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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증금을 지킬 슬기로운 전세계약 방법 [이슈+]

입력 : 2021-10-11 08:00:00 수정 : 2021-10-11 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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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 급증
올해 들어 ‘40대 이상’ 사고액 역전…배 가까이 높아
전문가 “등기부 직접 분석해 근저당권 등 확인 필요
다가구주택 계약 시 선순위 임차인 계약 자료 요구해야
‘신탁등기’된 집 계약은 집주인 아닌 신탁사에 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 속에서 조금이나마 저렴한 전세를 찾으려는 20∼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직접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권리 분석’을 꼼꼼히 하고, 집값보다 대출금과 전세금의 합이 지나치게 높은 주택들은 계약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9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30세대의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2210억원으로 40대 이상 연령대의 사고 금액인 1302억원보다 배 가까이 높았다. 전세금반환보증은 임대인이 전세계약 종료 후 전세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할 수 없는 경우 HUG가 전세금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 상품이다. 2019년 HUG 전세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40대 이상이 2283억원, 2030세대는 1117억원이었는데 올해 들어 역전했다.

 

최근에는 서울, 대전 등에서 임대차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다가구주택 건물주가 신규 세입자에게 선순위 전세보증금 규모를 실제보다 낮게 고지하거나, 아예 알리지 않고 계약을 유도한 뒤 보증금을 챙겨 달아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집주인이 자기자본 없이 대출과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매입한 ‘갭투자’ 주택을 임차하면 부동산 경기 하락 시 ‘깡통전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깡통전세란 통상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임대차보증금의 합계가 집값과 비슷하거나 집값을 넘어서는 주택들을 지칭하며, 대출금과 보증금 합계가 주택 매매가격의 80%를 넘을 경우 깡통전세 위험이 높다고 평가된다. 집값 하락 국면에서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건물값보다 대출금과 전세금의 합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때 깡통전세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다가구주택은 임차인 계약 현황 자료 요구해야”

 

전세금을 떼이지 않기 위해 사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집에 법률적 하자는 없는지, 근저당권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 권리 분석을 꼼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을 통해 △임대차 계약서 상의 주택이 자신이 본 주택 주소와 일치하는지 △계약당사자와 집주인의 이름이 동일한지 비교하고, △해당 주택의 근저당권(담보 대출) 및 선순위 권리관계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근저당권 등 선순위채권과 전세금을 합친 비율이 집값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 주택들은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한다.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위조된 등기부등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위조본을 가리기 위해서는 인근 등기소나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를 통해 직접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서류를 전달받을 경우, 관련 서류의 발급 일자가 계약 당일이 맞는지 확인하고 날짜가 다를 경우엔 임대인 또는 공인중개사에게 재발급을 요청해야 한다. 계약 시에는 집주인의 얼굴이 신분증 사진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해 혹시나 모를 사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전세보증금 선순위 현황을 알기 힘든 다가구주택을 계약할 경우, 임대인에게 해당 주택 내 거주하고 있는 다른 전세 임차인은 총 몇 명인지와 보증금이 얼마인지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 최광석 변호사는 “다가구주택 같은 경우는 세입자 중에서 누가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먼저 받았느냐에 따라서 (세입자) 보호 순서가 정해진다”며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이 자신과 경쟁 관계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이러한 부분이 중요할 수가 있으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등기부에 다른 세입자 보증금이 얼마인지 나오는 게 아니라서 등기부등본만으로는 (선순위 현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집주인한테 직접 요구하거나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다른 세입자들과의 (전세) 계약서까지 확인시켜달라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연합뉴스

◆‘신탁등기’된 집은 신탁사에 임대차 계약 가능 여부 등 문의

 

계약하려는 집의 ‘신탁등기’ 여부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경기도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함께 운영하는 ‘깡통전세 피해예방 상담센터’는 전세 사기의 한 유형으로 ‘신탁사 소유 건물 사기’를 들고 있다. 

 

신탁회사에 건물 소유권을 넘긴 뒤 은행 대출을 받은 건물주가 세입자에게는 “집이 경매되더라도 배당 순위는 신탁회사보다 세입자가 선순위”라고 속여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보증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센터는 “신탁 물건의 경우 법적으로 신탁사 소유이기 때문에 절대 위탁자인 집주인의 말을 쉽게 믿어선 안 되며, 신탁사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문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변호사는 “신탁된 물건은 겉으로 보면 등기부가 깨끗해 보이지만, 신탁원부를 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우선 수익권’이 (신탁사에)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물이 신탁회사 앞으로 맡겨져 있으면, ‘이 집은 임대차 계약 함부로 못 한다. 그리고 대출도 상당히 많이 돼 있을 거다’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약 시 집주인이 아닌 대리인이 위임장을 갖고 계약하러 올 경우, 집주인의 인감증명서(부동산 임대차 계약용)가 첨부돼 있는지와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또 집주인과 영상 또는 전화통화를 통해 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할 경우, 대리인이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고도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한 것처럼 속여 중간에서 보증금 차액 등을 가로채는 ‘이중계약’ 사기에 당할 수 있다. 

 

계약을 담당하는 공인중개사가 무등록자 또는 명의대여자인지 확인하려면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검색해보거나 해당 시·군 부동산 관련 부서에 연락해 문의하면 된다. 

 

◆계약 후 곧바로 ‘전입신고·확정일자’ 받아야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주민센터 또는 온라인을 통해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전입신고를 해야 세입자의 대항력이 발생해 임대차 계약 기간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퇴거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그 집에 거주할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으면 향후 임차주택이 경매 또는 공매에 올라갈 경우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얻게 된다.

 

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이 운영하는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면 계약만료 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보증기관으로부터 대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은 기관마다 다르다. SGI서울보증은 10개월 이내(임대차 기간 1년 이상일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전세 계약 기간의 4분의 1이 지나기 이전, HUG는 전세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이어야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집값과 비교해 전세금이 지나치게 높거나,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받은 은행 대출 등 선순위채권이 기관별 제한 수준을 넘어설 경우엔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가입 대상이나 기준, 신청 기간, 보증료 등은 기관별로 차이가 있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최 변호사는 “결국은 튼실한 집, 즉 내 보증금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집에 들어가는 게 근본적인 대비책”이라며 “그런 집에 들어가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보증금을 받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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