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선 119건→2218건 20배 늘어나
상담관은 올 정원 50명 중 46명에 그쳐

군내 성폭력 피해 상담이 대폭 증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제도 개선은 미진한 상황이 통계수치로 파악됐다. 최근 군 내부에서 빈발한 성폭행과 사망 사건의 이면엔 군 당국의 미진한 대응이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내부에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배치된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상담 횟수는 최근 4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성고충전문상담관 개인상담 실적은 2만5775건이었다. 지난 2016년 9302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개인상담 건수는 2017년 9907건, 2018년 2만3353건, 2019년 1만7344건이었다. 개인상담에는 성폭력과 성차별, 일·가정, 근무여건 등이 포함된다.
해병대에서 상담 횟수가 폭증한 것이 눈에 띈다. 해병대 상담 횟수는 지난 2016년 119건에서 지난해 2218건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육군은 5726건에서 1만2488건, 해군은 1517건에서 6178건, 공군은 1690건에서 3986건, 국방부 직할부대는 250건에서 905건으로 군 전체에서 상담 횟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군내 성고충 상담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인력 충원 등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담관 수가 지난 2016년 18명에서 지난해 46명으로 점차 늘었지만, 같은 기간 상담 건수가 1만6000건 이상 증가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정원보다 4∼9명 적은 인력이 유지됐으며, 올해 역시 지난 7월 기준 정원 50명 중 현원은 46명에 그쳤다.
국방부가 내년 말까지 여군 비율을 전체 간부의 8.8% 수준까지 올리기로 한 가운데 이에 맞춰 상담관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력 확충과 함께 상담 비밀보장이 어려운 점, 군 내부의 부정적 인식 등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군뿐만 아니라 남성 병사의 성폭력 피해가 적지 않은데 도움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상담인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충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명희 의원은 “상담관의 양적 증가도 중요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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