때 전학을 온 뒤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상황을 가족조차 잘 이해해주지 못하자 이씨는 친구 추천으로 1388을 찾게 됐다. 그는 “상담의 주요 내용은 인간관계와 감정조절 관련이었다”며 “전에는 화나면 소리를 질렀는데 이젠 그러면 밖을 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단 사실 자체로 자신감이 엄청 커졌다”고 했다. 이씨는 상담 전후 변화로 “전에는 사소한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젠 인간관계가 수월해지며 학업성적도 좋아졌다”며 상담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태영(18)군 역시 상담을 받은 뒤 자신의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오군은 고등학교 입학 후 우울증을 앓으며 보호관찰까지 받았다. 마음의 병은 몸으로도 퍼졌다. 오군은 상담 때 자신이 언제, 왜 우울한지 털어놓고 상담센터를 통해 내시경 검사와 피부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자신의 우울증을 돌이켜보며 쓴 글로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다. 오군은 “상담으로 아프고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장애인 활동보조 자격증을 땄다”면서 “이 일로 나도 힘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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