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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한옥길 따라 걸으며 추석연휴 즐겨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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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9 07:00:00 수정 : 2021-09-18 14: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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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언덕 아래 한옥책방 청운문학도서관 고즈넉/인왕산 자락길과 부암동 맛집·카페 함께 즐겨/해설사와 함께 하는 한옥마을 북촌 순례길은 한옥길도 강추

 

청운문학도서관 폭포

고즈넉한 한옥 툇마루에 앉는다. 고색창연한 낮은 담장 위로 날아와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높고 푸른하늘 위를 오가는 새들의 지저귐. 아직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매일 뜨고 지는 높이가 낮고 짧아지는 햇볕은 계절이 가을로 달려가고 있음을 전한다. 한가위. 듣기만 해도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 지는 단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직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연휴지만 멀리 가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추석인데. 어머니가 꽁꽁 싸 준 명절 음식, 가벼운 브런치로 즐기고 추석 닮은 가까운 한옥길 걸으며 마음의 쉼표를 찍는다.

 

청운문학도서관 전경

#인왕산 자락길, 부암동 그리고 청운문학도서관

 

서울관광재단이 추천하는 ‘서울 속 숨겨진 한옥 산책 서울도보해설관광 코스’를 따라간다. 인왕산 자락의 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평소에도 걷기 좋은 곳이다. 성곽길을 따라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서울시내가 파노라마로 펼쳐친다. 건너편 창의문쪽 길로 접어들면 클럽 에스프레소를 시작으로 자하손만두, 소소한풍경, 환기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따라 산모퉁이 카페까지 걸으며 한가로운 휴일을 보내기 좋은 맛집과 카페가 등장한다. 창의문에서 상명대 쪽으로 언덕길을 내려가면 서울미술관과 흥선대원군 별장 석파정도 만난다.

 

청운문학도서관

숨은 한옥이 하나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 아래쪽 청운동에 자리 잡은 한적한 숲속의 한옥 책방 청운문학도서관이다. 다양한 길을 따라 접근할 수 있다. 윤동주 문학관까지 곧바로 차로 올라도 되고 효자동에서 상명대 방면으로 가다 자하문터널 직전 오른쪽 청운동 골목의 고급 단독주택과 빌라가 즐비한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길도 추천한다.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서촌길. 박노수 미술관과 윤동주 하숙집을 지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도 등장한 수성동계곡으로 올라 오른쪽 인왕산 자락길로 접어들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청운문학도서관 독채

청운문학도서관은 인왕산 자락길을 걷다 만나는 청운공원의 관리소로 쓰이던 낡은 주택이었다. 북촌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종로의 한옥문화를 이곳에 적용해 수성동 계곡과 인왕산을 함께 품는 종로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으로 건립했다. 전통문화를 보존하려는 도서관답게 한 겹 한 겹 수제 기와로 제작한 한옥 지붕과 연못 위에 떠있는 한옥 독채 등이 한옥의 섬세하고 고즈넉한 멋을 제대로 전한다. 특히 계절의 따라 다양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도서관 본관 옆 독채에 들어서 창호문을 열면 자그마한 인공폭포가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요즘 뜬 인기 높은 포토존이다. 마루에 앉아 폭포수를 하염없이 바라보면 번잡한 생각들이 모두 떠나고 평온이 찾아온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쪽으로 오르면 자연과 한옥이 마치 하나처럼 어우러지는 풍경을 마주한다. 어느 정도 오르다 뒤를 돌았을 때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기와지붕들이 아주 정겹다.

 

감고당길

#한옥 펼쳐지는 북촌 순례길

 

한옥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북촌으로 가면된다. 계동과 가회동에 펼쳐진 서울 한옥 명소인 북촌은 여러 갈래로 나눠진 골목 사이사이의 고풍스러운 한옥들이 아주 오래전으로 순간이동 시킨다. 북촌의 골목골목 숨겨진 한옥에서 역사 속 인물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는 코스로, 해설사와 함께 한다. 광화문 시복 터∼감고당길∼조선어학회 터∼윤보선가옥∼정독도서관∼관맹사성 집 터∼가회동 성당∼석정보름우물로 이어지는 코스로 약 2시간 30분정도 걸리며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차례 출발한다.

 

송현동 길자락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감고당길 초입에 지난 7월 설립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로 전통부터 현대까지 2만여점이 넘는 공예품과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테마별 공예전시 뿐만 아니라 공예 음악콘서트, 도서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루프탑에 오르면 인왕산 자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감고당길

박물관을 지나 이어지는 감고당길은 인현왕후와 명성황후, 두 왕비가 지낸 감고당이 있던 터. 현재 감고당은 명성황후생가 성역화 사업으로 경기도 여주로 이전됐다. 하지만 감고당이 있었던 길답게 한옥마을로 안내하는 담길이 쭉 이어진다. 특히 주말의 감고당길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작은 공예 거리상점들이나 버스킹 등이 펼쳐진다.

 

한옥마을로 향하는 길 시작점에 우직하게 서있는 한옥 한 채가 1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윤보선 가옥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선출된 윤보선 대통령이 집권 시기에 거주하며 집무를 보던 공간이다. 외양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상해 임시정부 시절 중국의 양식이 담겼다. 가옥 맞은편 건물은1967년 박정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에서 윤보선 대통령 가옥을 출입하는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건물. 현재는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출판사 ‘명문당’이 사용중이다.

 

북촌로11길
북촌 한옥청

북촌 일대는 개화파 독립운동가들이 새로운 세상을 도모하려 했던 성지이기도 하다. 정독도서관에 김옥균과 서재필의 집터가 있고 맞은편에 김홍집 집터, 헌법재판소에 박규수의 집터가 있다. 가회동 성당으로 이어주는 북촌로 11길이 강추다. 좁은 골목길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정갈하게 늘어선 한옥들과 그 뒤의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조망하는 북촌 최고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북촌 한옥청에서는 무료로 한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서울공공한옥으로 운영되는 북촌 한옥청에 들어서면 한옥 뒷편 담벼락 아래 기와지붕들로 수놓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다. ‘서울 우수한옥 사진전’이 지난 14일부터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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