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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강타한 ‘대장동 의혹’… 여야 대선 지형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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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23 06:00:00 수정 : 2021-09-23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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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지지율 혼전 양상
與 경선 분수령 호남 투표전 돌입
李 대세론 꺾이면 수도권도 영향

野, 윤석열 ‘고발사주’ 여진 계속
TK 관망세 속 홍준표 약진 변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정치권을 강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추석 연휴 기간 최대 이슈로 부각되며 여야 대선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경선 최대 분수령인 호남권 투표가 시작됐다. 야권에선 ‘고발 사주’ 의혹의 여진 속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전략적 관망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여야를 통틀어 1위를 유지했던 이재명 후보는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가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여야 모두 추격에 박차를 가하는 2위 주자들은 1위를 상대로 한 대역전극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윤 후보는 전주보다 2.4%포인트 오른 28.8%, 이재명 후보는 4.2%포인트 내린 23.6%로 집계됐다. 윤 전 총장이 이 후보를 앞선 것은 8월 20~21일 조사 이후 4주 만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6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전주보다 1.0%포인트 내린 15.4%였고, 민주당 이낙연 후보는 13.7%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또 KBS가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날 발표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27.8%로 윤 후보(18.8%)를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 격차로 앞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 사건이 21∼22일 시작된 민주당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전남 투표 결과는 오는 25일, 전북 결과는 26일 공개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호남 경선에서 1등을 한다고 해도 누적 투표율이 50% 밑으로 떨어지면 대세론이 꺾여 수도권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그 경우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는 “이낙연 후보가 호남에서 표차를 좁히더라도 1등을 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여론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해 지금 판세가 굳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낙연 후보가 1등을 할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역전할 힘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고발 사주’ 의혹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홍 후보의 약진이 변수다. 국민의힘 한 TK 의원은 통화에서 “윤이냐, 홍이냐를 놓고 누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가 지역 민심의 화두였다”며 “한쪽으로 확 쏠리기보다는 관망세가 강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지난 16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1차 TV 토론회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에 대해 “과잉수사였다”고 말하며 ‘조국수홍’(조국수호 + 홍준표)이라는 지지층 비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신 교수는 “홍 후보 지지율 상승에는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말고도 추가적인 지지층 유입이 있었는데 ‘조국 발언’으로 2030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윤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사체의 모습만 보였을 뿐,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발광체로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야권은 1, 2위 후보 모두 결정적 하자가 있어 판세가 상당히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 “일베용어로 호남 비하”… 명 “겉·속 다르다는 일상용어”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 간 난타전이 추석 연휴를 거치며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번엔 이재명 후보의 ‘수박’ 발언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이낙연 후보 측은 일간베스트(일베·극우성향 커뮤니티) 용어를 동원해 호남을 비하했다고 질타했고, 이재명 후보 측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받아쳤다.

 

21일부터 시작된 광주·전남 권리당원과 대의원 온라인 투표율은 22일 오후 9시 기준, 각각 40.29%(5만826표), 84.72%(1148표)를 기록했다. 민주당의 ‘심장’ 호남은 권리당원만 20만명이 넘는 최대 승부처다. 충청과 강원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 밀린 이낙연 후보가 호남권에서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 결선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도마에 오른 ‘수박’ 발언

 

이날 민주당 양대 후보 측은 이재명 후보의 ‘수박’ 발언이 어떤 뜻이었나를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전날 이재명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에게 당시 공영개발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적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 이병훈 의원은 브리핑에서 “수박이란 표현은 ‘홍어’에 이어서 일베가 쓰던 용어”라며 “5·18 희생자를 멸칭하는 것이 수박이다. 정말 해선 안 될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일베 사람들이 조롱하며 쓰는 용어를 같이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수박은 속은 빨갛고 겉은 파랗다”며 “‘빨갱이’를 지칭하는 게 수박이다. 전형적인 색깔론 용어”라고 주장했다.

