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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직원 나와도 ‘방문 점검‘ 압박하는 서울도시가스

입력 : 2021-10-05 19:42:54 수정 : 2021-10-07 11: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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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점검 요청 집만 방문 주문
일부센터 “거절해도 최소 3번 가라”

고객 집 갔더니 “자가격리 중” 밝혀
검침원 확진… 회사선 되레 질책
저실적자에 경고성 등기도 보내
노조 “실적경쟁 멈춰 달라” 요구
지난달 서울도시가스 한 센터에서 검침원들에게 보낸 등기우편. ‘점검실적이 부진해 통보하니 업무에 참고 바란다’며 점검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서울도시가스 검침원 제공

“서울시는 방문점검을 최소화하라고 하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아요. 회사에서 방문실적이 낮다고 압박하니 어쩔 수 없죠.”

 

서울도시가스 위탁업체 소속 검침원 A씨는 요즘 매일 90세대의 문을 두드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7월 수도권 지역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뒤 고객 대면 업무가 한시 중단됐었지만, 지난달 초부터 방문점검 업무가 재개됐다. 서울시는 방문점검을 요청한 세대만 방문하라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은 현장에서 ‘방문점검을 받지 않겠다’고 거절한 집에도 최소 3번 이상 찾아가 방문실적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말까지 실적을 채워야 하다 보니 오히려 업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아진 상황이다. A씨는 “집으로 가 사람을 만나니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도 많다.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리면 화를 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지역 도시가스 검침원들은 방문실적을 채우라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감염 불안감을 호소하며 실적경쟁을 멈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시가스 고객에게 점검 여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고, ‘점검을 원한다’고 답한 고객의 집만 검침원들이 방문해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만큼 대면 업무를 되도록 줄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침원들의 대면 업무는 이전보다 줄지 않았다.

 

서울도시가스의 일부 센터는 방문점검 여부를 묻는 문자에 답하지 않은 고객의 경우 일단 찾아가고, 현장에서 점검을 거부하더라도 최소 3번 방문해 점검을 요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점검을 거부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한 검침원은 “방문점검 여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면 70% 정도는 답을 하지 않는다”며 “문자로 답을 준 고객 중 절반 정도는 방문점검을 원하고, 답을 하지 않은 집도 무조건 3번 이상 가야 해 결국 80% 이상은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고 몇번씩 가야 하니 일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검침원 B씨에게 코로나19는 실존하는 위험이다. 그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확진됐던 경험이 있다. 역학조사 결과 감염경로는 ‘알 수 없음’으로 나와 언제 어디서 감염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B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자가격리자 집에 방문한 적도 있다. 별다른 의심 없이 집으로 들어갔는데 마스크도 안 쓰고 있던 고객이 ‘사실 지금 자가격리중’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B씨는 “집 안으로 가는 일이다보니 방문점검은 늘 조심스럽다”며 “방문점검 실적 부담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센터가 실적을 강요하는 것은 센터 계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스 공급사는 수십 개의 고객센터와 계약을 맺고 점검 업무를 맡기는데, 계약 시 방문점검 실적이 중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센터는 방문실적이 낮은 직원에게 경고성 등기 우편을 보내거나 방문율이 높은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포상금을 주는 등 실적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센터는 서울시가 방문점검을 중단하라고 한 기간에도 검침원에게 방문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침원 C씨는 “매주 실적을 얘기해 스트레스가 많다. 오늘도 회사에서 내 실적을 문자로 보냈다”며 “점검 거부 가정은 실적에 포함하지 않아 실적률이 미진한 것으로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실적경쟁을 멈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윤숙 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가스 분회장은 “점검뿐 아니라 매달 3500세대의 계량기 검침, 고지서 송달업무도 하는데 감염에 대한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한다”며 “최소한 안전한 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체 측에 실적 압박을 지양하라고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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