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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독자기술 확보’ 새 역사… 세계 7대 우주강국 첫 걸음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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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26 12:00:00 수정 : 2021-09-26 19: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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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10월 21일 우주로

1.5톤 위성 싣고 고도 800㎞까지 올라갈 수 있어
기술이전 엄격히 금지… 독자 개발 큰 의미
해외에 막대한 돈 내고 기다릴 필요 없어
성공 땐 세계 7번째 중대형 로켓 보유국가

불꽃·굉음 내며 단 16분 만에 지구 밖으로
美·러와 대등한 액체엔진 시험설비 구축
발사대까지 설계·조립 등 전 과정 국산화
12년간 2조 투입… 2022년 5월 2차발사 예정
사상 처음으로 온전히 우리 힘으로 개발한 발사체가 내달 우주로 날아오른다. 한국 우주개발 역사 30년 만의 성과다. 12년간 2조원 가까이 투입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날씨 등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내달 21일 불꽃과 굉음을 내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떠날 예정이다. 누리호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된다. 해외에 막대한 돈을 내고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든 우리 위성을 우주로 쏠 수 있는 첫발을 내딛게 된다.


◆발사체 독자 기술 확보…역사적 성과

발사체는 위성이나 우주선을 지구 밖으로 실어나르는 로켓추진시스템을 말한다. 누리호는 1.5t을 싣고 궤도 600~800㎞까지 올라갈 수 있다. 2013년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가 무게 1.3t으로 궤도 550㎞를 돌고 있으니, 누리호는 아리랑 5호 같은 지구관측용 위성을 쏘아 올릴 어엿한 성능을 갖춘 셈이다.

누리호 발사는 ‘완전한 독자 기술 확보’라는 점에서 한국 우주 개발사에 결정적 순간이다. 국내 발사체 개발의 역사는 1990년 시작된다. 3년간의 개발을 거쳐 과학로켓인 ‘과학1호’(KSR-1)가 1993년 장비 50㎏을 싣고 지상 70㎞까지 날았다. 이후 한 계단씩 오른 끝에 2013년 나로호가 3차 시도에서 300㎞까지 치솟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핵심인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통째로 수입한 결과였다.

발사체 독자 개발이 의미가 큰 이유는 미사일기술 통제체제(MTCR)와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따라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됐기 때문이다. 자체 발사체를 갖고 싶다면 기술 전수를 기대하기 힘든 조건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세계 위성 발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분석 기업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세계 위성 발사 수요는 2009~2018년 2298기에서 2019~2028년 9935기로 늘어날 전망이다.

 

누리호가 성공하면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 기존 60%에서 70%까지 올라간다. 또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엔진을 개발·보유하게 된다. 누리호에는 75t급 액체엔진이 들어간다.

한국은 위성 발사 수요가 많음에도 발사체가 없어 매번 해외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소형발사체라 해도 최소 수십억원을 내야 하는 데다 쏘는 시기도 해외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누리호가 발사를 거듭해 상용화되면 이런 어려움을 덜 수 있다.

 

◆단 16분 만에 지구 밖으로…우주 기술의 집합체

누리호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장관일 전망이다. 누리호는 발사 후 고도 59㎞에서 1단 300t 엔진(75t 엔진 4기 묶음) 로켓이 분리된다. 2차로 2단 75t 로켓에 불이 붙어 고도 258㎞에서 떨어져 나간다. 마지막으로 3단 로켓이 점화돼 고도 700㎞까지 올라간 후 싣고 온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내려놓는다. 고흥군에서 지구 밖으로 나가기까지 단 16분여밖에 안 걸린다.

1차 발사에 성공하면 다시 내년 5월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하고 2차 발사를 하게 된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관계자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막대하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최초 발사체의 성공률은 30%가 채 되지 못한다”고 했다.