소방관과 인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22일 서울 동작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같은 날 브리핑을 연 이재명 캠프는 “그 뜻이 아니다”고 맞불을 놨다.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다. 왜 수박을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유감이다. 셀프 디스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서울 동작소방서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공격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두 후보 측은 야당이 주장하는 특별검사·국정조사를 두고도 견해차를 보였다. 김종민 의원은 “특검을 도입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박주민 의원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근무했고, 원유철 전 의원이 고문이었던 게 사실로 드러났다”며 “본인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히지 않고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한다.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가 2013년 2월 트위터에 “대장동 논밭 30만평 용도변경만 하면 생기는 수백, 수천억 개발이익 불로소득 당연히 시민이 가져야죠”라고 적은 글을 두고 일부에선 ‘당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후보 측의 ‘지가 상승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최근 해명과 앞뒤가 안 맞는다는 취지다. 이재명 후보 측은 “상식적으로 논밭이 택지로 전환되면 가격이 오른다”며 “(개발이익을) 민간에만 주지 말고, 공공에서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전주 한옥마을 찾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가 22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주=뉴스1

◆추석 연휴 내내 ‘말 전쟁’ 벌인 명·낙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는 연휴가 본격 시작된 18일부터 SNS를 통해 대략 하루에 1~2건씩 저격 글을 올렸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현근택 대변인이 선봉에 섰다. 현 대변인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이낙연 캠프는 야당과 한 배를 타려는 것인가”라고 했고, 하루 뒤엔 “이낙연 후보는 야당 대변인이 되려는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낙연 후보가 대장동 개발 관련 국정조사 필요성을 광주지역 방송 토론회에서 언급하자 이를 받아친 것이다. 현 대변인은 이낙연 후보 측 설훈 의원이 이재명 후보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빗댄 것을 두고 “원팀 정신을 부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특히 “이낙연 후보의 질문과 요구가 야당의 요구와 일치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낙연 캠프에서는 박광온 의원과 윤영찬 의원 등이 나섰다. 박 의원은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말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 관련이 있다는 뜻이 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진다는 사실을 아는가”라고 했다. 윤 의원은 “왜 이재명 캠프는 자신들의 위기 때마다 이낙연 후보 탓을 하는가”라고 했다. 그는 “대장동 의혹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려면 국민의힘을 공격하라”면서 “이낙연 후보를 국민의힘과 엮으려는 프레임을 당장 멈추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가운데)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특혜의혹 관련 긴급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업무상배임 혐의 이재명 고발… 특검·국조를”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22일 당력을 총집중하며 공세에 나섰다. 최근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렸지만, 이번 사태를 통한 이슈 전환으로 대선국면에서 반전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또 이 후보를 업무상 배임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1원 한장 받은 것이 없고 수사에 100% 동의한다고 밝혔고, 이낙연 후보도 역대급 일확천금 사건이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이 거부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숨겨야 할 커다란 비리 의혹이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와 연관된 것으로 지목된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공격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택지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월 1500만원 정도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이래저래 대장동에서 감옥에 갈 분들이 하나둘 늘어만 간다”며 ‘사후 수뢰죄’ 혹은 ‘변호사법 위반’ 중 하나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 국정조사 요구에 정의당, 국민의당 등도 참여시켜 빠르면 이달 중 국회 본회의 통과를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다음 달 국정감사를 대비해 국토위원회·정무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해 왔지만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증인출석이 이뤄지는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 특혜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맹공에 나섰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의 사정(司正)기능을 보니 다른 진영일 때는 가차 없이 없는 것도 만들어가면서 자기 진영일 때는 그런 기능이 딱 스톱을 하더라”라며 “국민 상당수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특정인과 특수관계인에게 어마어마한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사정기능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 캠프 여명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재명 지사는 포퓰리즘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할 ‘경기도 차베스’인 줄 알았는데, 돈과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악질 부동산 개발업자 주단태를 연상케 한다”고 비꼬았다.

 

최재형 후보는 여의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가 아니라 최대의 사익 편취”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가 ‘1원도 받은 일이 없다’고 한 해명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경제공동체로 묶여서 22년형을 받았다. 6000억원의 사익 편취는 몇 년 형을 구형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특정 의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공격할 때만 사이다의 모습을 보여주지 마시고, 본인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검증받을 때도 시원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받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최형창, 곽은산, 김병관, 배민영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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