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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북제재 완화 모색 美선 요지부동 … ‘北·美대화’ 여전히 안갯속 [한반도인사이트]

입력 : 2021-10-13 06:00:00 수정 : 2021-10-13 07: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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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카드’ 다시 꺼내든 北

지난 7월부터 영변원자로 가동 정황
IAEA선 “심각한 우려 부르는 원인”
文정부 “대북 관여 시급하다는 방증”

美 ‘조건 없는 대화’ 원칙 여전히 고수
北은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 기싸움
하노이회담 이후 북핵회담 교착상태

전문가들도 대북제재 완화 두고 이견
“스냅백 단서 달고 완화해야 협상 가능”
“최대 압박전략 가장 승산있어” 팽팽

‘北 영변 원자로, 가동 정황 포착.’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8월27일 발간한 ‘북한 안전조치 적용 보고서’를 통해 지난 7월 초부터 영변 핵시설 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5㎿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이다. IAEA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활동은 계속 심각한 우려를 부르는 원인”이라며 “더 나아가 5㎿ 원자로와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다는 새로운 정황들은 심각한 골칫거리”라고 평했다.

문재인정부는 IAEA 분석과 관련해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이런 상황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며 “한·미는 일치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처럼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핵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북·미 양국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며 가시적 접촉을 끊은 상황이다. 그 사이 북한은 전술핵무기 개발 등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의 핵무장 증강은 북핵 위기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북·미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란 대원칙을 내세우고, 북한은 잇단 무력시위 속에 ‘적대시정책 철회’란 조건을 주장하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양측 간 대화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북한 2027년까지 핵무기 151∼242개 보유할 것”

지난 4월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가 발간한 공동보고서 ‘북핵 위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30∼60개(미국 정보기관 추산치)의 핵무기를 보유한 이후 매년 12∼18개씩 추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 2020년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2027년까지 151∼242개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권 생존뿐 아니라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이루고 지역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단정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완화하려는 한·미의 주요 전략은 비핵화 협상이었지만, 이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실패해 왔고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른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란 기조 아래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소한의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북·미관계를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도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며 국방력 강화를 핵심 국가정책으로 천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북·미대화와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자위권을 내세운 군사력 강화는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대화 재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해석했다.

◆대북제재 두고 입장차 보이지만, 이견 없다는 韓·美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화를 통해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입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이전엔 ‘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시정책 철회도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와 배치되는 입장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의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자로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도 “현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대면협상에서 제시할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사항이 적시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중간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거듭된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계속 우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반은 역내 불안정 가능성을 높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대북 결의들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대북제재 완화 등을 얘기할 때가 아니란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한·미가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이처럼 엇박자를 보이면서 일각에서 ‘갈등설’까지 제기되자 외교부는 “한·미는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지난 5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과정에서부터 각급에서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완전히 조율된 대북정책을 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대북제재 완화’ 전문가들도 갑론을박

대북제재 완화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이 ‘스냅백’(제재 복원) 조항을 단서로 대북제재를 완화해 주는 것이 북핵 협상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북한이 핵·미사일의 포기 외에는 제재 출구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선다. 스냅백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완화한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조항을 말한다. 2015년 이란 핵 협상 당시에도 이 같은 스냅백 조항이 포함됐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지난 7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 핵·미사일 개발 현황과 창의적 북핵 해법의 모색’ 국제학술회의에서 “최초 단계에서 제재 완화를 내어주는 대신 북핵을 동결해야 한다”며 “도발·실험·확산금지 중 하나를 위반하면 다시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과 연계(할 것)”를 제언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협상) 첫 단계에서 합의하고 성과로 도출될 수 있는 경험을 한번은 가져야 한다”며 “가역적인 조치를 교환하고 최종 단계에서 불가역 조치를 교환하는 아이디어를 만들면 어렵지만 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대북제재 완화 유인책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결실을 낳지 못할 것이라고 하겠다”며 “나는 여전히 최대압박 전략이 가장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1년여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대북 강경파로 통하는 그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insanity)’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발언을 소개한 뒤 “북한과 관련해 ‘미친 짓’의 정의는 그저 대화를 시작하는 특권을 누리려고 북한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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