발사체는 그 자체로 우주 기술의 집합체다. 안 교수는 “발사체는 지표면에서 출발해 우주에 도달한다. 대기가 있는 공간과 대기가 없는 공간을 나아가는 두 가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 발사체 개발이 힘든 본질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8월말 최종 점검 단계인 WDR(Wet Dress Rehearsal)을 위해 준비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그런 만큼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이룬 기술적 성과도 많다. 우선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엑체엔진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이 설비는 진공 상태와 유사한 환경으로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를 견딜 수 있다. 설비가 놓인 건축물은 150t 하중을 버틸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엔진이 개발되면 연료를 넣어 성능이 제대로 나오는지 시험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민간기업조차 이런 시설이 없었다”며 “누리호 개발 초기에도 러시아 설비를 빌려야 했다”고 전했다.

누리호를 떠나보낼 발사대도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했다. 발사대는 높이 45m로 누리호에 탯줄처럼 수많은 배관과 케이블을 연결하게 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발사체가 다르면 발사대도 달라져야 하는데 나로호는 170t 엔진인 반면 누리호는 300t급이기에 발사대를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료와 산화제가 들어가는 탱크 역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먼 우주로 가니 가벼워야 하는데, 탱크 내부에는 대기압의 4~6배 압력이 가해지는 모순을 풀어야 했다. 연료 등이 흐르는 배관은 영하 200도까지 견디도록 만들어졌다. 배관 제작 후에는 0.1㎜의 이물질조차 남지 않도록 씻어냈다. 연료가 새지 않는지 시험해봐야 하는 지점은 2000여곳에 달했다. 75t 엔진 4개를 오차 없이 정렬해 300t급으로 만드는 데도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300개 민간기업이 협력했다. 민간기업이 우주로 진출해 새 사업 기회를 만드는 ‘뉴스페이스’가 강세인 세계적 흐름 속에서, 누리호를 계기로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도 활기가 돌게 됐다.

국내 우주 기술은 누리호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탑재 중량, 발사 고도 등 기술 수준에서 우주 선진국과 ‘체급’ 차이가 한참이다. 선도국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고 민간기업을 육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기업 스페이스 X의 경우 1·2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안 교수는 “누리호는 필요할 때 우리 기술로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며 “발사체를 개발해서 한 번이라도 쏘아본 나라는 10개 내외이기에 누리호 발사는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누리호, 역량 강화 위해 2027년까지 4번 더 발사

 

우리 힘으로 만든 누리호 발사로 한국 우주 개발은 전기를 맞게 됐다. 누리호 외에도 국내 우주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릴 사업이 착착 진행 중이다.

 

누리호의 경우 내년 5월 2차 발사 후 2027년까지 네 번의 반복 발사를 거친다. 두 번의 시험 발사만으로는 누리호를 위성 시장에 내놓기는 힘들다. 국내외에서 수천억원어치 인공위성을 믿고 맡기려면 성공률을 증명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발사체 반복 발사와 개량을 포함한 고도화 사업에 내년 예산 1728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2027년까지 총 예산은 7000억원이다.

 

내년에는 GPS를 대체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도 긴 여정에 오른다. 올해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KPS는 내년부터 2035년까지 14년간 3조7234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다.

 

GPS로 대표되는 위성항법시스템은 인공위성으로 지상에 정밀한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그간 교통, 측량, 재난 안전, 항공 운항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최근에는 위성항법시스템이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드론 등에 쓰이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 간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일본, 인도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이다.

내년 8월에는 한국형 달 궤도선(KPLO)도 달을 향해 떠난다. 달 궤도선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 X를 통해 쏘아 올려져 내년 말 달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에서 1년간 머문다.

 

이 궤도선에는 국내 제작 탑재체 5종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섀도캠이라는 고해상도 카메라가 실려 달 주변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는 달 표면을 관측해 달 착륙 후보지를 탐색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탑재체인 광시야편광카메라는 100m급 해상도로 달 표면의 편광영상과 티타늄 지도를 산출한다.

 

경희대의 자기장측정기는 미세 자기장을 측정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분광기는 5종 이상의 달 원소 지도를 제작한다. 전자통신연구원은 우주인터넷 검증기를 실어 지구와 달 궤도선 사이 메시지·동영상 전송 등을 시험한다.

 

정부는 이외에도 2031년까지 공공분야의 초소형 위성 100기 이상을 민간기업 주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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